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별 선호 티비프로그램

뉴욕타임스 기사를 하나 공유한다.

정치를 떠나서 문화적으로도 미국이 얼마나 양극화 되어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 도시화 비율 높은 동부와 서부, 흑인 비율이 높은 남부, 시골이 많은 나머지 지역에서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다르다.

동부와 서부에서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모던패밀리, 빅뱅이론, 왕좌의 게임 같은 쇼들이다. 한국 사람들이 미드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프로그램들. 한국인들에게 미국 사람들의 이미지는 동부와 서부의 모습이 전부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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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시골이 많은 나머지 지역은 ‘덕 다이너스티’ 나 ‘댄싱 위드 더 스타’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다. 예전 보스가 전형적인 오하이오 러스트 벨트 출신 50대 백인 아저씨 였는데, 덕 다이너스티의 팬이였다.

궁금해서 몇번 봤었다. 무슨 재미로 보나 싶더라. 루이지애나의 시골 백인 남성들이 주인공인 리얼리티 쇼인데, 사냥을 가거나 아니면 하루 종일 총기 이야기나 수꼴 스런 잡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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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 구분되는 지역은 흑인들이 많이 사는 남부 지역. 이쪽은 흑인 취향의 쇼들이 인기인데, 이를 테면 힙합 음악드라마 ‘엠파이어’나 아님 킴 카다시안의 리얼리티쇼가 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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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즐겨보는 티비 프로그램과 정치 선호도가 거의 일치한다. (예전 보스는 ‘덕 다이너스티’의 팬이기도 하고 트럼프 지지자 이기도 했다.)

The Road by Cormac McCarthy

샌프란 출장 중에 집어든 소설이다. 2007년 퓰리처 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시간이 넉넉할 것이라 생각해서 책을 몇권 들고 왔는데 피곤해서 많이 읽지는 못했다. 반 정도 읽은 시점에서 메모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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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은 단순하다. 큰 전쟁 이후 인류 문명은 완전히 무너진다. 모든게 불타버리고 재로 덮인다. 한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남쪽으로 향한다. 암석이 얼어 붙어 깨질 정도로 춥고 하늘은 항상 잿빛이며 모든 것이 젖어서 눅눅하다. 굶주린 무법자들이 언제 덮칠지 모른다. 그들은 사람을 잡아먹는다. 아버지와 아들에게 먹을 것은 항상 부족하다.

여러 가지 결로 읽힐 수 있는 소설이지만 내게 이책은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부분만 옮긴다. 번역본이 없는 관계로 원문을 그대로 옮긴다.

Can I ask you something? he said.
Yes. Of course.
Are we going to die?
Sometime. Not now.
And we’re still going south.
Yes.
So we’ll be warm.
Yes.
Okay.
Okay what?
Nothing. Just okay.
Go to sleep.
Okay.
I’m going to blow out the lamp. Is that okay?
Yes. That’s okay.
And then later in the darkness: Can I ask you something?
Yes. Of course you can.
What would you do if I died?
If you died I would want to die too.
So you could be with me?
Yes. So I could be with you.
Okay.

인생의 한 챕터를 겪고 나서 그런 다음에야 이해가 가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굳이 자세한 설명이 없어도 말 몇마디와 행동만 봐도 등장인물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아버지가 되는 경험은 인생의 그런 한 챕터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세 사람이다. 삼주 정도 떨어져 있으니 그 무게를 더욱 느낀다.

내가 남자다운 사람인가? 남자다움을 내 영역을, 내 가족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자세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그다지 남자다운 편이 못된다. 모름지기 수컷이라면 쥣뿔도 몰라도, 자기는 속으로 곪아들어가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는 법이다. 때로는 그런 모습이 치기로도 나타나고, 때로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도 나타난다. 나는 반대로 약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편이다.

작년 여름 그런 무게를 느낀 적이 있다. 몇년 만에 한국에 돌아갔더니 양가 부모님들이 부쩍 늙으셨다. 어떤 구체적인 상황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이제 내가 누군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되야 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남자가 늙는 것은 물리적인 나이가 상관이 없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되면 그때부터 훌쩍 늙기 시작한다. (그 시점은 은퇴를 전후 할 때가 많다.) 장남이지만 그다지 무게를 못느끼고 살았던 나는 태평양을 건너왔고 부모님들은 그새 나이가 드셨다.

삼주 동안 샌프란에 와있는 동안 십개월 된 작은 딸내미가 아팠단다. 중이염으로 열이 꽤 올랐다고. 큰애는 잔병치레를 한일이 없었는데 작은애는 종종 아프다.

큰애도 이번에는 유난히 아빠를 찾았다고 한다. 처음 며칠은 아빠를 생각하며 울었다고 한다. 그런데 꼭 세수를 하기 전에만 울었다고. 울고나면 다시 세수를 해야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웃기는 녀석이다.

애들한테도 애들 엄마한테도 그다지 잘해준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내 빈자리를 느끼는 사람이 지구상에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출장 중에 샌프란시스코 시티 투어 – City Lights book store, Blue Bottle, and In-N-Out

City Lights book store and Cafe Trieste known as meeting places for Beat movement writers such as Ginsberg, Kerouac, and Ferlinghetti


Blue Bottle coffee shop known as Apple Inc. of coffee house

 

And In-N-Out

또다른 잊혀진 전쟁터, 예멘

뉴욕타임스 사진 및 동영상을 공유한다.

아낙들이 잡동사니를 끌어모아 요리를 한다. 한국에서 전쟁통에 꿀꿀이죽이 저런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끼나 두끼 분량 쯤 될까. 그래도 허기를 덜고자 오십여명이 모였다. 먹거리는 천진한 아이들을 웃게 만든다.

예멘이나 남수단 같은 나라가 시리아에 비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쪽 동네 사람들은 시리아에서 처럼 유럽으로 건너갈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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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Reuter

짧은 근황: 택배 상하차 일용직 근로 체험중

한동안 페북이 뜸하기도 했고, 요즘 지내는 얘기를 잊기전에 메모도 해둘 겸 해서 몇자 남긴다.

이번주 월요일 부터 샌프란시스코에 와있다. 우리회사는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가 피크 시즌이라 일손이 딸리는데 사무직 직원들도 일부를 뽑아서 일을 시킨다.

사실 사무직 직원들을 일시키려면 항공료도 지원해줘야 하고 호텔비까지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 일것 같긴 하지만 현장을 경험 시킨다는 명목도 있고 해서 매년 몇백명씩을 ‘Ready Team’으로 뽑아서 보낸다. 올해는 내 차례.

평소에 육체 노동을 안하는 사무직이라고 해서 그다지 봐주는 건 없다. (오히려 더 힘들게 굴린다) 주 6일에 12시간씩 트레일러에 택배 상자를 싣고 내리는 일을 한다. (여기 알바는 한 4~5시간 하다가 간다.)

울회사가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회사라서 그렇기도 하다. 순익이 7조원이 넘는 대기업이지만 CEO부터가 택배 배달원으로 시작하는 회사라 한번쯤은 상하차 경험을 해야한다는 유무형의 압력이 있다.

올해는 샌프란쪽에 인력이 부족해서 당일(!) 연락을 받고 밤비행기를 타고 날라왔다. (미안해요 마눌님.) 이 상하차 작업이란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막노동에 가까운 일이고 12시간을 일하다 보니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게다가 나는 야간 쉬프트라 수면 패턴도 엉망…)

한 이삼일은 죽을 것 같아서 도망칠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더라. 어쨌든 버티다 보니 몸이 적응 되면서 요령도 생기고 근육도 붙어서 그럭저럭 할만해 졌다. 그래도 아직까지 가구나 타이어를 짐으로 부치는 사람들은 원망스럽다. (아~ 카페트나 덤벨 부치는 사람도…)


(image source: http://www1.pictures.zimbio.com/gi/UPS+Bustles+During+Busiest+Package+Delivery+rVf5NUB1SDEl.jpg)

하나 좋은 소식은 살이 쭉쭉 빠져서 가져온 바지가 헐렁해서 못입을 지경이라는 거. 역시 내가 미국와서 살찐 건 나이나 음식 때문이 아니라 운동 부족이었던 듯.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이제는 같이 일하는 짐꾼들과도 그럭저럭 말을 트고, 문신한 흑인들과도 서로 bro라고 부르며 지내고 있다. 사실 여기서 며칠 구르면 옷차림이나 행색도 비슷해져서 그다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육체노동을 계속 하다보면 생각이 단순해 지는데, 우선은 먹는 거에 민감해진다. 그날 메뉴가 뭔지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될지 몰랐는데, 트레일러 한차를 박스로 가득 채우면 뿌듯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이렇게 길들여 지는 것일까??) 휴식과 일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맺고 끊음이 없는 사무직 일과는 확실히 다르다.

택배 상하차가 힘든 일이지만 여자도 근근히 보이고 (미국은 여자라고 살살 일하고 그런 것도 없다.) 고등학교 갓 졸업한 흑인 틴에이져 부터, 틈만 나면 댄스를 하는 히스패닉 청년, 트럭 운전을 하다가 은퇴한 오십대 백인 아저씨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대학나왔다거나 아틀란타 본사에서 왔다거나 사무직이라고 말해봐야 별의미가 없어 그냥 초짜입니다 라면서 섟여서 지내는 중이다. 나는 여기서 그냥 미스터 아틀란타다.

그렇게 열두시간을 일하고 숙소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잠이들기에 이런저런 글을 올리는 것도 사치스런 일이 되었다.

와중에도 감사할 일이 참으로 많다. 그중 하나는 앞에서 말한데로 살빠지고 근육이 붙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내 감사에는 딸래미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가끔 딸램과 이야기 하다보면 내가 아들이고 따님께서 부모인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통화할 때마다 아픈데는 없냐, 일은 안힘드냐, 눈치봐서 살살해라고 이런저런 (잔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

나중에 아이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다. 내가 샌프란으로 가고서 딸래미가 그렇게 아쉬워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빠한테 내가 가진 용돈이라도 좀 손에 지워 줄 껄 하더랜다. 아무래도 샌프란 가면 돈이 좀 필요할 텐데라면서…

일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사가야겠다.

쫓겨난 사람들 (Evicted)

뉴욕타임스 2016년 올해의 책 10 리스트에 오른 책인데,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나 보다. 반가워서 공유.

쫓겨난 사람들 : 도시의 빈곤에 관한 생생한 기록 (YES24 책 링크)

도시 빈곤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좋은 책일 듯.

아래는 뉴욕타임스 서평 링크

Matthew Desmond’s ‘Evicted: Poverty and Profit in the American City’ (NYT, 2월 26일자)

남수단: 계속되는 비극

작년 이맘때 올렸던 포스트.

남수단 내전과 이산가족 이야기 (2015년 12월 2일 포스트)

현재 시리아보다 더 노답인 나라가 남수단이다. 게다가 여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쟁 지역이기에 더 암담하다.

작년과 달라진 상황은 공식적으로는 내전이 끝났다는 것이다. 누에르족 출신 부통령은 쫓겨나고 해외로 망명 했다. 둥가족 출신 부통령이 세워졌으나, 인종청소 같은 막장 상황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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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wikipedia

 

뉴욕타임스 선정 2016년 올해의 책 10권

The 10 Best Books of 2016 (NYT, 12월 1일자)

10개의 리스트 중에서 관심가는 책을 4개 꼽아보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가 올해의 책에 포함되었다. 아무래도 한국 작가 책이라 눈길이 간다.

The Underground Railroad By Colson Whitehead

실제로 있었던 노예 해방 단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대한 소설이다. 이 책은 올해 오바마가 휴가 때 읽었다고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올해 전미 내셔널 북 어워드 소설 부문 수상작이기도 하다. 흑인 노예는 항상 미국에서 원죄처럼 다뤄지는 주제이다.

At the Existentialist Café: Freedom, Being, and Apricot Cocktails By Sarah Bakewell

몽테뉴의 전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썼던 사라 베이크웰의 책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한글로도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다. 몽테뉴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라 베이크웰도 들어본 일이 있다. 철학 관련 책은 NYT 리스트 중에 이 책이 유일한 데다가 하이데거, 사르트르, 카뮈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동시대에 살았던 이야기를 전기 형식으로 담았다니 어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Dark Money: The Hidden History of the Billionaires Behind the Rise of the Radical Right By Jane Mayer

탐사보도 전문 뉴요커 기자 Jane Mayer가 미국 금권정치 plutocracy에 대해, 그리고 코크 브라더스에 대해 파헤친 흥미로운 책이다. 올초에 발간되어 꽤나 반향을 일으켰는데, 미국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 할 듯.

이 책 관련해서 올 초에 포스팅을 올렸었다. 링크.

이상이 2016 NYT 북 리스트에 관한 수다고 2015년 리스트에 관한 포스트는 아래 참조.

뉴욕타임스 선정 2015년 10 best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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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영국경제

여행 중이긴 하지만, 뉴스를 챙겨보는 건 습관이다. 오늘은 영국에 나름 중요한 경제뉴스도 있고 해서 짧게 감상을 남긴다. 영국에 있는지라 아무래도 영국 뉴스에 관심이 생겨서리…

여행중이라 꼼꼼히 뉴스를 읽을 여유도 없고 영국 경제를 잘 모르기도 해서 그냥 감상 수준의 잡담이다.

BBC 뉴스를 틀어보니 아침부터 신임 하몬드 재무장관의 추계보고서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추계보고서는 3년치 정부 지출 규모와 영국 경제 전망을 국회에 보고하는 행사이다. 보통은 4월에 있는 budget 보고가 더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첫 보고인지라 나름 의미가 있는 보고.

관련해서 bbc 뉴스 링크

Autumn Statement: Hammond defends post-Brexit economy forecasts (11월 25일자)

이번 보고서를 두가지로 요약하면, 향후 영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그리고 재정정책이다.

하몬드 재무장관의 보고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는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 전임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2017년 2.2%, 2018년 2.1%로 경제성장을 전망했으나 하몬드는 이를 1.4%, 1.7%로 낮춰 잡았다. 그만큼 브렉시트의 그늘이 짙다는 이야기. 이에 영국 정부의 빚부담은 증가하게 되었는데 관련 도표는 아래 참조.

당연히 브렉시트를 찬성했던 측에서는 이 전망이 너무나도 비관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어 브렉시트 찬성파였던 John Redwood 의원 같은 사람은 하몬드의 GDP 예상치가 너무 낮고 정부 부채 증가량 예상치가 너무 높다고 했다. 또 브렉시트 찬성파 Daily Mail도 오늘 일면기사 제목을 ‘So much for Mr Gloomy.’ 라고 냈다. 마침 오늘 여행중에 Tesco에 들릴 일이 있어서 Daily Mail 표지를 사진으로 찍어 뒀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브렉시트 진행 이후에도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EU 물량이 영국 수출의 절반이다. 영국이 EU 단일 시장을 잃으면 아무리 파운드가 떨어졌다해도 수출에 타격이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게다가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고… 아무래도 서민층에 직접 타격이 갈 수 밖에 없다. (신임 총리 테레사 메이가 JAM, just about managing이라고 칭한 600만명의 저소득 노동자들에게는 특히나 더 그렇다.)

다음은 재정 정책이다. 아무래도 트럼프 이후, 세계적으로 재정정책이 트랜드인 것 같다. 하몬드의 보고서에는 230억 파운드의 추가 인프라 투자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하몬드의 추가 인프라 투자에도 내년 성장률은 하락 할 것이 예상되긴 한다.

어쨌든 그의 계획대로라면 전임자가 약속한 2020년 영국 재정 흑자 전환 계획은 좀더 뒤로 밀려나게 된다. 긴축재정은 물건너 갔다. 그래서 시장은 재정정책을 긍정적으로 보았고, 파운드는 강세로 돌아섰다.

하나 흥미로운 것은 하몬드의 성향이다. 그는 사실 정치색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카리스마도 없는 실무형 인재로 심지어 별명이 spreadsheet Phil일 정도이다. 엑셀 전문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재미 없는 사람에게 다소 모험적인 재정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할 책임이 주어졌다.

오히려 카리스마 있는 사람으로 꼽혔던 건 전임인 조지 오스본이었다. 카메룬 총리 아래서 그가 긴축재정을 시도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다. 개인적으로 이런게 참 재미있다. 어쩌면 역사는 이런식으로 우리에게 농담을 던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미국 의료 개혁, 이제 트럼프 차례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딴나라 의료 시스템 이야기지만, 어쨌든 미국은 다시 오바마케어 이야기가 시끄럽다.

그 발단은 지난 주말 트럼프가 WSJ 인터뷰에서 한 말. 트럼프가 다시 봤더니 오바마케어에도 쓸모있는 부분이 있더라는 발언을 했다. 그가 말한 쓸모 있는 부분은 기존 병력이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암투병 경력이 있다던가…)을 보험에서 받아주는 부분이다.

일단 하나만 짚고가자. 한국 사람들이 미국 의료보험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이 의료보험의 역할이다. 쉬운 말로 바꾸면, 그렇게 비싼 보험료를 내는데, 병원비는 왜 또 그렇게 비싸데? 하는 의문이다.

한국에서 의료보험은 아무래도 ‘보험’이라는 의미보다는 ‘세금’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금’을 냈는데, 또 엄청난 비용이 드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그러나 미국에서 의료 보험은 정말로 ‘보험’이다. 한국에서도 의무로 들어야 하는 자동차 보험이랑 비슷한 역할을 한다. 자동차 보험을 든다고 해서, 경미한 사고까지 수리비가 커버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말로 감당 못할 사고가 터지면 그제서야 필요한게 보험이다. 평소에는 아깝지만 그야말로 ‘보험’ 차원에서 들어두는 거다. (그렇지만 사람이 차하고 같나. 아픈데 돈때문에 병원을 못가는 일은 그렇게 수지타산으로 만 생각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보험업계가 겪는 정보비대칭의 문제가 오바마케어에도 똑같이 있다. (여담이지만 올해 수능에 보험과 정보 비대칭 이야기가 지문으로 나왔단다. 내 포스팅들만 열심히 읽어도 쉽게 풀수 있었을 텐데… ^^)

관련 포스트

경제이론 시리즈: 정보 비대칭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돈이 많이 드는 암투병 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구별해서 보험료를 책정하는게 유리하다. 아니면 아예 아픈 사람들을 보험을 안받는 다던지…

그런걸 금지한게 오바마케어의 한 축이다. 환자가 아프다고 보험에서 거절할 수 없다. 당연히 환자들도 좋아할 거고. (환자라고 쓰고 유권자라고 읽는다.) 트럼프가 오바마케어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한게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되면 보험업계가 타산이 맞질 않는다. 그래서 ‘의무가입’ 조항이 들어가는 것이다. 오바마케어에서 욕을 가장 많이 먹는 부분이다. 당연히 현재 건강하고 병원 갈일이 없는 사람들은 보험료가 아까울 수 밖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에선 의료보험이 세금이 아니라 보험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다.

결국 보면, 이 두축은 같이 가는 것이다. 만약 인기가 좋은 부분만 하고 보험업계의 수지를 맞춰주지 않으면, 나라의 보조금으로 이를 메워주어야 한다. 이건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니까 공화당이 싫어한다.

의무가입, 정부 보조금, 가입거부 금지 세가지는 그래서 오바마케어의 세축인데, 그중 좋은 부분만 떼어서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는 아래의 VOX 기사에서 만화로 잘 설명했다.

This cartoon explains why donald trump can’t take the popular part of Obamacare and leave the rest (Vox, 11월 17일자)

사실 오바마가 처음부터 의무가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하고 토론할 때, 오바마는 의무가입은 없이 의료개혁을 하려했다.

관련기사

It was Clinton vs. Obama on health care (NYT, 2007년 11월 16일자)

그러나 결국 그 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오바마가 계획을 수정한다.

따지고 보면 오바마케어가 완전히 무에서 출발한 것도 아니다. 원래는 밋 롬니가 매사추세츠에서 의료개혁을 할 때 시도했던 모델을 일부 차용했다. 롬니 역시 처음에는 의무가입 조항을 넣지 않았고, 이에 보험사들이 수지를 맞추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결국 롬니도 당시 의무가입 조항을 넣는 방향으로 수정을 했다.

어쨌든 그건 다 옛날 얘기들이다. 이제 정말 의료개혁은 트럼프의 손에 달렸다. 아웃사이더 입장에서야 이러쿵 저러쿵 비난만 하기는 쉽지만 직접해보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트럼프의 의료 개혁은 폴 라이언의 안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안대로라면, 보험 가입 강제를 하지 않고 대신에 세금공제를 해준다. 세금공제는, 다들 알겠지만, 조세저항을 낮추는데에는 효과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감세와 유사한 정책이다. 게다가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이 더 돌아가는 방식이다. 부자 감세라는 공화당의 기조와 일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working class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익에는 반대한다.)

복잡하고 꼬인 미국 의료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한번 정리한 적이 있다. (아래 링크 참조) 오바마가 의료개혁을 추진할 때도 공화당에서는 민주당 잘되는 모습이 보기 싫어 반대를 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Healthcare, again (5월 17일자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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