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인기와 평가는 순전히 운에 달린게 아닐까. 특히나 경제분야는 더욱.
현대에 와서는 대통령이라고 해도 나라의 정책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건 아니다. 보통 취임 첫 몇달은 각료들 인사와 업무 파악에 정신이 없다. 그러니까 당선 1년 만에 대통령이 바꿔서 경제가 확 살았다고 주장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 게다가 세계 경제는 그 어느때보다 서로 연동 되어있다. 이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이를 테면 임기 초반에 IMF가 왔다던가, 금융위기가 왔다던가. 이런 때는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중요하겠지.
어쨌든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트럼프 대통령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풀리기 시작하더니 여러 지표들이 매우 긍정적이다.
이번주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미국 경제에 보이는 긍정적인 신호들을 주요 기사로 실었다. 블루칼러 직종의 임금이 꽤 올랐다고 한다. 특히 지난 분기 상승은 고무적인데, 대략 (annualized) 4%가 상승 했다.
관련기사
Cheer for the blues – Blue-collar wages are surging. Can it last? (the Economist, 11월 14일자)
오바마 말기에도 경제 지표는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도 임금의 상승 정체는 문제로 자주 지적되었다. 2009년 금융 위기 때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임금은 8.7% 상승하였지만 물가는 9.5% 상승 했다. 바꿔 말하면, 금융위기 이후에 실질 임금은 오히려 줄었다. 임금정체로 중산층의 불만은 커졌었고,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 당선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작년에도 실업율은 낮았다. 그게 지속 되면서 올해는 서서히 임금상승까지 오는 모양이다. 그것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상에나 블루칼러가 바로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 아니던가!)
작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8년 임기를 돌아보며 이코노미스트 지에 기고문을 실은 적이 있다. 오바마는 기고문에서 후임자에게 경제 숙제로 4가지를 남겼다. 생산성 증가율 감소, 불평등 심화, 노동 참여율 감소, 미래를 위한 경제 기반 만들기. (참고로 예전에 페북에서 김선함씨가 이 기고문을 번역해서 올린 적이 있다. 링크 그리고 나도 짧게 감상을 포스팅을 했었다. 링크)
경제 숙제 중에서 노동 참여율 감소 부분만 보면 오바마 때까지 꾸준히 떨어지기만 하던 노동참여율이 올해들어 주춤하다. 여성 노동 참여율은 증가세까지 보인다. 작년 오바마 기고문에 실린 차트와 (아래 차트1) 올해 차트를 비교해보면 (아래 차트2)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있다.
차트1. 2016년까지 노동 참여율
차트2. 2017년 포함 노동 참여율
이코노미스트지는 임금 상승의 주원인을 수요 쪽에서 찾는다. 생산성 쪽은 사실 별 변화가 없기도 하고.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수요 증가를 가져 온 것은 약달러와 유가의 상승이다. 약달러 때문에 미국은 올해 수출이 상당히 좋다.
유가 상승 역시 미국 제조업 일자리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나 흥미로운 것은 올해 제조업 일자리의 대부분은 오클라호마나 텍사스 같은 동네의 석유 산업에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울한 러스트 벨트 경제에는 여전히 별 도움은 안되었다는 이야기도 되고. 그래도 뭐 결과적으로 보면 임금상승이 불평등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은 되지 않을까?
장기적으로 보면야 세계화/자동화로 인간의 입지가 위험하다지만, 2~3년만 두고 보자면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될 때 최소 지금 백악관에 계신 양반에게는 큰 도움이 될 모양이다. 나야 그 양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만 뭐가 됐든 경제가 좋다는 데 불평할 것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