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특검 로버트 멀러를 해고할 수 있을까?

오늘 포스팅이 많았지만, 일도 손에 안잡히고, 시사적인 이슈는 타이밍을 놓치면 포스팅하기 머시기 해지는 지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한번 정리해본다. 나는 정치도 미국 법도 잘 모르지만, 그냥 궁금해서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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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배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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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FBI 국장 코미, 법무부 차관 Rod Rosenstein에 대해 포스팅 한 일이 있다. 물론 트럼프 러시아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하는 사람은 특검 로버트 멀러이지만 멀러를 고용한 법무부 차관 로젠스타인 역시 중요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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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포스팅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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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뉴욕 FBI 요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집과 사무실을 급습했다. 대통령의 변호사 사무실을 급습한건 보통 일이 아닌지라. 당연히 뉴욕 판사의 수색영장 발부가 있었고, (중요한 물증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 그리고 법무부 차관 로젠스타인의 최종 승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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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사실은 나도 포스팅하려고 생각했는데, 이페이지 쥔장님께 선수를 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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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쪽은 난리가 났다. 트럼프는 당장 변호인과 의뢰인의 비밀 보장 권리를 침해한다고 트윗을 날렸다. (모두 대문자로 써서 말이다.) 그리고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가 멀러 특검을 해고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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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진짜로 트럼프는 멀러를 해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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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부터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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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헌법 article 2 section 2를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중간에 삽입구를 처내고 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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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shall have power to make treaties and he shall nominate and shall appoint ambassadors, other public ministers and consuls, judges of the Supreme Court and other officers of the Unite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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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애매하게도 (원래 미국 헌법이 좀 애매한게 많다.) 해임 권한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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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해임권한에 대해 해석하는 것은 전적으로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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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한 첫번째 판례는 Meyers v. U.S.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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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당시 오레곤주 우체국장 Meyers를 해임한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Meyers는 원래 나쁜놈 이었다고. 어쨌든 관련해서 연방 대법원은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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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as natural, therefore, for those who framed our Constitution to regard the words ‘executive power’ as including the power to remove executive offic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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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판례는 1935년 Humphrey’s Executor v. U.S. ca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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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통령이던 F. D. 루즈벨트는 FTC(통상위원회) 멤버였던 험프리를 (뉴딜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해임한다. 그런데 이 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린다. 대법원이 말하기로는 공직자들은 quasi-legislative officer와 quasi-judicial officer가 있는데, quasi-legislative officer는 대통령 마음대로 짜를 수 있지만, quasi-judicial officer는 단순히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짜를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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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이해하기론, 대법원 판결은 FTC 위원은 다소 독립성/정치 중립성이 보장되는 자리임을 확인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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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어쨌든 우리의 관심인 특검 멀러 케이스로 돌아가보자. 그래서 트럼프는 멀러를 짜를 수 있을까?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법무부쪽 사람들에게는 FTC 의원과 달리 대통령이 해임할 권리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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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짜르는 게 안되더라도 (멀러를 고용한건 법무부 차관 로젠스타인이다.) 로젠스타인에게 짜르라고 명령할 수 있고, 로젠스타인이 거부하면 로젠스타인을 짜르고 후임자에게 멀러를 짜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법무부 장관 제프 세션스에게 명령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어떻게든 맘만 먹는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리고 닉슨 때 실제로 그런 적이 있다. 이부분은 뒤에서 다시 이야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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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Nixon (1913-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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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특검을 해임하는게 적법한가는 문제가 안될지라도 그 배경에 불법적인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가 있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가 된다. 그게 소위 말하는 obstruction of justice사법방해이다. 사실 Obstruction of Justice는 좀 특이한 죄이다. 그자체가 범죄라기 보다는 범죄에 대한 판결을 방해하는 범죄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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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생각해볼 일은 현직 대통령을 고발하는게 가능할까 하는 문제이다. 대통령을 민사소송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면책 특권도 같이 찾아봤는데 이건 기회가 되면 다음에 한번 다룰까 싶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 워낙 많은데 그때마다 민사소송에 시달리면 나라가 마비될 것이다. 논리적으로 수긍이 가능 이야기. 그런데 면책 특권이 형법에도 적용되느냐. 그건 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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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할 만한 정치 스캔들이 워터게이트이다. 워터게이트 때 대통령을 기소하는 데에까지 갔더라면 그때 대통령 면책 특권 논쟁에 결론을 맺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후임자 포드는 닉슨의 범죄행위를 (재판이 시작도 안했는데!) pardon사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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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워터게이트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하자면, 닉슨도 당시 특검 아치볼드 콕스를 짜르고 싶어했다. 그래서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에게 특검을 짜르라고 했으나, 그는 거부한다. 결국 닉슨은 리처드슨을 짜르고, 차관에게 명령한다. 차관이 거부하자 닉슨이 차관마져 짜른다. 결국 법무부 서열 3위가 특검을 해임하는데, 이를 Saturday Night Massacre라고 한다. 그 결과는 알다시피 닉슨 탄핵이었고, 닉슨은 탄핵되기 전에 자진 사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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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bald Cox (1912-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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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 Richardson (1920-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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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든 이들이 멀러를 해임하는 건 (헌법적인 권한과 별개로) 정치적 자살행위하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트황상께서 이에 동의하는지 잘 모르겠다. 워낙 평생을 법정 파이터로 살아온 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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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요즘 미국 정치가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좋은 일인건지, 이래저래 미국 헌법부터 정치까지 배우는 기회가 되긴 한다.

워싱턴 법조계 엘리트들의 반격

요즘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다. 뉴스를 보면 매일 매일이 정치 미드를 보는 것 같다.

최근에는 FBI 국장 코미의 메모로 인해 탄핵 impeachment 이라는 i-word를 정치인들이 거론하기 시작했다. 탄핵이라는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성사 가능성이 작다. 그렇지만 최근 트럼프가 위기를 맞은 것은 워싱턴 법조인들의 반격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워 간단히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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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Comey (196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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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가는 캐피탈 힐에 있다. 지금까지 네번 가보았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흰색의 건물들과 정갈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3년 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했을 때는 킹목사 동상 주변으로 여유롭게 조깅을 하는 젊은 백인을 보았다. 그래서 인지 캐피탈 힐을 생각하면 조깅하는 젊은 엘리트 백인이 그려진다. (윈터솔져에서 캡틴아메리카도 그 주변을 조깅 했는데, 캡틴 아메리카의 얼굴도 떠오른다.) 포토맥 강변을 따라 위치한 DC 지역 근방은 고급 주택들도 즐비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인, 로비스트, 그리고 법조인들이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을 한 블럭 벗어나면 FBI 본부와 법무부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식당가가 있다. 그곳 식당가에서 식사를 할때 마주치는 사람의 반은 관광객 (조금 과장해서) 나머지 반에서 열에 아홉은 법조인이다. 이 지역은 바로 트럼프가 해고했다가 역풍을 맞은 두 법조인이 활동한 공간이기도 하다. 한명은 FBI 국장 제임스 코미이고 다른 한 명은 법무대행 샐리 예이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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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 Yates (196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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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들은 사업가들과 다르다. 이익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사업가들과 달리 그들은 절차와 규정, 그리고 문서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로펌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제임스 코미는 메모광으로 유명하다. 부시 정권에서 워싱턴 법조인으로 입문한 그는 민주당으로 물갈이 되는 와중에도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가 커리어를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부시정권에서 고문에 반대했다는 것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가 남겨둔 메모들은 의원들이 트럼프를 공격할 빌미가 되었다.

또다른 법조인은 샐리 예이츠 이다. 예이츠에 대해서는 예전에 포스팅을 한적이 있다. 트럼프가 무슬림 7개국 출입국 금지 조치를 추진할 때, 발목을 잡힌 계기 중에 하나가 된 사람이기도 하다. 며칠 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예이츠는 법적인 전문성을 살려서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트럼프 행정명령의 위헌성을 논쟁했었다. (관련 기사 및 동영상)

예이츠 관련 이전 포스트
No 라고 말할 의무 (2월 1일자 포스트)

그러니까 이제 트럼프의 싸움은 법조인의 영역으로 진입한 셈이다. 선거나 부동산 개발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법률가들의 세상은 절차, 문서, 그리고 규정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사업을 하며 수차례 소송을 경험한 트럼프가 왜 법조인들과의 싸움에서 (지금까지는) 이렇게 무력할까. 워싱턴의 법조인과 대통령의 관계는 의뢰인과의 변호사처럼 비밀 보장을 전제로한 계약 관계가 아니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고용된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국가에 충성할 것을 서약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계약과 금전 관계가 아닌 자신의 커리어와 reputation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트럼프는 처음 무슬림 입국 조치를 추진할 때, 줄리아니 (그역시 법조인) 를 불러서 무슬림 금지 조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세련되게 다듬어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코미를 불러서도 자신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니까 그는 워싱턴의 법조인들을 개인 변호사 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계가 그렇게 간단한 곳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앞으로 전개될 일에서도 중요한 인물들은 법조인들이다. 우선 다음달 청문회 출석이 예정된 코미가 그 중심 인물 중에 하나이고. 이번 코미 해고 사태를 전후로 새로 떠오른 인물 Rod Rosenstein이 또 다른 등장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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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d Rosenstein (19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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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d Rosenstein 역시 정치색이 강하지 않은 워싱턴 법조인이다. 법무부를 통해서 이뤄진 코미 해임 사태는 원래대로라면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가 중심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제프 세션스도 러시아 관련 의혹으로 이번일에서 직접 나서지 못했고, 대신 차관인 Rod Rosenstein이 나섰다. 처음에 코미 해임을 건의했다고 알려진 것도 Rod Rosenstein이고 (물론 나중에 트럼프가 자기 입으로 자기가 코미를 해임했다고 말해서 이도 유야무야 됐긴 하다.) 그리고 특수 검사 Robert Mueller를 임명한 것도 로젠스타인이다. (출처 wikipedia)

글쎄다. 워싱턴의 복잡한 셈법으로 트럼프가 로젠스타인을 희생양으로 낙점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워싱턴 법조인이 그리 naive할리 없다. 로젠스타인도 어떤 면에서 보면 특수검사 뮬러를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은 셈이니까.

관련 기사

JAMES COMEY AND THE REVENGE OF WASHINGTON’S PROFESSIONAL CLASS, the New Yorker,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