EU가 유럽의 평화를 의미하는가?
아래 그림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EU 이후, 유럽에서 전쟁은 사라졌다. 물론 EU 이전에도 전쟁이 줄어드는 추세는 있었다. 예외적으로 양차 세계 대전이 있었을 뿐.
EU는 원래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로 싸우지 말기 위해 경제적으로 묶어두자는 아이디어이다. 양차 세계대전 이후 석탄 철강 공동체 ECSC를 설립하고 로마에서 조약을 맺은 것이 그 시초.
그런 연유로 EU는 관료주의적이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경제문제에 있어서 조차)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곤 한다.
EU 비판론을 들을 때, 건강한 비판이나 개혁론에는 공감하지만, 그 비관론이 EU 해체 주장까지 이르면 나는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
위 그림을 보고서 세가지 정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첫째, 유럽에서 전쟁이 없었다구? 그럼 유고내전과 구소련 국가간의 무력 충돌은 뭐지?
그림은 EU (원년) 멤버간의 무력 분쟁 만을 한정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사실 유고 내전이나 구소련은 EU가 전쟁을 억지한다는 더 확실한 증거가 된다.
둘째, 그럼 냉전이나 EU 안의 폭력은 뭐지?
너무 논의를 끌고 나갔다. 여기서는 전쟁, 즉 폭력의 가장 극단적이고 대규모인 형태, 만이 논의 대상이다. 냉전이나 전쟁 이외의 폭력 또한 중요한 문제 이기는 하지만, 논의를 확장만 해서는 원래의 논점이 흐려진다. (가끔은 그럴 필요가 있지만, 이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셋째, EU 때문에 전쟁이 없어진게 맞냐?
정당한 의문이다. 첨에도 언급했지만, EU 이전에도 이미 전쟁이 줄어들고 있었다. 물론 양차 세계 대전이 워낙 참혹했기에 인류에게는 더 큰 트라우마로 남긴 했지만…
하지만 EU의 배경, 즉 경제적으로 묶어 놓으면 서로간의 무력 분쟁이 사라진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고, EU 이후 전쟁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기에, 나는 지금까지 EU가 전쟁을 성공적으로 억지했다는 데에 상당 부분 동의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