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규제 이슈에 대한 생각 정리 –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사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올랜도 참사 며칠 전에 있었던, 오바마의 타운홀 미팅 영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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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기 규제 반대론자가 질문을 한다. 왜 힐러리나 오바마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은 선량하고 책임감 있는 총기 소지자들의 총을 빼앗으려 하는가? 총을 가진 범죄자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권리는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되어 있다. 당신의 고향인 시카고를 예를 들자면, 민주당 지역인데다가 총기 규제가 가장 엄격한 주인데, 총기 살인 사건이 높기로 유명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기서 오바마의 답변이 살짝 의외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를 언급한 것은 일종의 개인적인 공격이기도 한데, 오바마는 이에 대한 언급은 넘어간다. (나 같으면 흥분해서 시카고부터 정리하고 토론을 이어 갔을 듯) 굳이 논쟁을 이긴다고 해서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 보다는 국정을 홍보하고 아젠다를 이끌어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사실 시카고의 높은 총기 살인사건률에 대한 반론은 어렵지 않다. 시카고가 총기 규제가 엄격하긴 하지만 한시간만 운전해서 인디애나에 가면 총을 살 수 있다. 또 신원조회 background check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총기 박람회 gun show에 가면 신원조회가 필요 없다. (아래 기사 참조) 이를 gun show loophole 이라고 하는데 내일 좀더 설명하겠다.

오바마는 팩트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힐러리를 포함해 민주당 정치인 누구도 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부인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총기 판매가 더 늘어났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총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바마 정권이 총기를 가질 권리를 빼앗으려고 한다는 오해 때문에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가 총기로 인한 사망 사고를 연구하는 것 조차 불가능 하다.

그리고서 오바마는 (2편에서 언급했듯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assault weapon에 대한 언급을 건너뛰고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신원조회 문제를 이야기한다.

현재 FBI의 수사로 용의 선상에 있는 ISIS 동조자들이 총을 사는 데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을 아느냐? 총기 문제가 정치적 논쟁이 되어 아무런 제약을 가할 수 없는 것이다. (No-fly list 라고 불리우는 테러 용의자 리스트에는 실제 20800여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등재되어 있고 그들의 비행기 탑승은 제한된다. 그러나 이들이 총기를 사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오바마는 말을 이어간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총기를 규제하는 법안들을 만들고, 제도적으로 선량한 민간인이 스포츠/사냥/호신에 총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종 이러한 문제들이 잘못 프레임지워져 논의 조차 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이 타운홀 미팅이 있은 후 며칠뒤에 올랜도 참사가 벌어진다. 알려져있다시피 범인 오마르 마틴은 ISIS 동조자로 두차례 FBI의 심문을 받은 적이 있었고, 합법적으로 살상용 돌격소총을 구입해서 범행을 저지른다.

Omar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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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견해를 소개하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오늘 하려고 했던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 이야기와 이와 관련해서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에 대한 얘기는 내일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현재 상정되어 있는 신원조회 관련한 법안은 오는 월요일 (6월 20일)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글은 페북에 6월 18일 토요일에 올렸다.)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사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이라크 내전 업데이트 – 반복되는 2004년의 악몽

작년 하반기부터 대(對)ISIS 이라크/시리아 전황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ISIS를 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현대전은 전투에서 이기고 깃발 꼽는다고 해서 상황종료가 아니다. 현재 상황을 복기해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 해봤다.

밀리터리나 중동 전문가는 아니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공부 차원에서 정리해 본 내용이므로, 오류는 바로 지적해주시길 부탁한다.

순서

  • ISIS는 밀리고 있는가?
  • 현재 이라크 상황 – 팔루자 함락전
  • 2004년 팔루자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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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S는 밀리고 있는가?

점유지역 기준으로 ISIS는 확실히 밀리고 있다. 2015년 1월과 12월을 비교하면 점유 지역이 14%가 줄었다. (아래 지도 참조) 또 올해 3월에는 시리아 정부군이 팔미라 Palmyra 수복에도 성공했으니, 지금은 더욱 줄었을 것이다. 참고로 팔미라는 시리아 남부 지역이고, 지도상에 짙은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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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보자면, 시리아 쪽은 쿠르드 전선에서 진전이 있었다. 시리아 북부지역을 탈환했다. 2016년에는 ISIS 자칭 수도인 락까 Raqqa 지역에 근접한 상태이고, 미군 특수부대원이 유프라테스강 동쪽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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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남부의 팔미라 Palmyra 지역. 2015년 5월 ISIS가 점령하여 많은 우려를 낳았었다. 고대 팔미라 제국의 수도였고, 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곳이다. 이곳은 올해 3월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의 지원 아래 수복하였다. 이를 계기로 아사드 정부의 입지가 회복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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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쪽을 보면, 작년 하반기에는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 Tikrit를 회복하였고, 라마디 Ramadi도 수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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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라크 상황 – 팔루자 함락전

위의 지도에서 라마디 Ramadi와 바그다드 Baghdad 사이에 위치한 붉은 지역에 팔루자 Fallujah가 있다. 지난주에 바로 이곳에 이라크 군이 진격했고, 2016년 6월 2일 현재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왜 팔루자인가? 미군 측은 팔루자 공격에 반대했었다. 팔루자는 이미 고립된 상태이고, 전략적으로 보았을 때, ISIS의 제 2 도시인 모술 Mosul을 공략하는 편이 우선 순위다. 미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군은 시아파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엎고서 팔루자 함락전을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라크 알 아바디 총리 Haider al-Abadi의 약한 지지기반을 이유로 꼽았다. (Fallujah, again Economist, 5월 28일자) 5월 18일 바그다드 자살 폭탄 테러(Deadly Bombing at Baghdad Market (NYT동영상))로 522명이 사망하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도시 분위기도 뒤숭숭 하다고 하다. 바그다드 코앞에 있는 팔루자는 전략적으로 의미가 작더라도 정치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팔루자 함락전은 여러모로 우려가 되는 점이 많다.

미군의 개입 정도를 기준으로 시리아 쪽 ISIS 전선과 이라크 쪽 ISIS 전선은 사뭇 다르다. 시리아 전선에서는 미군은 시리아 정부군 (알 아사드)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고, 시리아 측은 러시아가 뒤를 봐주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적대하는 미군은 대신 쿠르드 민병대, 시리아 반군과 동맹을 맺고 있다. 시리아 북부에서는 쿠르드, 시리아 반군, 미군 특수부대 연합군이 ISIS와 싸우고 있고, 남부에서는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연합군이 ISIS와 대치하고 있다.

반면 이라크 전선에서 미군은 이라크 정부군을 훈련하고 물자를 지원하는 수준으로 역할을 제한한다. 미군 대신 이라크 정부군과 공동작전을 펼치는 것은 이란군이다. (미군과 이란군은 적대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시아파가 주축이 되는 이란과 이라크 정부 주도의 작전은 수니 계열의 이라크인에게 종교 탄압으로 읽힌다. 시아 쪽은 상황을 정반대로 본다. 팔루자는 수니파의 도시이고, 시아파 사람들에게 수니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ISIS의 모태인 AQI는 팔루자를 근거지로 삼았다.) 전쟁에서 종파 갈등이 연계되면, 시민과 적군의 구분이 불분명해진다. 시가전으로 접어들면, 도시를 쓸어버리는 작전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 자체로도 비극일 뿐 아니라, 또다른 증오의 씨앗이 된다.

군사적으로 보았을 때도, 팔루자는 라마디, 티크리트와는 다르다. 작년 수복된 두 도시는 고립된 상황이 아니었기에, ISIS가 수세에 몰리면 퇴각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팔루자는 퇴로가 봉쇄된 상황이기 때문에 치열한 함락전이 불가피하다. 이미 팔루자에 있는 5만명의 시민들에게 의약품 보급은 끊겼고, 그들은 심각한 기아에 직면한 상태이다.

2004년 팔루자의 악몽

팔루자는 2004년에 유사한 상황을 맞았었다. 미군이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벌인 다음해 였다. 미군은 2003년 신속하게 작전을 마치고, 단기간에 마무리 지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2004년 즈음 부터 미군은 끌려다니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미군 무능력의 상징이 바로 팔루자였다. 수니파 도시 팔루자는 바그다드 바로 옆에 있다. 팔루자는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 AQI (ISIS의 모태)의 근거지이기도 했기 때문에 결국 미군은 도시를 쓸어버리는 작전을 펼쳤다. 그리고 팔루자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팔루자 함락전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메리칸 스나이퍼‘에도 묘사된 바 있다.

‘American Sniper’ Chris Kyle essential in 2004 Fallujah liberation, 워싱턴 포스트 2015년 2월 1일자

이라크의 종교/인종 분포 지도를 살펴보면 팔루자는 수니와 시아의 접경지대에 있다. 어찌보면 팔루자는 이라크가 탄생할 때부터 비극의 씨앗을 앉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이라크는 하나의 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나라였다. 다른 민족과 종교를 가진 집단들이 후세인이라는 강력한 독재자 아래서 위태위태하게 국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ISIS가 수세로 돌아선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말하기엔 상황이 너무나 암울하다. ISIS를 몰아내는 것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ISIS를 제거하는가, 사후 처리는 누가 어떻게 진행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팔루자 함락전에서 2004년 이라크 상황이 겹쳐져서 보이는 것은 당시 미군이 수렁으로 빠지는 상징과 같은 전투가 팔루자 전투였기 때문이다. 2년 뒤인 2006년 부터는 이라크 내에서 수니-시아 간의 종파 갈등이 본격화 되었고, 2011년 미군이 철수하면서 헬게이트가 열렸다. 2016년 지금에 와서는 알다시피 이라크는 셋으로 쪼개져서 내전 중이며, 그 와중에 ISIS라는 절대악이 등장하여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라크 지역의 역학관계와 IS

예전에 세상 모든 국가/단체에게 어그로를 끄는 IS가 어떻게 유지 가능한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IS의 적대 세력은 다음과 같다.

시리아 아사드 정부, 시리아 반군, 시리아 쿠르드, 터키, 미국/EU, 이스라엘, 이라크 정부, 이라크 쿠르드, 이라크 시아, 이란, 러시아, 알카에다… 그야말로 모두의 적이다. (관련 포스트)

나의 작은 의문은 산타크로체님의 포스팅을 보고 정리가 되었다.

완전한 권력의 공백 보다는 그나마 나은 IS 세력. 석유와 그에 얽힌 이해관계. 난민문제. 등등등 아~ 복잡다.

산타크로체님의 포스트: 시리아 난민은 많은데 이라크 난민은 왜 안보일까? ISIS가 건재한 이유, 러시아 개입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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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볼만한 TED 강의도 공유한다. 5분짜리라 부담없다.

현지인에게는 (당장 내일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무정부 상태의 혼란보다는 ISIS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정부조직 서비스 (전력, 치안, 쓰레기/하수 처리 등등…)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