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북, 미국 연준 커맨터리

미국 연준에서는 (한국으로 치면 한은) 일년에 8번 The Beige Book을 발행한다. 원래 명칭은 Summary of Commentary on Current Economic Conditions인데 길기도 하고 해서 친근하게 베이지 북이라고 부른다. 커버가 베이지 색이라서 그렇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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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북의 컨셉은 이렇다. 보고서를 지나치게 숫자/도표 위주로 보고서를 발행하다보면 실물 경제가 돌아가는 걸 놓치기 쉽다. 그래서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게 직접 전화로 물어서 수집한 사례 위주로 추가 보고서를 만든다. 당연히 베이지북에는 숫자가 거의 없다. 숫자로 표현되는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과거를 볼 수밖에 없기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어쨌든.

한 팟캐스트에서 이번 호 베이지북을 소개해주었다. 아래 베이지북 링크와 함께 소개한다. 그중에서 몇개만 요약하자면,

첫째는 보스턴 지구의 커맨트. 미국 실업률과 임금 상승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국이 최근 완전고용상태로 들어섰음에도 임금 상승은 정체되었는데, 요즘 경제학자들의 미스터리다. 어쩌면 그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는 커맨트.

확실히 보고서 사례들로 보면 요즘 미국 기업들이 사람구하기 힘든게 맞나보다. 한 공장은 신규 공장 건설에 자리가 안채워져서 3달 정도 인력충원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고.

흥미롭게도 사람이 없어서 힘든 와중에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회사들이 새로 고용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임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그렇게 되면 기존 직원들의 봉급도 올려줘야 하는데 이것보다는 오히려 야근을 시키는게 더 경제적이라고…

두번째는 필라델피아 지구의 커맨트. 소비 심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올해 비정상적인 추위로 이 지역의 코트 매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딱 드라이하게 한문장이 덧붙여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고 보석가계에 늘어선 줄이 인상적이었다’

보석을 산다는 이야기는 소비 심리가 긍적적이라는 이야기지 않나? 이런 커맨트는 책상에 앉아서 숫자 분석 해서 나올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마지막으로 클리블랜드 지구의 커맨트. 이것도 일종의 사람들 소비 심리에 대한 이야기다. 연준 담당자가 패스트푸드점 인터뷰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라고. 패스트푸드점 주문당 매출액은 무인주문기를 이용할 때 훨씬 높다고 한다. 이건 사람들이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을 몰래 먹는 심리인가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길. 경제 신문 읽는 것 보다 좀더 현장감있다.

Beige Book (Jan/2018)

 

신앙과 기적에 관하여

지난주 교회에서 성찬식이 있었다. 내가 딱히 믿음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사실은 믿음이 좋다는 말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성찬식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의식이니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활과 기적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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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나는 열혈 신앙인이었다. 지금도 신앙이 없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간 여러 교회를 접하면서,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강산이 몇번 바뀌는 걸 보면서, 존경하던 분들의 모습이 변하는 걸 보면서, 한국교회/미국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나자신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지적인 기반이 여러차례 바뀌면서,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어 한참을 고분분투 하며 살다가, 그리고 가정을 가지고 다시금 살아가는 의미를 생각하다보니, 지금와서 바라보는 신앙은 20대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구약에 등장하는 신의 잔인함이나 이질적인 문화/종교에 대한 intolerances 불관용 같은 것은 이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20대의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았던 이야기들이었을 테다. 이를테면 요시야왕의 우상파괴 운동이 21세기 도덕관념으로 어떻게 용납될 것인가? IS가 알레포의 유적들을 파괴한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일까? 그렇다면 16세기 크롬웰이 성모상을 불태운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

사실 이런 이슈는 상당히 다면적이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에서 뜨거운 남부 동상 철거 운동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인권과 평등을 계몽주의가 만들어낸 새로운 믿음이라고 본다면, 남부의 동상들은 노예와 미국의 원죄를 나타내는 상징이고, 인권을 신봉하는 현대인에게 반드시 파괴되어야 할 우상일테다.

물론, 그리고 당연히도, 내가 남부의 과거나 노예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 요시야가 파괴했던 바알 성상과 바알신앙의 문란함/잔혹함에 어떤 호감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슈들의 복잡함을 잠시 생각해본 거지…

작년에는 복음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내 믿음의 근간이 복음주의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는데, 그것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많은 부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으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예수의 부활.

대학시절 변증 차원에서 공부하고 지나갔었다. 그러나 지금와서 다시금 생각해보면 예수의 부활과 기적들은 기독교 신앙의 중심이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몇년전에 개인적으로 정리해본적이 있다. 그러나 여러차례 페북으로 소개했기에 마지막에 링크만 남겨두고 대신 최근 읽었던 뉴욕타임스 칼럼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칼럼들이다. 크리스토프는 예수의 가르침을 존경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기적들(예수의 부활, 동정녀 탄생, 오병이어의 기적 등등…)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종교계의 지도자들에게 물었다. 내가 그리스도인입니까?

첫번째 칼럼에서는 기독교 변증으로 유명한 팀 켈러 목사에게 물었다.

Am I a Christian, Pastor Timothy Keller?

팀 켈러는 단도직입적이다. If something is truly integral to a body of thought, you can’t remove it without destabilizing the whole thing.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지구온난화가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린피스의 보드 멤버인 것이 말이 안된다. 속좁다고 말할 수 있다. 부활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신앙인은 아니다.

두번째 칼럼에서 크리스토프는 이번에 좀더 리버럴한 크리스찬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물었다. 카터는 평생을 지역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해왔다.

President Carter, Am I a Christian?

카터는 말한다. 과학을 믿는 내게 이를테면 6일 안에 천지를 창조했다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다. 반대로 나는 신약을 믿고 이는 신약에 나오는 동정녀 출산과 예수의 부활을 포함한다. 다른 사람의 신앙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못한다. 그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크리스토프는 묻는다. 예수는 화합을 가르쳤으나 종종 교회는 역사를 통해서 배제의 행동을 해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카터는 대답한다. 갈라디아서 3장 28절은 이렇게 말하죠.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저는 이것이 예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하고 배제를 말하는 이들은 제가 이해하는 예수의 가르침과 다른 삶을 산다고 봅니다.

크리스토프는 묻는다. 나는 당신이 복음주의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은 오류가 없다고 종종 말합니다. 또 종종 성경은 그 자체로 모순적인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당신은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나요?

카터는 대답한다. 저는 성경에 나오는 모순들을 성경이 여러 저자들이 쓴 책이고 진본임을 나타내는 증거로 봅니다. 성경의 초기 저자들이 거짓된 이야기를 썼다면 모순들을 삭제했겠죠. 저는 성경에서 예수의 가르침의 정수와 사도바울의 초대 교회에 쓴 편지들을 중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너무나도 분명한 모순이 나타날 때는 저는 평등과 인권에 기반하여 어떤 것을 믿을까 결정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세번째 칼럼에서 크리스토프는 뉴왁의 Tobin 추기경에게 묻는다.

Cardinal Tobin, Am I a Christian?

Tobin 추기경은 답한다. 만약 하나님이 당신에게 더 말할 여지가 있다는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면, 예 저는 당신이 그의 영역안에 있다고 봅니다.

크리스토프가 묻는다. 저는 예수의 가르침을 존경하지만 기적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예수 시절에야 아테네 여신이 제우스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걸 믿는 시절이였으니 기적을 믿는게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2017년 지금에도 물위를 걸었다는 것과 몇개의 빵과 물고기를 뻥튀기 해서 수천명을 먹였다는 것을 믿어야 하나요?

Tobin 추기경은 답한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걸 믿을 자유가 있지요. 기독교인들도 비기독교에서 나온 지혜를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요. 사실 가장 놀라운 기적은 incarnation 성육신입니다. 기독교인은 태초이전에도 계셨고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가 우리가운데 왔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것을 믿는다면 그 외의 것들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성경의 기적들은 마술쇼가 아닙니다. 기적들은 모두 하나님이 누구신지, 나사렛 예수가 누구인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프의 관련 칼럼은 지금까지는 이렇게 세개 이다. 발췌를 했으니 관심있는 분은 원문을 읽기를 권한다. 칼럼은 재작년부터 기독교 주요 절기, 그러니까 부활절과 성탄절에 쓰고 있으니 올해 부활절도 이어질지 모른다. 생각해보니 기독교의 주요 절기는, 어쩌면 당연히, 기적과 연결되어 있다. 부활절은 부활에, 성탄절은 동정녀 출산에

마지막으로 아직까지도 읽을 때마다 감격하는 파스칼의 말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The supreme function of reason is to show man that some things are beyond reason.” – Blaise Pascal

재인용: How Can I Possibly Believe That Faith Is Better Than Doubt?

+ 덧: 예전에 내가 정리했던 개인 신앙 이야기
내가 믿는 기독교 연재를 마치며 (2015년 2월 28일)

에밀리에게 장미를

요즘 듣는 음악. A rose for Emily. 에밀리에게 장미를.

A rose for Emily는 포크너의 단편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듣게된 건 요즘 듣는 팟캐스트 때문이다. The Zombies의 오래된 이 노래가 팟캐스트 S-Town의 타이틀 송인지라.

S-Town은 릴리즈된지 나흘만에 천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빅히트를 친 팟캐스트. 다큐멘터리임에도 범죄 소설보다 극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S-Town은 주인공이 자기 동네에 붙인 별명인 shit town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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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의 주인공은 방송 제작 중에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다. 앨라바마 시골 한 동네의 기괴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문학 한 분야를 열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뉴요커 리뷰 링크

“S-Town” Investigates the Human Mystery
https://www.newyorker.com/culture/sarah-larson/s-town-investigates-the-human-mystery

백인 인종차별 주의자들이 가득한 촌동네. 주인공 John은 평범치 않은 사람이다. 10센트 동전을 화학빈응을 일으켜 금화로 바꾼다. 게다가 뒷뜰에 미로가 있다. John은 세계 일류 시계공이기도 하다. 그는 동네가 부패했고 살인사건이 있었으나 은폐되었다고 주장한다.

John이 만든 10센트 금화 사진 링크

John 뒷뜰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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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남부 사투리가 진입 장벽이긴 하지만, 범죄소설, 포크너 소설 좋아하는 분들은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듯. A rose for Emily가 절묘한 선곡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동명의 포크너의 단편에도 독극물 살인이 나오고 팟캐스트 주인공도 독극물을 먹고 자살을 하기 때문. S-Town에도 포크너 소설처럼 남부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 일종의 Southern Gothic을 오디오북으로 드는 기분.

+ 덧: 팟캐스트 프로듀서가 지미 팰런 쇼에 나와서 한 인터뷰 동영상

Fire Chasers

요즘 보고 있는 다큐멘터리 Fire Chasers. 4시간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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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과 싸우는 캘리포니아 소방관들 이야기. 헬리콥터를 타고 투입된 대원들이 작전을 짜고, 장비를 챙기고, 전선을 형성한다. 그리고는 다시 헬기의 지원. 말그대로 전투상황이더라.

공유한 클립은 6분짜리 발췌본.

다음은 다큐멘터리 예고편

다큐멘터리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