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에게 장미를

요즘 듣는 음악. A rose for Emily. 에밀리에게 장미를.

A rose for Emily는 포크너의 단편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듣게된 건 요즘 듣는 팟캐스트 때문이다. The Zombies의 오래된 이 노래가 팟캐스트 S-Town의 타이틀 송인지라.

S-Town은 릴리즈된지 나흘만에 천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빅히트를 친 팟캐스트. 다큐멘터리임에도 범죄 소설보다 극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S-Town은 주인공이 자기 동네에 붙인 별명인 shit town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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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의 주인공은 방송 제작 중에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다. 앨라바마 시골 한 동네의 기괴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문학 한 분야를 열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뉴요커 리뷰 링크

“S-Town” Investigates the Human Mystery
https://www.newyorker.com/culture/sarah-larson/s-town-investigates-the-human-mystery

백인 인종차별 주의자들이 가득한 촌동네. 주인공 John은 평범치 않은 사람이다. 10센트 동전을 화학빈응을 일으켜 금화로 바꾼다. 게다가 뒷뜰에 미로가 있다. John은 세계 일류 시계공이기도 하다. 그는 동네가 부패했고 살인사건이 있었으나 은폐되었다고 주장한다.

John이 만든 10센트 금화 사진 링크

John 뒷뜰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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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남부 사투리가 진입 장벽이긴 하지만, 범죄소설, 포크너 소설 좋아하는 분들은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듯. A rose for Emily가 절묘한 선곡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동명의 포크너의 단편에도 독극물 살인이 나오고 팟캐스트 주인공도 독극물을 먹고 자살을 하기 때문. S-Town에도 포크너 소설처럼 남부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 일종의 Southern Gothic을 오디오북으로 드는 기분.

+ 덧: 팟캐스트 프로듀서가 지미 팰런 쇼에 나와서 한 인터뷰 동영상

One of Us by Asne Seierstad

어제 올랜도 참사는 내게 큰 심리적 충격을 남겼다. 뉴스를 보는게 너무 피로하고 지친다. 주말이라 회사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집에서 딱히 할 일도 없다. 일이 있으면 뉴스를 외면하기가 더 쉬웠을 텐데…

그래서 책을 펴들었다. 예전부터 읽으려고 사두었던 ‘One of Us’ 이다. 이 책은 노르웨이 혐오범죄를 다룬 르포타쥬이다. 이 사건은 올랜도 참사와 많은 점이 닮았다. 2011년 7월 22일 오슬로에서 32세 청년 아르네스 베링 브레비이크는 ‘모든 막시스트를 죽이겠다’고 하면서 노동당 청소년 summer camp를 습격한다. 수제폭탄, Ruger Mini-14, 글록 권총으로 중무장한 그는 청소년 77명을 살해하는 끔직한 범행을 저지른다. 그는 자신이 기독교 근본 주의자라고 주장했고, 노르웨이에서 무슬림을 추방하고, 페미니스트와 사회주의자를 죽여야한다고 했다.

올랜도 사건 보도에서 도망쳐서 왜 유사한 노르웨이 사건을 읽기 시작했을까? 잘 모르겠다. 혐오범죄, 테러 범죄를 더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게 생겼는지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뉴스를 듣는 거 보단, 마음이 정돈된다.

‘One of Us’는 2015년 NYT 선정 best 10 book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르포타쥬의 masterpiece로 평하기도 한다. 기자이기도 한 저자 Asne Seierstad는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과 인터뷰를 하고 기록을 검토했다고 한다. (정작 범인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리고 범인의 출생부터 법정 공방까지는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긴다. 심지어 책에는 사제 폭탄의 제조 과정, 범인이 칩거하면서 World of Warcraft에 빠져드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씌였기에 논픽션 소설로 분류 될 수 있을 듯 하다. 비슷한 장르의 ‘In Cold Blood (냉혈한)’ (트루먼 카포티 작) 가 떠오른다. 실제 사건에 기반했지만, 책은 범죄소설의 플롯을 따른다. 사건이 끔찍하기 때문에 호러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차분한 서술이 오히려 공포감을 자아낸다. 첫장면부터 몰입감이 대단하다. 그리고 종종 이 사건이 실화라는 사실이 떠오르는다. 책을 읽는 중에 미국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참고로 아래에 뉴욕타임스 서평을 링크한다.

Fifty-Seven과 미국의 교정 시스템

이번주에 읽은 단편. 역시 뉴요커에 전문이 공개되어 있다.

Fifty-Seven by Rachel Kushner 11월 30일자 New Y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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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뉴요커 해당 소설)

소설의 문체가 낯설었다. 주인공이 되내이는 생각과 단어들이 파편이 되어 튀어나온다. 랩, 아니면 하드락을 듣는 것 같다.

도입부를 옮겨본다.

They dropped him from I.R.C. so early the sky was black. He walked until he found himself stranded on the median of a freeway entrance, cars streaming toward him with their blinding lights, like a video game where the enemies come right at you, motherfuckers just keep coming straight at you one after the other, bam bam bam.

나는 소설의 도입부를 읽을 때 조금 긴장한다. 그건 소개팅에 나가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전까지의 긴장감 같은 거다. 그런데 Rachel Kushner (소설의 저자)는 처음부터 나에게 총을 쏘아 댄다. Bam bam bam.

소설은 두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당일 skid row 밑바닥 인생인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 후반부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주인공의 교도소 생활 이다.

감옥 이야기는 인기있는 소재임이 틀림없다. 감옥 관련 영상물이 연상된다. 친절한 금자씨, Orange is the new black, Oz 등등…

창작의 세계 보다 현실은 더욱 비참하다. 다음은 인구 10만명당 교도소 수감자 수 비교 차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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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Santacroce님 포스트 재인용)

미국의 형법은 강력한 처벌을 원칙으로 한다. 그만큼 감옥 수용자의 숫자도 어마마 하다. 경범죄로 잡혀들어간 이들이 그안에서 돌다가 중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삶에는 관성 같은 것이 있어서 잘못 굴러가다 한번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또한, 미국 교도소는 죄수들의 문제에 대해 방임이 원칙이다. 방임 아래서 새로운 범죄 사회가 탄생 한다. 감옥 내 갱단이 있고, 인종 갈등이 있으며, 성폭행과 잔혹행위가 만연한다. 주정부 예산 문제로 교정 시스템의 정상화는 답이 없어 보인다.

가끔 한국에도 미국식의 강력한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나는 죄를 지은 만큼만 벌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죄를 지은 만큼의 벌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Three-strike lawMandatory Minimum Sentence (주로 마약 사범들) 같은 가혹한 형법 규정들은 논란이 되곤 한다. 이를 테면 20불을 훔친 범죄자가 삼진룰 (Three-strike law)에 걸리면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 21세기 장발장이다.

어쨌든 단편 이야기를 다시 하자. 주인공은 무자비한 범죄자이다. 별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서 사제 무기를 만들어 또 사람을 ‘조진다’. IQ 57의 길거리 인생 주인공의 삶에는 별다른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를 방치하고 격리한 세상도 그에게 무심하다. 다만 펠리칸 pelicans 만이 교도소에 입소하는 그를 반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