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없는 재정 확대?

요즘 페북질이 너무 뜸한 듯하여 잡담이나 몇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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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들어 미국에선 거시쪽으로 몇가지 굵직한 일들이 있었다. 개인적 감상을 정리해본다. 내 감상이야 학부생 거시 입문 수준이니까 누구든 틀린 부분은 지적해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럴 때 더 많이 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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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요새 미국 경제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이번달 들어 두차례 있었던 주식 시장 조정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게 미국 주식인가 싶을 정도 였는데, 몇차례 조정을 겪고나니 미국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갑자기 생소한 Vix라는 인덱스까지 뉴스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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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 – the Cboe Volatility Index는 마켓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별칭으로 fear gauge공포 측정기로 불리기도 한다. 투자자들의 공포나 시장 변동성을 어떻게 측정하나 싶지만, 이게 30일 만기 옵션의 가격 차이를 계산하면 나오는 값이다. 물론 이 지표를 ETF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지표를 운영하는 쪽에서 검토를 하다가 포기했다. 그러니까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투자 상품으로 만드는 건 공포를 부추기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겠나. 그치만 현실적으로는 vix가 링크된 ETF는 있고, 이를 short하는 상품도 있다. 그리고 이 니치마켓을 겨냥한 금융상품이 나름 인기있기도 하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로 마켓 변동성은 꾸준히 떨어졌기에 vix를 short하는 상품은 상당히 수익성이 좋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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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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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제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분석도 나오기는 한다. 그치만 결국 주식시장은 주식시장일 뿐 경제가 아니다. 어쩌면 주식시장이 잘나가는 건, 또는 폭망하는 건 진짜 경제하고 1도 관계 없을 수 있다. 주가는 말 그대로 투자자들의 기대일 뿐이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실업률 최저, 기업들 수익도 좋고, 심지어는 이제 임금까지 오를 기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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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 정치 이야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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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미국 국회는 2년짜리 장기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쉽지는 않았다. 두차례 셧다운이 있었고, 두번의 필리버스터가 있었다. 민주당 중견 의원 낸시 펠로시 의원은 DACA (불법 체류자 자녀들 신분을 보장해주는 행정명령) 무효화를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했고, 공화당 랜드 폴 의원은 적자 폭을 늘리는 예산안이 당의 정체성에 반한다며 반대했다. (그러게 공화당은 균형예산을 말하던 당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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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표면만 보면 극심한 진통 끝에 예산안이 타결된 것 같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모두 원하는 바를 얻었다. 공화당은 이미 세금을 내렸고, 국방 예산을 대폭 늘렸다. 민주당도 취약계층 (특히 저소득층 어린이) 의료 예산을 상당히 많이 확보했다. 그러니까 민주당도 이민법 말고는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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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예산안은 $20B 인프라, $6B 향정신 의약품 관련, $5.8B child care, $4B 보훈병원 관련, $90B 허리케인 및 산불 피해 복구 관련. 이렇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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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법인세 인하는 미국 기업들에 엄청난 공돈을 안겨주었는데,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올 초에 보너스 잔치를 벌였고, 일부는 임금인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게 타이트한 노동시장 때문인가 법인세 감면 때문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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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장벽을 포기하지 않았고, 당장 다음주에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를 예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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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누가봐도 지금 미국 정치권에서는 재정적자, 정부 부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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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가만히 따져보면 공화당이 변했다고 말하기도 힘든게, 레이건 때도 세금을 인하하면서 국방 예산을 늘렸고 부채는 증가했기에 정치는 원래 그런가부다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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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작년 만해도 유동성 함정과 저금리가 화두가 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확대를 말하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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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경제쪽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드는 건 시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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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업률은 완전고용을 말할 만큼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이정도 상황에서 인플레가 왜 오지 않을까 궁금해하고 있는 바로 그 시점인데… 왜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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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이 시점에서 바로 옐런 누님이 임기를 마치신다. 누구에게도 칭송을 받고 적격자로 평가받던 사람. 그리고 신임 의장 파월. 나야 잘 모르지만, 여러 분들이 파월 정도면 무난한 인선이라고 하시니 그런가보다 한다. 그치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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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거시 입문 지식을 되살리자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실업률과 인플레는 모두 같이 엮여 돌아가는게 아닌가. 재정정책 쪽에서는 이미 휘발류를 들이 붓기로 작정한 것 같고, 결국 미국 (크게는 세계) 경제의 고삐를 쥔건 파월인 셈이다. 그 고삐는 조금 느슨하게 쥐었다가는 버블이 생기고, 꽉 쥐었다가는 급격한 불황이 찾아오는 아슬아슬한 고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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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번주 이코노미스트지는 재미있는 기사가 많이 실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고삐를 세게 쥐는 상황 (그러니까 이자율을 급격하게 올리는 일)을 경고하면서 세가지 측면을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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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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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미국이 완전고용 상태에 들어섰지만, prime age (25세에서 54세) 노동 참가율을 보면 아직도 자발적인 실업상태인 사람이 많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prime age 노동 참가율이 (금융위기 이후) 그래도 조금씩 증가했다고 듣기는 했었다. 근데 여전히 2000년의 82%와 비교하면 3%에 작은 79% 라고 한다. 그리고 그 3%의 차이는 무려 37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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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는 임금이 오르고는 있지만 그 폭이 무척 제한적이라는 점. 그러니까 예전에 미국 노동자들은 대다수 노조에 가입이 되어있었고, 대다수 물가 상승과 준하는 임금 상승을 보장 받았으나, 지금은 꼭 그렇지 않기에 임금 상승과 인플레의 영향은 상당히 적을 것 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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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시중의 자금이 결국에는 기업들의 자본투자와 생산성 향상, 기술 발전을 이끌지 않을까 하는 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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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뭐 내말로 얘네들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일단 불안불안한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좀 지켜보자. 낙관적인 면도 있다 정도 인 듯하다. 그린스펀 때도 생산성 향상이 있어서 결국 장기적인 호황이 온거 아니냐 뭐 그런 이야기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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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범부가 뭘 알겠나. 말마따나 정말 갑작스럽게 생산성이 막 향상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직도 사짜스럽게 들리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서 기술이 퀀텀 점프 할 지도 모르는데.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회사 다니는 거에 감사하고, 아직 젊으니까 갑작스런 인플레에 취약한 연금 수급 생활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또한 번 감사를, 그리고 보스에게 충성 하는게 장땡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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