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규제에 대한 미국 민주당 대권주자들의 입장들

요 며칠 미국 반독점 규제 관련 논란 포스팅을 했는데, 마침 오늘 NYT에 관련 기고문이 올라와서 공유한다. 한참 필받은 김에 메모 차원에서 한번 더…

Antitrust Returns to American Politics (NYT, 3월 13일자)

기고문은 콜롬비아 법대 교수 Tim Wu가 올렸고, 이 사람은 망중립성 논쟁에서 꽤 지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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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Wu, 1972 – )

Wu 교수가 주장하기로 현재 미국은 1912년 선거 때 대기업의 과도한 독점이 주요 쟁점이었던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내용은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현재 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반독점 규제 이슈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 정리하기 좋은 아티클.

이를테면 워렌은 반독점의 운동의 선두주자 격이고, 샌더스는 “break them up”입장이나 다만 테크 기업보다는 그 타겟이 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뉴저지의 Cory Booker도 대기업 집중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바 있다.

반면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바이든은 ‘친기업적’이다. (곧 출마선언을 할 걸로 보이긴 한다.) 아무래도 바이든은 기존의 오바마/힐러리 노선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알다시피 이쪽은 실리콘 밸리 기업인들과 꽤 친하게 지냈고… 먼 옛날의 일이지만 1970년대에도 바이든은 반독점법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좀 독특한 사람이 Klobuchar 의원인데, Klobuchar는 보통 중도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이를테면 요즘 민주당에서 인기있는 medicare for all을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반대한다.) 반독점 이슈에 한해서는 워렌과 방향을 같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리콘 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Harris는 아직 분명한 입장이 없는 상태.

반독점 규제 논란에 대해 추가 설명

한 페친분께서 어제 올린 미국 반독점규제 논란 포스팅에 대해 질문을 해주셔서 답하다가 길어져서 아예 포스팅으로 올린다.

어제 포스트 링크

근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어제 포스팅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내 페북이래야 워낙 한가로운 곳인데, 무슨일인가 생각해보니 한국도 최근 재벌 개혁 문제가 큰 화두였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더랬다.

나는 몸이 외국에 있다보니 한국뉴스를 자세히 보지는 않는 편이다. 딱히 한국 하고 연결점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미국 사는 사람 입장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든 거니까, 물건너 미국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세상 돌아가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게 떨어지지 않으니까 미국 얘기도 전혀 시의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아래는 답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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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게 읽어주시고 질문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메모를 남기면서 가볍게 언급했지만 진보측 경제학자들은, 대표적으로 Alan Krueger, 대기업들이 monopsony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고문 링크는 아래 참조)

Corporate America is suppressing wages for many workers (NYT, 2018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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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 Krueger (1960 – )

저는 개인적으로 크루거의 견해에 100% 동의도 반대도 하지는 않지만, 그에 따르면 대기업이 노동시장의 우위를 점하면서, 그리고 노조의 약화와 어우러져서, buying power로 실업률이 최저임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건 지나치게 거시적이라 긴가민가 하는 편이고, 이렇게 문제를 크게 보면 독점에 대한 논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네요. 하지만 테크 대기업의 예로 범위를 좁혀도, 실리콘 밸리에서도 실제로 타기업의 직원을 고용하지 않기로한 담합이 있었다는게 밝혀졌었죠. (물론 이도 독점범주에 들어가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말입니다.)

다른 예로는 아마존이 될텐데, 실제로 2009년에 아마존이 diaper.com을 살때, 아마존에서 기저귀 값을 저가로 내놓고, diaper.com 주가가 떨어진 후에 기업을 샀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아마존의 강점인 저가 공세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어느정도 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까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하고요. 그런 점들이 아마도 말씀하신 당장은 좋아도, 장기적으로는 찝찝한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이게 경제학적으로 보면 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어제 글에서 Bork 교수의 예를 들었는데, antitrust를 판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Bork가 말한 Consumer welfare 기준은 상황을 좀더 명쾌하게 볼 수 있게 하죠. consumer welfare가 경제학 용어인 consumer utility보다는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다른 논리로 1970년대 Harold Demsetz 교수가 말한데로 antitrust가 과하게 적용되면 시장에서의 승리를 벌하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거죠. (이 논리는 지금도 반독점 규제를 반대하는 분들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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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old Demsetz (1930 – 2019)

제 생각으로는 new brandeis movement는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대기업으로의 지나친 부의 집중이 한편으로 우려스럽지만, 또 아이폰과 페북을 즐겨쓰는 유저이기도 한걸요.

물론 저도 뉴 브랜다이즈 쪽에서 주장하는데로 지나친 기업의 집중이 경쟁을 줄이고 시장경제를 왜곡한다는 말에 솔깃 합니다. 그리고 구글/아마존/페북 같은 기업을 플랫폼 기업으로 보고, 셔먼 액트 시대 처럼 철도등의 인프라를 규제하듯이 규제를 해야한다는 아이디어도 대중에게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을 늘이는게 도대체 뭘 위한 건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건데? 철도 처럼 규제하면 결국 대체제에만 (이를 테면 도로망, 수로망) 도움을 주는 역효과 생기는 거 아냐? 하는 질문에는 정확히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정치권은 학계처럼 정밀한 검증이 필수적인 곳이 아니니까 (특히 민주당에서) 이쪽으로 아주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워렌이 있고요. 중도라인으로 Klobuchar도 반독점 법에 대해 손볼 필요가 있다고 한 적이 있죠. 다른 대선 주자 Cory Booker도 독점법이 monopsony 쪽으로는 지나치게 미흡하다는 발언을 한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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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Klobuchar (196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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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y Booker (1969 – )

얘기가 주저리 길어졌는데, 어쨌든 제 생각은 현재의 반독점 규제는 어느정도 수정이 필요하다는데에는 동의하지만 그게 얼만큼인지는 또 수정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고칠 건지 아직도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경제학의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