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lling Bee 2016

This amazing 6-year-old kid blew my mind!

(image source: USA Today)

매년 미국 ESPN에서는 spelling bee 라는 철자 맞추기 대회를 연다. 올해에는 최연소인 11살, 13살 아이들이 공동 우승을 했다.

(image source: CNN)

올해 대회는 우승자 말고도 화제의 인물이 또 있다. 역대 최연소 결선 진출자인 Akash Vukoti 이다. 6살 소년의 인터뷰를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힐러리 vs. 트럼프 지지율, 이메일 스캔들

존경하는 블로거 산타크로체님 (산타크로체님 네이버 블로그 링크)과 페북에서 댓글로 나눈 대화를 저장해 둔다. (이후 산타님으로 표기)

나: 대통령 후보 확정 직후 지지도가 오르는 현상은 일반적이라 지켜봐야 하긴 합니다.

2008년에도 맥케인이 지지 수락 연설 후, 오바마를 잠시 앞선 적이 있죠. 오바마는 후보로 확정되고 다시 우위를 회복 했습니다. 다만, 놀라운 것은 트럼프가 폴 라이언(온건보수)이나 테드 크루즈 (강경보수)의 지지 없이 공화당의 표심을 다 모으는 일을 했다는 점입니다.

클린턴 측에서는 후보 확정 이후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력도 있고 아직 선거 초반이라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치만 공화당 경선 때도 설마 설마 하다가 여기까지 온지라…

산타님: 유동적 요인이 있긴 하지만 FBI가 기소를 하거나 갑자기 뇌졸증이 재발하지 않는 한 물론 샌더스 후보의 돌발적 선택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본선에서 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번에 한번 정리했지만 트럼프를 혐오하는 여성표가 워낙 절대적으로 높은 것이 히스패닉/흑인 표 보다도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나:


산타님: 설명이 덧 붙여지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나: 2008년 미국 대선 때, 맥케인과 오바마의 지지율 차이 그래프 입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후보자 선정을 빨리해서 한명에게 힘을 몰아주는데, 초반 그래프를 보시면, 맥케인 확정 이후 지지율이 잠깐 오바마를 앞선 시점이 있었습니다. 이후 오바마가 후보를 확정짓고 나서 다시 지지율을 회복합니다.

산타님: 감사합니다. 그런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당시는 금융위기 발발로 인해 나중에 갈수록 오바마 후보에게 표가 쏠릴 상황이긴 했습니다.

나: 물론 결정타는 2008년 금융위기 였는데, 맥케인이 “미국 경제는 fundamental이 튼튼해서 문제가 없다” 라는 발언을 했죠. 결과는 알다시피…

지금은 워낙 초반이라, 2008년 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미국에 대형 테러 공격이 있다던가, 경제 위기가 온다던가, 막판이라면 작은 hiccup도 변수가 될 수 있긴 합니다.

산타님: 사실 그렇긴 합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혐오도가 쉽게 누그러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유세장에서 이렇게 폭력사태가 발생하기는 반전/민권 운동이 드세던 60년대나 가봐야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외부인이 보는 시각은 트럼프가 대통령 되는 것 못지 않게 현 상황도 미국내 분열이 커지는 것 같아서 걱정은 됩니다.

나: 이메일 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물론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만약 문제가 정말로 커져서 힐러리 중도 하차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민주당 측에서는 바이든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쪽에서는 바이든 구원 등판보다는 현재 상황을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 근거가 약한 음모론이나, 의심을 제기하면서 지지율을 살금살금 갉아먹는 네가티브가 효과적이기도 하고요.

산타님: 그런데 경선을 거친 2위 후보를 그냥 무시하고 바이든 부통령을 후보로 정하기는 흠…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샌더스 측에서 독자 후보 선언하기 딱 좋은 명분이긴 합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양측 모두 매우 높은 혐오층이 있기에 정말 진흙탕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 들여야 겠지만 그런 난장판을 겪고 리더십을 확보하기도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클린턴을 싫어하는 중산층 고학력 자들의 심리 중 끝없는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 뻔하다는 게 있는데 걱정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나: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바이든은 경선 출마 자체를 안했고, (막판까지 고심은 했습니다만,) 당시 명분은 힐러리를 밀어준다 였습니다. 힐러리 지지자들은 바이든 쪽에 좀더 가깝다고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정말 난장판이 되겠지요. 결과는 정말 아무도 모르게 될 것 같구요.

산타님: 당연히 바이든 부통령이 내용상 민주당 후보가 되는게 맞긴 할겁니다. 제가 걱정되는 것은 EU 또는 유로체제가 올해 브렉시트 등 고비를 어떻게 넘겨도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내년이든 후년이든 체제 불안이 급격히 고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르펜이 대통령이 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르펜이 주장하는 국경 통제 등 반EU 정책은 더 힘을 받을 것이고 그래프로 보여 주셨듯이 인종주의 정당들의 힘은 더 커져갈 것입니다. 여기서 미국마저 무력함에 빠지면 이래저래 세계적으로 참 걱정되는 상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오늘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글을 정리해 봤지만 장기적 세계 인류의 미래는 포기해도 당장 눈 앞의 실리를 챙기자는 주장은 의외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걱정되는 것은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것보다 국제적 합의체제가 점점 무력해지며 각자 도생의 길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주제를 이야기 하셔서, 다 이야기하자면 밤을 꼴닥 새워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말씀하신 주제 하나하나가 워낙 무게감이 있는 주제라. (글적글적.) 한번 뵙고 밤을 세워야 하는 건 아닐지요. ^^

Why Is Clinton Disliked? (NYT)

어제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브룩스 칼럼. 그가 말하는 힐러리 비호감 요인은 타당한 점이 있다.

미국 사람들에게 힐러리는 인간미 없는 기성정치인으로 비춰진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오바마는 골프와 농구를 즐겼다. 트럼프야 말할 것도 없이 인간적(?!)인 사람이다. 남편 클린턴도 색스폰을 멋들어지게 부를 줄 아는 위트있는 멋쟁이로 기억된다.

힐러리는 일중독자 이미지 말고는 딱히 인간미랄께 없다. 굳이 찾아보자면, 손녀 샬롯이 있는 할머니다 라는 정도. 심지어 딸이나 남편도 모두 정치계 커리어로만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힐러리에게 붙인 별명 heartless Hillary는 그런점에서 아주 절묘하다. 힐러리는 때로 사람이 아니라 만들어진 로보트 처럼 보인다.

어떤분이 페북 페이지에서 힐러리의 선거운동을 회식자리에 비기어 설명했었다. 평소 놀 줄도 모르고 일이 전부인 만년 부장이 임원 한번 달아보려고 회식자리에서 신입사원들에게 아재개그를 늘어 놓는데, 분위기는 오히려 싸해 졌다고. 아주 공감하는 바이다.

칼럼은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일 밖의 것도 잘 챙겨야 한다며 마무리 짓는다. 글쎄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다. 나는 정치인을 이미지와 인간미로 판단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나도 잘 놀 줄 모르는 부류에 속할 텐데, 안된다. 커리어는 커리어로 봐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인을 평가할 때 인간미를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UN 미국 대사 예일대 졸업식 축사 중에서

이번 주에 예일대 졸업식에서 있었던, UN 미국 대사의 졸업식 축사의 일부분을 옮긴다. 오역이 있을 수 있으니, 아래에 원문도 첨부한다.

“우리는 번거롭게 생각하는 과정이 없이 귀에 듣기 좋은 여론을 즐긴다. (We enjoy the comfort of opinion without the discomfort of thought.)” 존 F 케네디는 1962년 이런 말을 남긴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할 때, 아니면 검색을 할 때도 그 결과는 이전 검색 히스토리나 위치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 됩니다. 우리가 얻는 주된 정보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정보들은 우리에게 생각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없이 듣기좋은 여론이 되어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자신의 편향성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 작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분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에 대해서는 말이죠. 그러나 여러분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보다 그들과 소통을 하는데에 관심이 있다면 이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꿀 수 있을 지도 모르고, 반대로 동시에 나와 다른 의견의 그들이 정말로 옳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We enjoy the comfort of opinion without the discomfort of thought.” That was John F. Kennedy, in 1962. But the problem has only become worse. From the Facebook and Twitter feeds we monitor, to the algorithms that determine the results of our web searches based on our previous browsing history and location, our major sources of information are increasingly engineered to reflect back to us the world as we already see it. They give us the comfort of our opinions without the discomfort of thought. So you have to find a way to break out of your echo chambers.

This is tougher than it sounds, especially when it comes the issues you care most about. But it is in your interest to engage the people you disagree with, rather than shutting them out or shutting them up. Not only because it gives you a chance to challenge their views, and maybe even change them. But also because sometimes, they may just be right.

출처 및 동영상 클립

http://qz.com/690678

연설문 전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Get Close’ (Huffington Post)

Samantha Power UN 미국 대사

최근 미국 뉴스 정리 및 간단한 커맨트 (2016/05/23)

드론 어택,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박스오피스, political correctness, 바이엘의 몬산토 합병 제안

드론 어택

탈레반 리더 만수르를 드론으로 공격하여, 암살하는데에 성공했다고 오바마가 오늘 발표했다. (관련기사) 오바마 정권 이후 미군은 군용 드론 사용을 전면적으로 확대해 왔다. 아무래도 유인 폭격기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정치적인 부담이 덜한지라…

우리 회사에도 아프간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제대 군인이 있는데, 그 동네 미군 막사에서 드론을 보는 것은 신기한 일도 아니라고 한다.

살상무기가 어찌 인간적일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드론은 특히 상상만 해도 비인간적인 무기이다. 소리없이 하늘에서 내려와 소형 폭탄을 떨어뜨리고 사라진다. 트라우마를 겪는 이에게는 맑게 개인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공포가 따라 오리라.

미국 내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드론 사용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

관련해서 예전 포스트 (군용 드론에 대한 잡담)

2016 대선 업데이트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모멘텀을 확보하는 반면, 클린턴은 샌더스 측과 감정 싸움이 계속되어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클린턴 지지자들 측에서는 안팎으로 공격을 받는 상황에 대해 불평하는 목소리가 크다. 샌더스 의원은 최소 6월 초에 있을 캘리포니아 경선까지는 최선을 다해 경선에 참여할 것 같고, 본인이 지지자들에게 약속했던대로 경선 완주를 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참고로 지난주에 거의 8%p 까지 차이가 났던 지지율 차이가 현재는 1%p로 좁혀진 상황이다. 생각보다 박빙 모드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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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http://elections.huffingtonpost.com/pollster/2016-general-election-trump-vs-clinton/

트럼프 측에서는 이미 힐러리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는 트럼프가 힐러리를 crooked Hillary, heartless Hillary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절묘한 별명을 붙여 경쟁자를 조롱해 재미를 많이 봤다. 예를 들자면, Lyin’ Ted, Little Marco, Low Energy Jeb 같은 별명이 있었다. 요즘 미국 정치는 예능 프로그램 같이 서로 별명을 붙여 낄낄대는 수준이다.

박스오피스

지난 주말은 “The Angry Birds Movie”가 1위를 했다고 한다. 예고편을 봤는데, 나쁘지 않아보인다. 잘만하면 연속으로 속편 찍어내는 브랜드가 될 기세. 캡틴 아메리카는 앵그리버드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아~ 아이 키우는 처지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보며 팝콘 집어먹는 일은 이제 사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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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 correctness

지난주에 “Oriental”이라는 단어를 없애고, “Asian-American”을 쓰기로 한 법안이 통과되었다. (관련기사: https://meng.house.gov/media-center/press-releases/meng-bill-to-remove-the-term-oriental-from-us-law-signed-by-president)

나는 미국와서야 politically correct한 언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사소한 걸로 목숨거는게 아닌가 싶었고, 오히려 그런 모습이 위선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단어라고 해서 옳은 언어 사용은 아니라는 점. 언어 사용으로 발생하는 위계와 타자화 같은 미묘한 차이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미국 사람들이 차별이라는 이슈에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연륜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어 사용에 대한 논쟁은 미국에서 언제나 뜨거운 주제이다. 최근에는 미식축구팀 ‘워싱턴 레드스킨’을 둘러싼 논쟁이 한참이기도 하다.

바이엘의 몬산토 합병 제안

바이엘사가 몬산토에 $62B의 인수 제안을 했다는 소식이다. 예전에 농산물 대기업의 인수합병 움직임에 대해 포스팅 한적이 있었는데, (링크: 유가가 곡물가격에 미치는 영향) 이후에 신젠타의 듀폰 인수는 무산되었고, 듀폰과 다우가 합병했고, 최근은 몬산토까지 매물로 나왔나 보다.

몬산토는 GMO의 대명사로 알려졌고 탐욕스런 미국 자본의 상징 처럼 되어버린 기업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GMO의 안정성은 계속 검증되어야 하지만, 몬산토의 demonized는 조금 과도한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몬산토가 독일 기업이 된다면, 필요 이상의 반감이 누그러들런지 궁금하다.

민주주의와 중우정치

최근 미국 정치 덕후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칼럼을 하나 소개한다.

칼럼은, 트럼프의 등장을 이야기 하면서, 너무 많은 민주적인 절차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칼럼의 주장에 온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주류 보수가 트럼프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잘 보여주는 칼럼이고, 민주주의에 대해, 미국 정치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도 볼 수 있기에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다.

Democracies end when they are too democratic (New York Magazine, 5월 1일자)

캡처

필자는 정치 블로거로 유명해진 Andrew Sullivan이다. 여담이지만, 이 아저씨는 게이인데, 성소수자 이슈를 제외하고는 보수적인 견해를 가졌다. 게이이면서 보수주의자인 기묘한 조합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보면 참 미국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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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을 번역해볼까 하다가, 워낙 장문이고 굳이 100% 동의하지 않는 글에 잉여력을 소진할 마음까지는 동하지 않은지라, 몇가지 논점만 살펴보려고 한다.

칼럼은 이번 미국 대선이 플라톤의 ‘국가’의 한 부분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면서 시작한다.

As this dystopian election campaign has unfolded, my mind keeps being tugged by a passage in Plato’s Republic.

그리고선 플라톤이 말했던, 민주정에서 참주정으로의 이행을 언급한다.

And it is when a democracy has ripened as fully as this, Plato argues, that a would-be tyrant will often seize his moment.

간단하게 플라톤이 말한 민주정(democracy)과 참주정(tyrant)을 정리해보자. 내가 철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내가 이해하는 수준에서의 정리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민주정은 자유를 최선의 가치로 추구하는 체제이다. 그리고 민주정은 다수의 하층민과 소수의 부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민주정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숫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을 가지게 된다. 이들은 자유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부를 부자에게서 뺏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때 선동가 (demagogue)가 등장하여, 소수 부자들에게서 부를 빼앗아 나눠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선동가는 다수의 힘을 조직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어낸다. 선동가는 자신의 권력의 기반이 약한 초기에는 대중의 약속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하는 듯 보이다가, 곧 늑대로 돌변하여 숙청을 한다. 참주가 된 선동가는 대중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외부인에 대한 증오를 키운다.

Andrew Sullivan은 트럼프의 모습에서 플라톤이 말한 선동가를 보았던 것 같다. 아주 역겹다고 말한다. 물론 그도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과 현대 민주주의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는 소크라스 시대와 달리 미국은 제도적으로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유지 될 수 있게 고안되어 있다고 말한다.

Part of American democracy’s stability is owed to the fact that the Founding Fathers had read their Plato. To guard our democracy from the tyranny of the majority and the passions of the mob, they constructed large, hefty barriers between the popular will and the exercise of power. Voting rights were tightly circumscribed. The president and vice-president were not to be popularly elected but selected by an Electoral College, whose representatives were selected by the various states, often through state legislatures. The Senate’s structure (with two members from every state) was designed to temper the power of the more populous states, and its term of office (six years, compared with two for the House) was designed to cool and restrain temporary populist passions. The Supreme Court, picked by the president and confirmed by the Senate, was the final bulwark against any democratic furies that might percolate up from the House and threaten the Constitution. This separation of powers was designed precisely to create sturdy firewalls against democratic wildfires.

미국의 정치 체계는 의외로 보수적이다. Andrew Sullivan이 정리한 위의 문단은 미국 정치가 처음부터 얼마나 보수적으로 설계 되었는가를 잘 요약하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민주주의가 대중의 인기와 일시적인 유행에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랬다. 이를 테면, 대통령은 선거인단에 의해 간접 선거로 선출한다. 그리고 상원은 주별로 2명씩 상원 의원을 선출하는데, 이는 인구수가 많은 주에 힘이 집중되지 않게 만드는 장치이다. 또한 6년 임기의 상원 의원은 2년 마다 1/3씩 나누어서 선출하는데, 이를 통해 일시적인 정치 돌풍이 상원을 한번에 바꾸지 못하도록 막아 준다. 또 대법원 판사는 대통령에 의해 선출되고, 상원의 승인을 받게 되어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고안한 이러한 제도들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Principle of Checks and Balances)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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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장치에 포함된 비민주적인 요소들은 몇 세기에 걸쳐 변하게 된다. 점차 direct democracy가 된 것이다. 우선 선거권이 여자와 흑인에게도 주어졌고, 선거인단 제도도 변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식 경선도 1968년도의 Democratic convention 이후에 정착되었다. 그리고, 기성 정치인이 아닌 outsider의 대권 도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초는 1940년 공화당 후보인 Wendell Willkie이다. 그는 정치 경력이 없는 사업가였다. 결과는 선거에서 루즈벨트에게 참패. 이후에도 Ross Perot, Jesse Jackson, Steve Forbes, Herman Cain 같은 outsider들이 도전을 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올해는 알다시피 Ben Carson, Carly Fiorina, Donald Trump가 있다.

여기까지 읽다보니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생각났다. 바로 1987년 민주화 열풍, 그리고 혼돈기를 거쳐 정립된 대통령 직선제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고안한 대통령 간선제가 미국 대통령제의 틀이 되었듯이, 대통령 직선제 전환은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 중요한 기점이었다. 당시 한국은 세계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독재국가였고,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대표되는 나라 였다. (요즘에 우리가 브라질/그리스를 바라보는 것 처럼 말이다.) 그 혼돈을 일순간에 잠재웠던 사회적인 합의가 대통령 직선제의 약속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우리에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진 대통령 직선제가 민주주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독재 국가들이 대통령 직선제를 체택하고 있고, 선거의 공정성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재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 이다. (마르코스 라던가 우고 차베스 라던가…) 그러나 한국은 1980년대를 지나며 대통령 직선제가 공정한 게임과 동의어가 되었고, 어떤 의미에서 한국 정치의 정체성이되었다.

각 나라의 선거 제도와 장단점에 관해서는 아래 자료를 참조하면, 유용할 듯 하다. 특히 정치학도라면 필독 자료가 아닐까 싶다. 자료를 보면서 어떤 제도도 옳고 그른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점과 단점이 있을 뿐이다. 역사적인 배경과 국민의 합의에 의해서 절차가 세워지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Electoral System Design: the New International IDEA Handbook

다시 Andrew Sullivan 칼럼으로 돌아와서, 이 아저씨는 미국 정치 시스템이 direct democracy로 변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21세기 민주주의는 media democracy가 되었다고 한탄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트위터, 페이스북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대중은 눈이 먼채 욕망만을 쫓고 있다. 이것이 미국 건국 아버지들이 가장 우려했던 그 상황이다. 사유와 실증에 기반한 논의는 사라지고,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고, 감각적이고, 자아도취적인 대중만이 남은 것이다.

And what mainly fuels this is precisely what the Founders feared about democratic culture: feeling, emotion, and narcissism, rather than reason, empiricism, and public-spiritedness. Online debates become personal, emotional, and irresolvable almost as soon as they begin. Godwin’s Law — it’s only a matter of time before a comments section brings up Hitler — is a reflection of the collapse of the reasoned deliberation the Founders saw as indispensable to a functioning republic.

참고로, 예전에 나도 미디어와 트럼프라는 주제로 포스팅을 한적이 있는데, 관심있는 분은 여기를 보면 된다.

여기까지가 칼럼의 반정도 내용이고, 나머지는 왜 미국 민주주의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트럼프는 어떻게 이 기회를 잡았나에 대한 Sullivan 아저씨의 분석이다. 이 아저씨는 책을 많이 읽었는지 다양한 사람들을 인용한다. 거리의 철학자 Eric Hoffer, 소설가 Sinclair Lewis같은 사람도 언급한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남겨 두도록 하겠다. 나의 잉여력 발산도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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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Hoffer

그래도 아쉬우니까, 이 아저씨의 주장을 러프하게 요약하자면, 타락한 21세기 미디어 민주주의는 플라톤의 참주정을 연상시키고, 트럼프 같은 선동가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 elite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고 트럼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정도 일 것 같다.

Healthcare, again

Disclaimer: 저는 의료계에 별 연관이 없는 일반인이고, 이번 포스트도 그저 기사 소개하고 옮기는 수준의 썰이니, 참고만 하시고 자세한 내용은 링크의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도 환영합니다. 다만, 인신공격은 바로 차단할 생각입니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헬스케어 시스템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헬스케어 이슈에 불을 붙인 장본인은 다름아닌 샌더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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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는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의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지지자들은 그대로이고 열기도 여전하기 때문에 그의 정책들은 힐러리 캠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주 힐러리 캠프에서도 좀더 진보적인 헬스케어 공약을 내어 놓았다. 공약의 골자는 현재 65세 이상 혜택을 받는 메디케어 프로그램 (노인 무상 의료 복지 프로그램)의 가입연령을 50대로 낮추겠다는 것. 세부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론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50대가 무료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고 보험료를 지불하게 되는 것 같다.

Hillary Clinton Takes a Step to the Left on Health Care (NYT, 5월 10일자)

그러나 그와 동시에 지난주에는 샌더스의 전국민 단일 의료보험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해당 보고서를 낸 씽크 탱크인 Urban Institute는 힐러리/오바마를 지지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버니 샌더스의 의료 개혁 공약안 (영문)

Urban Institute 보고서 원문

Urban Institute 보고서를 살펴 보기 전에 미국 의료 시스템과 한국 의료 시스템의 차이를 간단히 정리한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의료시스템이 단순하다. 크게보면, 1) 환자 2)의료보험 공단 3)의료계로 나눌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의료보험 공단은 정부로, 환자는 국민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일종의 single payer인 의료보험 공단은 정부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민의 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의료수가제를 통해서 저렴한 의료비를 제공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의료수가제가 만능은 아니다. 의료진 수급 문제라던지,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의 한계도 가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의료 시스템 개별 주체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1) 환자, 2) 병원, 3) 제약회사, 4) 보험사, 5) 연방정부, 6) 주정부가 모두 다른 인센티브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 보자면, 저렴하고 수준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게 이상적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 이다. 비용 측면에서 미국은 (공적지출과 개인 지출을 합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비 부담을 가진 나라이고, 효율 측면에서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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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별 의료비 지출 (GDP 대비). 산타크로체님 블로그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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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기대 수명 (출처 Reuters, 2013년 기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의료 개혁이 오바마 케어이다. 오바마 케어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이지만, 의료보험의 혜택을 못받는 의료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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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험 미가입자 감소 추세 (출처: Urban Institute)

그러나 이 오바마 케어가 의료보험료와 의료비를 낮추는데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결국 의료 사각지대하고 별 상관이 없었던 대다수의 미국사람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없었고, 일부는 세금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선거 초반 힐러리는 의료보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원인에 대해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가 미국 의료 시스템을 오히려 후퇴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의료 시장을 자유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현재 미국 의료시장은 완전 자유시장은 아니고, 실제적으로는 주별로 준독점 상태이다.) 샌더스 의원은 single payer 시스템으로 의료 개혁을 하면, 소위 buying power 때문에 의료 비용이 내려가고,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줄어 들것 이라는 주장한다. 반면 힐러리를 지지하는 크루그먼은 의료 사각지대를 없앤 것은 오바마의 큰 업적이고, 아직 갈길이 멀지만, 의료 개혁은 쉬운 길이 아니니 다른 문제에 집중하자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제 Urban Institute의 지적을 NYT 기사를 통해 살펴 보자.

기사는 샌더스 의원의 정책대로 single payer로 전환한다고 해서 미국의 의료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지기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앞에서 언급한 의료 시스템의 플레이어 중에서 병원을 우선 보자. 병원에서 주로 들어가는 비용은 입원 병실 비용, 의료 장비 비용, 그리고 의사들 월급이다. 그중 의사들 월급은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사에 의하면, 미국 family physician의 평균 소득이 $207,000라고 한다. 영국은 $130,000 정도 이다. 영국에 비해서도 1.5배 가량 높다. family physician은 전문의가 아니고 일반의이니 전문의는 그 차이가 더 클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family physician이 동네 병원 의사 쯤 될 텐데, 영국보다 한국은 의사 수입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있다. 얼핏 듣기로 한국에선 전문의인 종합병원 페이 닥터가 연봉 1억 쯤 된다고 하니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의는 수입이 그보다는 좀 낮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연봉 7천 쯤으로 나오는데, 신뢰성 있는 자료는 아니지만, 터무니 없는 숫자는 아닌 것 같다.

의사 봉급 말고도, 미국 병원은 기본적으로 1인 1실이고, 환자당 할당되는 의료 인력이 많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 했을 때, single payer로 되었을 때, 병원비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샌더스 안처럼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인다.

이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 이지만, 서비스 측면만 보자면 미국 의료 시스템도 장점이 있다. (물론 비용을 생각하지 않았을 때 말이다.) 우리 집은 아이를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낳았는데, 확실히 차이점이 있다. 한국의 의사들이 실력이 우수하긴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산모가 아이 공장에서 아이를 만들고 procedure 대로 밀려나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비싼 만큼 친절하고, 배려 받는 느낌이 크다. 병실도 특별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는 대부분 1인실이 주어지는데, 심신이 닳을 때로 닳은 환자들에게 private 한 공간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의료비 청구서를 받는 순간 그 고마운 마음은 사라진다.) 이는 의사/간호사 당 환자 수가 적고, 병원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을 갈 때도 마찬가지 이다. 의사들은 보통 20~30분 정도 천천히 진료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고, 농담도 해가면서. 그런데 결론은 주사나 약을 주지 않을 때가 많다. 감기로 병원에 가면 주사부터 놓는 한국과 다르다. 주사도 한방 맞지 않고 이야기만 하고 나서 100불 정도 청구서가 나오면 열불이 나긴 하지만, 어쨌든 인간 취급을 받는 느낌은 든다. 이것도 비싼 의료비와 의사 당 제한된 환자수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또다른 플레이어 제약 회사를 보자. 미국 제약회사는 엄청난 이윤을 남기고 있다. 따라서 single payer로 전환하면 bargaining power를 이용해 약값을 낮출 여지가 있다. 기사에서 언급한 Urban Institute도 single payer로 전환했을 경우, 25% 정도 약값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부에 엄청난 로비를 펼치는 제약회사들과 공화당의 반대 등의 정치적인 난관을 성공적으로 넘을 것을 가정한 수치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오바마 케어 때를 예를 들자면, 오바마 케어는 원안에는 메디케이드 (저소득층 의료 지원 혜택)를 확대하는 것이 포함이 되어있었다. 이를 위해 오바마 정부는 주정부에 메디케이드를 확대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공화당이 우세한 red state들은 이를 거부했다.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힘겨루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기사에서 지적 하듯이, single payer 의료개혁은 미국 의료 시스템은 완전히 뒤집어 엎어서 새로 만드는 일이다. 의료보험 회사들과 관련 산업을 완전히 없애거나 국유화 시키는 일이 우선은 필요하고, 수십조원의 돈이 굴러다니는 병원, 의료업계, 제약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 엎는 개혁을 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하루아침에 쉽게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참고로, Urban Institute의 보고서 이후에, 샌더스을 지지하는 측에서도 반박을 했다. 약값은 25% 보다 더 인하하는 것이 가능하고, single payer로 전환하면 행정비용이 추가로 절감된다는 내용이다.

The Urban Institute’s Attack On Single Payer: Ridiculous Assumptions Yield Ridiculous Estimates (Huffpost, 5월 9일자)

논쟁들을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다가, 희망도 생겼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우선 의료시스템 개혁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도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혹여 single payer로 전환한다고 하여도) 어쨌든 미국은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나라로 남겠구나 싶다. 굳이 내 자신을 위로하자면, 내가 부담하는 비싼 의료비 때문에 미국 의학이 발전하고, 다른 나라도 덕을 보는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너 때문에 산다

간만에 딸내미 이야기 하나.

9시가 넘었는데도 자기 싫어하는 첫째. 침대에 누워서 혼자 종알 거리길래, 방에 들어갔더니 정말 좋아하더라. 수다떨 친구가 생긴 거지.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딸램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 거리며 웃는다.

한참을 웃더니 대뜸하는 말이 ‘내가 아빠 때문에 산다.’

이어서 ‘아, 이건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말이지?’ 그러더니 또 깔깔깔, 낄낄낄.

나도 따라 웃었다. ‘그래, 내가 너때문에 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누가해도 어색한 말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 때문에 사는게 아닌가.

#가정의달에는서로사랑을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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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http://www.publicdomainpictures.net/download-picture.php?adresar=140000&soubor=stick-family-1449578741cAV.jpg&id=139335)

 

트럼프와 모순의 힘

지난 주말 NYT에 재미있는 기사가 두개 실려서 소개한다.

첫째는 지금까지 트럼프의 정치적인 입장의 변화를 그래프로 정리한 기사이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2000년에는 총기규제를 찬성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올 3월 공화당 후보 토론회에서는 총기 규제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예전에 전국민 의료보험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있으나, 올해 들어서는 의료산업을 자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한다. 정치인 이전의 트럼프는 진보적인 입장을 지지했으나, 공화당 유력주자가 되고서는 보수적인 발언을 자주 한다.

트럼프가 대권에 도전하면서, 정치적인 견해를 바꾼 것일까. 트럼프의 말을 듣다보면 그의 말바꾸기가 정치관의 변화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정도가 심하다. 그는 모순된 말을 하는데에 거리낌이 없다. 예를 들자면, NYT 기사에서도 정리했듯이, 그의 낙태에 대한 발언은 모순 그 자체이다. 정치인이 되기 이전인 1999년에 그는 낙태를 찬성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올해 2월 22일 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낙태 반대론자로 견해를 바꾸었다고 했다. 이어서 3월 30일 그는 MSNBC에서 낙태하는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경한 발언을 한다. 그리고 같은 날 그는 캠페인 웹사이트에 여성은 피해자이고, 의사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 진짜 트럼프의 입장인가.

또, 그는 히스패닉은 잠재적인 범죄자들이기에 국경에다가 벽을 세워야 한다고 꾸준히 말해 왔다. 그러나, 며칠전에 그는 타코를 먹으면서 ‘I love hispanic!’ 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히스패닉을 어떻게 생각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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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모순된 행동이 유권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지금 미국 대선 상황을 보면 크게 두부류로 나뉜다. 첫째 부류는 트럼프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 그리고 다른 부류는 그의 말의 진위 여부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를 더 확고히(!) 지지한다. 나는 두번째 부류의 사람들의 반응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 기사는 모순의 힘을 이야기하며 두번째 그룹의 심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의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모순의 힘을 적극 활용한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며칠전에 나는 미디어가 과학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포스팅한 적 있다. 요약하자면, 미디어가 과학 연구를 가십거리로 전락시켰고, 또한 상호 모순적인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예를 들자면, 한 뉴스는 커피가 암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보도하고, 다른 뉴스는 커피가 암의 원인이 된다고 보도.) 대중의 인식 속에서 과학을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이다. 대중은 그저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다가 쓰면 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커피가 암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커피가 암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칼럼에 따르면, 유사한 일이 트럼프 지지자에게도 일어난다. 첫번째 부류가 아닌, 그러니까 그의 언행이 거슬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트럼프의 모순된 행동이 오히려 그를 신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모순된 언행을 반복하게 되면 대중은 결국 그 중에서 본인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하여 믿게 되는 확증편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디어를 통해 명성을 얻은 celebrity이다. 그는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언행이 모순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있게 주장을 펼치는가, 그것을 어떻게 이슈로 만드는가 이다. 미디어 세상에서는 대중이 듣기 좋은 이야기를 선정적으로 자신있게 이야기해서 이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진실인가 아닌가는 그 다음 문제이다.

모순은 일관성이라는 가치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일단 모순의 힘을 사용해서 일관성의 가치를 흔들어 버리면 정책이나 방향성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대중에게 일관된 가치가 없어지게 되면 그자리에 남는 것은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의 발언을 따르게 된다. 나는 한 인물이 카리스마로 대중을 장악하는 상황보다는 다양한 견해들이 충돌하여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