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모순의 힘

지난 주말 NYT에 재미있는 기사가 두개 실려서 소개한다.

첫째는 지금까지 트럼프의 정치적인 입장의 변화를 그래프로 정리한 기사이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2000년에는 총기규제를 찬성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올 3월 공화당 후보 토론회에서는 총기 규제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예전에 전국민 의료보험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있으나, 올해 들어서는 의료산업을 자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한다. 정치인 이전의 트럼프는 진보적인 입장을 지지했으나, 공화당 유력주자가 되고서는 보수적인 발언을 자주 한다.

트럼프가 대권에 도전하면서, 정치적인 견해를 바꾼 것일까. 트럼프의 말을 듣다보면 그의 말바꾸기가 정치관의 변화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정도가 심하다. 그는 모순된 말을 하는데에 거리낌이 없다. 예를 들자면, NYT 기사에서도 정리했듯이, 그의 낙태에 대한 발언은 모순 그 자체이다. 정치인이 되기 이전인 1999년에 그는 낙태를 찬성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올해 2월 22일 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낙태 반대론자로 견해를 바꾸었다고 했다. 이어서 3월 30일 그는 MSNBC에서 낙태하는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경한 발언을 한다. 그리고 같은 날 그는 캠페인 웹사이트에 여성은 피해자이고, 의사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 진짜 트럼프의 입장인가.

또, 그는 히스패닉은 잠재적인 범죄자들이기에 국경에다가 벽을 세워야 한다고 꾸준히 말해 왔다. 그러나, 며칠전에 그는 타코를 먹으면서 ‘I love hispanic!’ 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히스패닉을 어떻게 생각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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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모순된 행동이 유권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지금 미국 대선 상황을 보면 크게 두부류로 나뉜다. 첫째 부류는 트럼프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 그리고 다른 부류는 그의 말의 진위 여부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를 더 확고히(!) 지지한다. 나는 두번째 부류의 사람들의 반응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 기사는 모순의 힘을 이야기하며 두번째 그룹의 심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의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모순의 힘을 적극 활용한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며칠전에 나는 미디어가 과학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포스팅한 적 있다. 요약하자면, 미디어가 과학 연구를 가십거리로 전락시켰고, 또한 상호 모순적인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예를 들자면, 한 뉴스는 커피가 암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보도하고, 다른 뉴스는 커피가 암의 원인이 된다고 보도.) 대중의 인식 속에서 과학을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이다. 대중은 그저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다가 쓰면 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커피가 암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커피가 암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칼럼에 따르면, 유사한 일이 트럼프 지지자에게도 일어난다. 첫번째 부류가 아닌, 그러니까 그의 언행이 거슬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트럼프의 모순된 행동이 오히려 그를 신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모순된 언행을 반복하게 되면 대중은 결국 그 중에서 본인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하여 믿게 되는 확증편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디어를 통해 명성을 얻은 celebrity이다. 그는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언행이 모순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있게 주장을 펼치는가, 그것을 어떻게 이슈로 만드는가 이다. 미디어 세상에서는 대중이 듣기 좋은 이야기를 선정적으로 자신있게 이야기해서 이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진실인가 아닌가는 그 다음 문제이다.

모순은 일관성이라는 가치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일단 모순의 힘을 사용해서 일관성의 가치를 흔들어 버리면 정책이나 방향성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대중에게 일관된 가치가 없어지게 되면 그자리에 남는 것은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의 발언을 따르게 된다. 나는 한 인물이 카리스마로 대중을 장악하는 상황보다는 다양한 견해들이 충돌하여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선호한다.

 

미디어가 과학을 소비하는 법, 그리고 그 폐해

“Science is by its nature imperfect, but it is hugely important.”

블로그에서도 몇번을 언급했지만, 나는 John Oliver쇼의 애청자이다. 지난 주말 방송은 그중에서도 베스트로 꼽을만 했다. Vox에서 지난 주 에피소드를 소개하길래 공유한다.

John Oliver exposes how the media turns scientific studies into “morning show gossip” (Vox, 5월 9일자)

존 올리버도 언급하지만, 오늘날 미디어가 과학을 소비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가십 위주이다. 이를테면, 커피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든가, 방귀가 암예방에 도움이 된다든가 등등…

미디어의 가십위주 과학 소비는 대중의 인식 속에 과학을 흥미거리로 전락시켰을 뿐 아니라,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뉴스를 듣다보면 도대체 커피가, 포도주가, hug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자기 편한대로 끌어다가 믿어버리면 된다.

이는 대중이 유사과학을 맹신하게 하는 부작용마저 만들고 있다. ‘기후 변화는 거짓이다’나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 같은 터무니 없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과학적으로는 유의성이 약한) 이야기가 최근 힘을 얻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두가지 명제는 이미 과학자들 사이에서 거짓이라는 과학적 공감대 scientific consensus가 형성되어 있는 바이다.

“No! No, no, no, no, no, no, no, no! In science, you don’t just get to cherry-pick the parts that what you were going to do anyway. That’s religion. You’re thinking of religion.”

다시한번 깊이 공감하게 되는 John Oliver 이야기. 과학은 종교가 아니다. 대중은 ‘섹시’한 결론만을 듣고 싶어하지만, 과학은 느리게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되어 가는 과정과 방법론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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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Americans See Gains in Life Expectancy (NYT)

어제 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내에서 흑인의 기대수명과 백인의 기대수명의 차이가 줄고 있다고 한다. 한가지 요인은, 약물 중독과 자살로 백인의 기대수명이 주는 추세 (관련해서 이전 포스팅, NYT 관련 기사) 때문이다. 그러나, 흑인의 기대수명이 느는 것도 확실한 추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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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것은 단순히 몇가지 이유로 설명하기엔 복잡한 측면이 있겠지만, 기사에서는 1) 메디케어, 메디캐이드로 인해 흑인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늘었고, 2) 흑인의 흡연인구 감소로 인한 폐암 사망률 감소, 3) 흑인 사회에서의 폭력 범죄 감소, 4) 영아 사망률의 감소 등을 원인으로 언급하고 있다.

물론 폭력 범죄의 감소는 흑인 남성 수감자의 증가 (관련해서 이전 포스팅, NYT 기사) 때문인지 핑커교수의 지적처럼 인류의 폭력 성향의 감소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좋은 소식.

단견이긴 하지만, 기사에서 든 네가지 원인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 국가의 기대수명을 늘리는 것은 의학의 발전도 있지만, 사회의 공중보건, 치안, 교육 수준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다.

관련 NYT 기사

This free online encyclopedia has achieved what Wikipedia can only dream of

인터넷 세상은 정보의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기사는 온라인 백과사전의 모범으로 ‘스탠포드 철학 백과사전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를 소개한다. (백과사전 링크)

캡처

This free online encyclopedia has achieved what Wikipedia can only dream of (Quartz, 2015년 9월 21일자)

오픈소스 백과사전인 SEP가 authoritative, comprehensive, up-to-date 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어떻게 잡았는지. 위키피디아와 어떻게 다른 길을 걸어왔는지. 흥미진진하게 잘 보여주는 기사.

기사 내용도 내용이지만, 깔끔하고 쉽게 그러면서도 깊이있게 잘쓴 영문 기사 자체도 멋져서 공유.

왜 다이어트는 우리를 살찌게 하는가?

애초에 살을 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오히려 살만 더찌고 건강만 해친다고 한다. (아래에 어제일자 NYT 기사 참조)

참고로 며칠전 NYT에서 살빼기 리얼리티쇼 ‘The Biggest Loser’의 참가자들의 다이어트 이후를 조사한 기사를 냈다.

요약하자면, 참가자의 대부분이 6년 후에는 원래 몸무게로 돌아왔으며, 몸무게를 유지한 경우도 체중 유지를 위해서 일반인 보다 훨씬 적은 양을 먹고 있다는 것. 원인은 그들의 신진대사량과 식욕을 제어하는 호르몬인데, 신진대사량을 재어보니, 비슷한 체형의 사람들보다 하루에 200-800 칼로리 정도 적었다고 한다.

캡처

오늘 칼럼을 기고한 Aamodt 박사에 따르면, 그것은 당연하다고. 살빼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고 호르몬의 문제라고 한다.

설사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해도, 1- 6년 정도 길게 보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고 결국은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거나, 심지어는 더 찌게 된다고 한다. (관련 사례는 기사 참조) 이유는 스트레스와 폭식. 그녀는 오히려 다이어트가 살을 찌운다고 주장한다. 천천히 빼고 빨리 빼고는 별 상관이 없다고.

물론 어떤이에게는 다이어트가 미관상의 이유가 아닌 건강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주장에 의하면 비만보다, 운동부족, 고혈압, 흡연, 저소득, 외로움 같은 요인이 건강에는 더 해롭다고 한다.

그러니까 결론은 애초에 불가능한 다이어트에 힘빼지 말고, 차라리 건강한 습관을 들이는 데에 집중하자는 이야기. (꾸준한 운동, 건강한 음식 먹기 등등…) 이게 체중 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설혹 안되더라도 건강하게 사는데 보탬이 된다고…

찾아보니 관련한 TED 강연과 책도 있다. 책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고, ebook으로는 볼 수 있는 듯 하다.

TED링크(한글자막)

책: Why Diets Make Us Fat: The Unintended Consequences of Our Obsession With Weight Loss (6월 7일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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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 어쨌든 우울하다. 그럼 나는 배나온 채로 계속 살아야 한단 말인가. 꾸준한 운동과 건강식 먹기는 다이어트 보다 힘들던데. ㅠㅠ

공화당 경선 정리: 트럼프와 크루즈

Disclaimer: 페북에 지인들과 댓글로 수다 떤 내용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수정없이 이곳에 저장합니다. 저는 미국 정치에 조예가 없습니다. 자료도 근거도 빈약합니다. 그저 어디서 줏어들은 이야기를 옮겼을 뿐이니 과도한 신뢰나 비난은 삼가주세요. 다 그냥 감으로 하는 이야기고 정밀하게는 학자나 전문가들이 퀀트/퀄 분석을 하겠죠.

Q: 최근 트럼프가 힐러리를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던데.

A: 최근에 Rasmussen이라는 곳에서한 여론 조사가 그렇게 나오긴 했는데, outlier로 보시는게 맞을 것 같아요. 그 outlier를 말하는게 좀더 선정적이고 기사감이 되는지라, 한국 언론은 그 결과만 언급하더군요. 저는 huffpost pollster를 참고합니다. 거기 차트는 여러 여론 조사를 취합해서 이동평균으로 추세선을 그리거든요. 링크는 아래를 참조하세요.

2016 General Election: Trump vs. Clinton (실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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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기준)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면, 미국 선거는 전체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승자독식 선거제 때문에 스윙 스테이트 결과가 더 중요합니다. 전체 지지율은 물론이고, NYT 분석대로 주별로 자세히 보면, 스윙스테이트서도 대부분 힐러리가 확실히 우세한지라, 이리봐도 저리봐도 아직은 트럼프가 큰차로 뒤지는 것이 맞습니다.

Q: 힐러리 이메일 수사나 향후 다른 스캔들이 생길 변수는?

A: 트럼프가 넌지시 이메일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벌써부터 힐러리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긴 하더군요.

사실 작년에 있었던 벵가지 청문회도 공화당에서 힐러리를 잡기위해 준비한 회심의 카드였다고 들었습니다만, 당시는 케빈 맥카시가 뻘짓을 하고 공화당 조사위원회도 어설프게 준비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힐러리만 득을 봤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눙치면서 받아치는데 능숙한 힐러리의 강점이나 풍지박산난 요새 공화당 상황으로 보면 대단한 내용이 아닌 이상 큰 흠집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힐러리는 르완스키 스캔들 때부터 청문회와 언론 다루기를 경험해온 사람입니다.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는 건 몰라도 터프하게 방어하는 데에는 충분한 단련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결과야 그 때 가봐야 아는 거 겠죠. 정말 대박 껀이 있다면야 아무리 힐러리라도…

아래 기사는 벵가지 청문회가 끝나고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Blow가 올린 기고문입니다.

Q: 트럼프와 개신교/천주교 표심의 연관성은? 트럼프의 인기가 개신교의 반발작용인지?

A: 천주교는 잘 모르겠고요. 트럼프 지지자들 중에서 보수 복음주의자 기독교인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예전에 제가 한번 정리글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NYT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의 인기가 높은 지역은 인구 구성으로 봤을 때, 보수 복음주의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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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럼프가 보수 복음주의자를 대변했다고 보기에는 좀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원래 아주 세속적인 사람이고, 옛날부터 낙태를 찬성해왔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물론 선거가 본격적으로 돌입한 이후에는 기독교계의 표를 의식하여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기는 합니다.

오히려 보수 복음주의자의 표심을 대표하는 인물은 테드 크루즈 입니다. 그는 남침례교 목사의 아들이라 교회 문화에 익숙하고, 유세도 잘 들어보면 부흥회 스타일로 진행합니다. 크루즈는 교회 집회를 돌아다니면서 연설을 했고, 연설 할 때 교회에서 좋아하는 부흥 단어 대신 미국의 부활을, 초대교회의 성령의 역사 회복 대신에 레이건 시대의 회복이란 단어를 사용했죠. 이에 대한 포스팅은 링크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링크

크루즈의 전략은 가능한한 모든 원리주의자의 표를 끌어드린다 였고, 종교계는 물론이고, 작은 정부 주의자, 극단적인 리버테리안 까지 지지자로 만드는데 어느정도는 성공했습니다. 그의 타협을 모르는 원리주의자 이미지는 2013년 미국 정부 셧다운 사태를 주도한 모습으로 대표됩니다. 결국 나중에는 보수 복음주의자의 표를 마이크 허커비, 벤카슨, 릭 샌트럼 같은 사람에게서 가져오는데 성공하고, 랜 폴에게서 리버테리안의 표를 가져오는데도 성공하죠.

테드 크루즈는 야망도 크고 오랫동안 선거를 준비해온 사람인데, 어떻게 보면 거슬러 올라가서 미국 보수의 대부인 배리 골드워터 라인에 충실하고, 레이건 정부에서도 급진주의로 떨어져 나온 아웃사이더에 속합니다. 오히려 부시는 온건보수에 가깝죠. 크루즈가 온건 보수의 선택을 받은 마르코 루비오를 앞서고 나중에는 온건 보수 주류인 젭부시, 밋롬니, 린지 그램 같은 사람의 지지까지 이끌어 낸걸 보면 그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하긴 했습니다.

다만 갑자기 트럼프라는 예상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선거판이 완전히 바뀐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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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제가 이해하기로는 보수 복음주의계 표심은 크루즈가 대표했지만, 복음주의자들이 동시에 저학력 백인 블루칼라 이기도 했기 때문에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태가 벌어진 거고요.

크루즈는 워낙 야심이 크고 젊은지라 다음 선거에서 또 보게될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

Button, Button by Richard Matheson

며칠전에 공포소설의 제왕 스티븐 킹을 언급한 김에 생각난 이야기.

스티븐 킹은 호러 소설로 유명하지만, 순문학도 썼고 여러장르에 걸처 다작을 한 작가이다. 그 스티븐 킹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로 리처드 매드슨을 꼽은 적이 있다. (출처) 스티븐 킹은 커리어도 리처드 매드슨과 유사하게 쌓았는데, 둘다 헐리우드에 작품이 영화화 되면서 명성을 얻었으며, 호러 소설로 유명하고, 동시에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댓다.

한국에서 리처드 매드슨은 그다지 유명한 이름이 아니지만, 영화 ‘나는 전설이다’는 한번 쯤 들어 봤을 것이다. 매드슨의 대표작이 바로 ‘나는 전설이다’이다. ‘나는 전설이다’는 좀비 장르를 탄생시킨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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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슨은 또한 TV 시리즈 Twilight Zone의 메인 작가로 유명하다. Twilight Zone은 우리나라에 ‘환상특급’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 었다. 나는 어린 시절 ‘환상 특급’을 즐겨 보았는데, 지금도 몇개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는 아이들이 자격이 없는 부모를 바꾸는 ‘Children’s zoo‘ 에피소드라든지… 꿈을 주입시켜주는 기계에서 잠을 자는 ‘Dream for Sale‘ 에피소드 라든지… (내가 알기로는 이 에피소드가 영화 토탈리콜과 매트릭스의 원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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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 매드슨이 쓴 작품 중에 Button, Button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Twilight Zone의 한 에피소드로 제작된 바 있고, 몇년전에는 ‘더 박스’라는 카멜롯 디아즈 주연의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 아쉽게도 영화는 망작이었다고.

Button, Button의 Twilight Zone TV 시리즈 버전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Button,Button

어느날 한 부부의 집에 박스가 배달된다. 그 박스 안에는 이상한 버튼과 함께 쪽지가 남겨져 있다. Mr. Steward가 곧 방문할 것이라고. 이윽고 왠 신사가 초인종을 누른다. 그 남자는 부부에게 버튼을 누르면 두가지 일이 일어날 것인데, 첫째 당신들이 모르는 누군가가 죽을 것이고, 둘째 당신들은 20만불을 받을 것이다라고 한다.

남편인 Arthur는 그 제안을 무시했지만, 부인 Norma는 계속해서 버튼을 만지작 거린다. 버튼을 만지작 거리다가 Norma는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한다.

이 버튼에 생명이 달린 사람의 삶의 무게에 대해서 논한다. 그는 어쩌면 머나먼 중국에 사는 농부, 삶에 미련이 없을 만큼 오래 산 사람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미 활력이 다 사라진 말기 암환자일 수도. 그리고 고작 버튼인데 눌러봐야 별일이 있겠나. 그리고 Arthur는 […]

(결과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글의 말미에 따로 적는다.)

스티븐 킹 말고도 갑자기 이 에피소드가 생각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최근 옥시 레킷벤키저 사태를 보면서 영국에 사는 레킷벤키저 사람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Norma의 버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실감도 안나는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다가 버튼을 누른 Norma나 레킷벤키저 사람들이나 다를게 무엇이겠는가.

Button, Button에서 Norma는 우울한 결말을 맞는다. 현실에서 레킷벤키저 사람들의 결말은 어찌 될지 두고볼 일이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마무리를 짓자. TV에서와 원작 소설은 결말이 조금 다르다. 원작소설 링크도 올려 둔다. (영어 버전) 분량도 9페이지 밖에 안되고 영어도 평이하니까 도전해볼만 하다. 참고로 원작은 매드슨이 플레이보이지에 기고한 소설이다. (험험… 플레이보이가 사진 감상 만을 위한 잡지는 아니다.)

Button, Button by Richard Matheson [PDF]

——— (여기서 부터 스포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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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버전에서 Arthur는 버튼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런데 Norma는 버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버튼을 찾는다. 그리고 고민 끝에 버튼을 누른다. 다음날, Mr. Steward가 20만불이 든 서류가방을 들고 집을 방문한다. Norma는 Steward에게 이제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Mr. Steward는 버튼은 초기화 될 것이고, Norma 부부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달이 될 것이라고 대답하고 떠난다. (허걱)

소설은 결말이 다르다. 소설에서 Steward가 제시한 금액은 20만불이 아니고 5만 불이다. 그리고 Norma가 버튼을 눌렀을 때 죽는 사람은 Arthur이다. Arthur 앞으로 남겨진 생명보험 보상금이 5만 불이었던 것이다. 전화로 Norma가 Steward에게 모르는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니었냐고 따지자, Steward는 “Did you really think you knew your husband?”라고 되묻는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뒷이야기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뒷이야기가 아닌 시작이야기.

“기이한 질환, 2006년 시작된 공포… 공기 중 떠다니는 그 무엇이 문제였다” (경향신문, 2013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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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을 연구하는 분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이 분들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봄철 괴질로 불리는 폐질환에 이유도 모르고 사람들이 죽었을테다.

세상은 자기 자리에서 할 일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돌아간다.

+ 덧: 참고로 이 기사는 3년전에 쓰여졌다. 이미 사실이 밝혀지고도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까지 삼년이 걸렸다.

A Shocking Way (Really) to Break Bad Habits

Pavlok이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어제 일자 NYT기사.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한 기계라는 데, 원리는 간단하다. 설탕섭취, 흡연, 손톱 물어뜯기등의 행동을 할 때마다 따끔한 전기 충격을 손목에다 가한다. 이름은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따왔다고. (그런데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벌주는게 아니고 밥주는 거였는데…)

창업자는 페이스북 중독을 고치려고 사람을 샀는데, 그 사람이 페북을 열 때마다 따귀를 때렸다고 한다. (헐…) 그 경험을 활용해서 아예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들었다고.

음욕이 일때마다, 허벅지를 바늘로 찔렀다는 청상과부 이야기가 생각난다. 고3시절 졸릴 때마다 샤프로 손톱 밑을 찔렀다는 어떤 선배의 전설이 생각나기도 하고.

아. 또 생각나는 이야기. 어렸을 때, 티비에서 ‘금연주식회사’라는 영화를 봤다. 나중에 찾아보니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한다. 주인공이 담배를 끊으려고 어떤 회사에 의뢰를 했는데, 첫번째 실패 때는 부인을 전기 토스트 시키고 (죽지는 않을 정도로만), 두번째는 딸을, 세번째는 부인을 강간(!), 네번째는 의뢰인의 생명을 가져간다는 무시무시한 계약을 하게된다. 그 영화가 인상 깊어서 며칠 동안 고양이 이미지가 머리 속을 둥둥 떠다녔다. (왜 고양이인지는 영화를 보면 안다. 참고로 ‘금연주식회사’는 첫번째 에피소드고 영화 제목은 캣츠아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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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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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드류 배리모어의 아이 모습은 보너스)

글쎄다, 제품이 엽기적이어서 엽기적인 이야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우리나라에 수험생 잠깨우기 용도로 팔면 장사가 잘 될런지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