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이후

미국 살면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이슈가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총기 이슈고 다른 하나는 이민 이슈다. 둘다 나의 정체성과 연결이 되어 그렇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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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면서 두딸을 키우는 외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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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가 본격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 된건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때이다. 초등학생이 희생되자 여론이 움직였고,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4달후에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법이 상원에 올라갔다가 기각 된게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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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ime magazine, 샌디훅 총격 당시 대피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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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컬럼바인, 버지니아 공대 사건이 있었지만, 사회 문제로 대두된건 샌디훅을 기점으로 보는게 적절해보인다. 규제의 움직임이 있고서 이후에 총을 구하지 못할 걸 우려한 사람들이 총을 구매했다. 이제는 그게 패턴이다. 총기 난사 사건이 있을 때마다 총기 구매가 급증하고 총기 회사들의 주식이 오른다. 총은 미국 전역에 풀렸고, 모방심리와 더불어 총기난사는 사회 현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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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훅 이후 총기 규제는 거꾸로 느슨해지기만 했고, 국회는 여론에 등떠밀려 몇차례 법안을 상정했지만 통과된 것은 1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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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기대를 접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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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희망적인 뉴스가 요즘 들린다. 정확히 말하면 가슴아픈 뉴스이다. 총기 문제를 학교에서 실제로 경험한 소위 ‘mass-shooting generation’ 이라고 한다. 어린 학생들이 이제 유권자가 되었는데, (일부는 여전히 학생이지만,)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건의 생존자들이 서로 위로하고 모인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 능숙한 이들은 효과적으로 해당 지역구 의원들을 공략하고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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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플로리다 고등학교 총기난사에서 생존한 고등학생들이 BS 연설을 하기도 했는데, 자세한건 페친님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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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나 이민자 이슈는 둘다 딱히 답은 없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이번에는 총기 이슈에 조금 희망을 걸어본다. 즉각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안들지만. (그치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중요한 변화는 서서히 그리고 잊을 만할 때쯤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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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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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플로리다 총기사건 이후 AR 15 규제가 많이 이야기 된다. (이상징후가 있었던) 청소년이 AR 15을 손쉽게 구매했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AR 15은 쉽게 말하면 자동격발 기능만 제거된 M16아니면 K2 소총이라고 보면된다. (그리고 그 자동 격발 기능은 범프 스탁이란 장치로 합법적으로 개조가 가능하다.) AR 15는 서류 몇장만 작성하면 당일 구매가 가능하다. 오히려 권총이 쿨다운이 적용되서 몇일이 걸리고 더 사기 어렵다. 그러니까 플로리다 학생이 울먹이며 말한 것 처럼 미국에서는 청소년이 술담배 사는 것 보다 AR 15 사는게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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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총기 이슈를 정리할 때 반자동 소총에 대한 부분을 쓴 적도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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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is good

One of the most painful videos to watch. Sutherland Springs church service clip the week before the Texas church shooting trag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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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고향은 경북 산골의 집성촌이다. 200명 가량 모여사는 작은 공동체이다. 초등학교 때는 해마다 여름이면 놀러가곤 했었다. 보통 첫주는 내내 집집마다 어르신들 인사를 다닌다. 동네 어르신들은 서로의 집안사를 꿰고 있다. 그런 곳에서는 한 집에서 일어난 작은 사고도 안타까워하고 오랫동안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어제 텍사스 한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있었다. 26살 퇴역 군인이 교회에서 총기 난사를 했다. 26명이 죽고 스무명 가량 다쳤다. 26명은 그 동네의 7%라고 한다. 작은 촌동네라 마을 사람들과 희생자들은 서로 가까이 알고 지내던 사이이다.

이 교회에서 지난 주 올렸던 예배 영상을 보았다. 아주 작은 교회당이었다. 처음에는 찬양팀이 나와서 찬양을 하고 기타를 친다. 컨트리풍의 멜로디에 “God is good.” 이라는 단순한 가사가 얹혀있다. 찬양 도중에 진행자의 인도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설교 전에 교회 목사가 짧게 공지를 한다. 몇일 뒤에 있을 교회 fall festival에 대한 공지이고 봉사자를 모집한다. hayride (트랙터 타기)가 주된 이벤트인 모양인데, 행사의 안전을 기원한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아이들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기를 기도한다. 몇 자 옮겨 적어 봤다.

Good to see you everybody, praise the Lord this morning. For each one of you, little chilly to get up this morning. But isn’t it great that we can gather here and just praise the Lord and warm up and praise his name?

We are praying the safety of the folks and safety for the hayride, safety for the environment of coming to the hayride, safety for workers, and safety of the all kids.

It’s okay to have fun in the god’s house. Those are God’s creation.

1시간 짜리 클립이었지만 처음 10분 밖에 볼 수가 없었다. 예배 영상의 한 마디 한마디를 듣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결말을 알고 보는 비극 영화 이상으로.

마지막으로 유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성경 한 구절을 인용한다.

For now we see only a reflection as in a mirror; then we shall see face to face. Now I know in part; then I shall know fully, even as I am fully known. And now these three remain: faith, hope and love. But the greatest of these is love. 고전 13:12-13 지금은 우리가 거울로 영상을 보듯이 희미하게 보지마는,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볼 것입니다. 지금은 내가 부분밖에 알지 못하지마는, 그 때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아신 것과 같이,내가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가운데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 덧: US mass shooting fatalities by year, 미국 총기난사 사망자 연도별 통계, 원소스 마더존즈, 이코노미스트 재인용

총기 난사와 악에 대하여

 

지난 주말 있었던, 라스베가스 총기난사를 트럼프 대통령은 pure evil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시편 34편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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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rd is close to the brokenhearted and saves those who are crushed in spirit (NIV Psalm 34:18)” “주님은, 마음 상한 사람에게 가까이 계시고, 낙심한 사람을 구원해 주신다. (새번역 시편 34편 18절)”
 
트럼프가 인용한 성경 구절은 직접적으로 악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편 34편의 문맥을 보면 (바로 2절 앞에서도 언급이 되듯이) 시의 저자인 다윗이 느끼는 위로는 악을 징벌하는 절대자의 정의 구현 약속 안에서 이루어진다.
 
“but the face of the Lord is against those who do evil, to blot out their name from the earth. (NIV Psalm 34:16)” “주님의 얼굴은 악한 일을 하는 자를 노려보시며, 그들에 대한 기억을 이 땅에서 지워 버리신다. (새번역 시편 34편 16절)”
 
공연장 옆 건물 32층에서 (개조된) 기관총을 난사해 40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생긴 사건을 두고서 an act of pure evil이라고 부르는 데에 동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건을 듣고서 사람이 사람에게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경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evil이라는 단어에 대한 찜찜함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찜찜함은 트럼프라는 인물에 대한 반감에서 온 것은 아니다. 이러한 류의 참사에 대해 evil이라고 칭하는 것은 트럼프 이전 부터 있어왔던 정치적인 수사이다.
 
작년 올랜도 참사 직후, 스티븐 콜베어 쇼 (미국 토크쇼)에서 보수논객 Bill O’Reilly 빌 오라일리를 초대했다. 오라일리는 “This guy was evil.” 이라고 한다. 그리고 콜베어는 묻는다. “What is the proper response to evil?” 오라일리의 답변은 명쾌하다. “Destroy it. You don’t contain evil, because you can’t. You destroy evil. ISIS is evil, and Mateen is evil.”
 
악을 지칭하는 정치수사 중에서는 2002년 부시의 ‘악의 축 axis of evil’ 언급이 가장 유명하다. 그는 당시 이란, 이라크, 북한을 3대 악의 축으로 꼽았다.
 
어떠한 존재를 악으로 지칭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악의 존재를 없애고 승리해야 한다는 논리적인 귀결을 가져온다. 세계를 선과 악의 대결로 이해하는 조로아스터교는 궁극적으로 선의 승리와 악의 패배라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많은 신학자들이 problem of evil 악의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그럼에도 어느 하나 속시원한 대답을 주지 않는, 연구를 해왔다. 그것은 완전무결한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에 어떻게 악이 허용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악의 문제에 대한 연구의 역사는 어거스틴, 아퀴나스, 루터, 그리고 칼빈에까지 이른다.
 
내게도 이는 항상 쉽지 않은 문제였다. 악의 문제에 대해서 최근 가장 공감한 생각은 악에 대한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의미가 없을 뿐이니라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악에 대한 질문은 도덕적인 권위를 전제하고서 시작한다. 악에 대한 질문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로 바꾸는 것이 맞다. 그게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이다.
 
악을 강조하는 정치적인 수사에서 오는 다른 찜찜함은 악을 강조하면 시스템의 문제를 간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전통에 따라) 악이라는 것이 인류의 조상에게서부터 내려오는 원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면, 어떠한 사회 제도나 규정도 그 악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 악에 대해서 (종교적인 해결책을 제하고 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은, 악을 규정하고, 그리고 악의 존재를 없애 버리는 것이다. 이를 총기 이슈에 적용해서 말한다면, 총기 범죄는 악한 사람에게서 일어나기 때문에 총기 규제가 근본적으로 무용하다는 결론을 내게 된다.
 
세상에 일어나는 다양한 병리현상을 ‘사회적인 (또는 구조적인) 폭력’으로 보는가 아니면 개인의 도덕적인 선택의 문제로 보는가는 의견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나는 이 두가지 관점 중 어느 하나에도 만족한 적이 없다. 나는 총기 난사에 관련해서 이 문제를 그렇게 근본적으로 끌고 가는 자체가 너무나도 피곤하게 느껴질 뿐이다.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까지 끌고 가면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피로함을 느낀다.
 
+ 덧. 아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전문이다.

미국 총기 이슈 관련 정리 (작년 글)

라스베가스에서 총기 난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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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한글 뉴스 링크

작년 올랜도 참사 보다 큰, 최악의 총기난사로 기록될 듯 하다.

미국인이 아니고서 미국의 총기 이슈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작년 올랜도 참사 때 이를 이해해 보고자 정리해 본 적이 있다. 링크를 공유한다.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회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추가로 올여름 올렸던 포스트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총기사고

미국에 살면 몇년 안에 총맞는 거 아니냐?, 2016년 6월 10일 포스트

총기 규제 이슈에 대한 생각 정리 – 4편: 신원조회와 관련법안 국회 상정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회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오늘은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사 background check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2편에서 언급했듯이 1994년 클린턴 정권은 assault weapons ban (AWB) 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AWB이후 총기 논쟁은 assault weapon의 정의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 되면서 미궁에 빠져버렸다. 2016년 현재 클린턴의 federal AWB는 만료가 되어 효력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대신 돌격소총은 주별로 별도 규제가 되고 있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총의 종류에 대한 규제보다는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관련법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신원조회 관련 논점은 세부적으로는 두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신원조회가 이루어지는 범위, 즉 모든 합법적인 루트에서 신원조회가 이루어 지는가이고, (이를 universal background check라고 한다) 둘째는 신원조회 이후에 누구에게 총기 판매를 금지할 것인가이다. (대표적으로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들과 테러 용의자들이다)

Universal background checks 논쟁은 1999년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으로 본격화 되었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것은 범인 Dylan의 총을 구해준 고등학생 여자친구의 증언이다. 그녀는 미성년자에게 criminal background check을 요청하는 공인 총기 딜러가 귀찮아서 총기 박람회 gun show에서 background check 없이 쉽게 총을 구입했다고 했다. 이를 gun show loophole이라고 부른다. Gun show 말고도 인터넷을 통하면 신원조사를 피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주별로 총기 규제법이 다른 미국에서 universal background checks이 이뤄지는 주는 일부에 불과하다.

컬럼바인 참사 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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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총기판매 금지 대상이다. 이는 privacy문제와도 연결이 되는데, 이를테면 정신병력이 있었다는 문제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medical history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사고 이후에 범인이 위험한 정신병자였다는 결론을 내기야 쉽지만, 예방차원에서 누가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구분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병 이야기는 대형 총기난사 사고 이후 항상 이슈가 되어 왔지만, 실제적인 규제로 이어지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접근에는 회의적이다.)

올해 들어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주장이 테러와 연관된 사람들에 대한 규제이다. 연재 3편에서 언급했지만, 현재 법으로는 테러리스트들이 총을 사는데에 전혀 규제가 없다. 실제 작년에 FBI watch list에 등재된 사람들 중 244명이 총기 구매를 시도했고, 그중 243명이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했다고 한다. (source: Schumer: 244 people on terror watch list tried to buy guns in 2015, 91% got them)

이제, 상원에서 지금 상정중인 법안에 대해 간략히 보자. 현재 상정되어 있는 법안은 미국 총기 관리의 여러 허점 (돌격소총 이라든지, universal background check이라든지, 정신병력자에게의 총기 판매라던지…) 중에 하나에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FBI에 등재된 2만 여명의 테러 의심자 no-fly list에 대한 규제이다. (미국 전체 인구를 생각하면 2만명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내가 처음 총기규제 글을 시작할 때만해도 나는 마지막편 제목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계획했었다. 그리고, 결론을 총기규제는 가장 쉬운(?) no-fly list 규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맺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 봐서 월요일날 표결이 예정된 이 법안은 통과가 불투명해보인다. (이글은 페북에 6월 19일 일요일에 올렸다. 예상대로 모두 부결되었다.)

현재 상원에는 민주당 2개, 그리고 공화당 2개해서 총 4개의 총기규제 법안이 올라와있다. 이미 너무 글이 길어져서 세부적인 차이까지는 설명을 생략하도록 하겠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 기사 링크를 확인하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로는 양당간의 의견 조율이 충분하지 않기에 내일 어떤 법안도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This is the gun bill Senate Democrats spent 15 hours filibustering to bring to a vote, VOX, 6월 17일자

(이런식의 문제제기는 논리적으로 비약이 있긴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만 더하자면 그렇게까지 테러리스트 또는 테러 의심자들의 권리에 관심있는 분들께서 왜 테러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 무슬림을 추방해야한다고 주장하는지… 아니면 최소한 그렇게 주장하는 분을 지지하시는지…)

이제 4편에 걸친 연재를 정리하자.

이미 총기 규제 이슈는 치열한 미국 정치양극화의 핵심 쟁점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이 이슈에 있어서 나는 오바마에 상당부분 동의하는데) 총기규제는 총을 소유할 권리와 상충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가 치열한 정치 쟁점이 될수록 해결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뿐이다. 4건의 총기규제 법안이 상정되었지만, 통과가 불투명한 이유가 바로 올해가 선거해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측에서는 아무도 총기 문제에 개입해서 민주당 동조자라는 낙인을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 내일 뉴스를 보면 또 아쉬움만 남을 것 같아서 벌써 씁쓸한 마음만 가득하다.

오늘로 4편에 걸친 총기 규제 이슈 연재는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이 외에도 올랜도 참사 이후 정치권 반응이나, 대형 총기 난사 이외의 총기범죄 이야기, 총기 자살률 등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미 (내 능력 이상으로) 너무 많이 떠들었고, 지나치게 정치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 이정도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총기 규제 이슈에 대한 생각 정리 – 1편: 총을 가질 권리

한국인의 시각으로, 미국에서 벌어지는 총기 규제에 대한 논쟁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에 살면서, 마냥 무관심할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총기규제 이슈에 대해 나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여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생각이지만, 그 내용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 포스팅을 시작했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지적 바란다.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사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총기 규제에 대한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총기를 가질 권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미국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참사들에 대해서 단순히 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의 로비나, 부패한 정치의 결과라고 여기며 조롱하기 쉽다. (게다가 초강대국 미국의 허물이니 얼마나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겠는가.) 물론 관련해서 로비와 부패한 정치의 영향이 완전히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 총기규제 이슈를 설명하기에는 현실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직장동료 얘기부터 꺼내본다. 내 옆 cubicle에 앉은 시카고 출신 흑인 싱글맘 리즈. 그녀는 차 조수석 서랍에 총을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나는 이분하고 이야기할 때 항상 최상의 예의를 갖춘다. ^^;;)

하루는 회식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총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녀가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딸키우는 싱글맘에게 총은 필수다. 항상 조수석 서랍에 총이 있다. 딱 두번 유용하게 쓴 적이 있다. 한번은 주유소에서 딸과 기름을 넣는데, 한 부랑자가 접근했다. 그래서 서랍에서 총을 꺼내 보여주었는데,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었던 그 부랑자는 바로 다른 곳으로 가더라. 비슷한 일이 한번 더 있었다.

싱글맘으로 딸과 자신을 보호하고자 총기를 소유하겠다는 마음까지는 이해가 가능하다. 물론 마음 먹고 달려드는 총든 범죄자에게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이는 조금더 깊이 들어가자면, 타인의 폭력에서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된다. 나를 포함해서 한국인은 총기를 가질 권리를 가져 본적이 없다. 한국에서는 총이라는 극단적인 형태의 폭력 사용이 국가 권력에만 허용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여기서 수정 헌법 2조 이야기가 나온다. 수정헌법 2조만 얘기해도 책이 한권 나올 수 있고, 내 능력밖이라 깊이 다룰 생각은 없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검색하면 금방 나온다. 요약하자면 수정헌법 2조는 개인이 총기를 가질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역사 배경을 보면, 주정부가 중앙 정부를 견제하는 목적도 있다.) 많은 미국 사람들이 정부가 개인 총기소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고, 개인이 헌법에 인정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서) 이것이 쉽게 와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총을 차량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는 원래 이동수단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사람들이 차를 살 때 이동수단의 편의성만 고려하지는 않는다. 소위 간지가 나는 차를 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차를 소유하는 사람들의 심리라는 것은 참으로 복잡해서, 평생 쓰지도 않을 것 같은 속도를 내는 고성능 차량을 소유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엄청난 돈을 지불한다.

그뿐이 아니다. 차를 운전하는 것은 일종의 autonomy를 선사한다. 나는 차를 운전할 때 내가 1평 조금 넘는 공간을 온전히 통제한다는 사실로 만족감을 느낄 때가 있다. 총기를 소유한 사람들은 총에서 유사한 소유욕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물론 나는 총기 소유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앞으로 총을 구할 생각도 없다. (그런면에서 나는 여전히 한국인인듯.) 그러나 나는 미국에 살고 있고,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국가가 그러한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총기를 소유할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총기를 소유할 권리에 대해 설명이 충분했는지 모르겠다. 심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어야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 (나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총기 규제에 대한 논점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째가 총기 규제의 범위이고, 둘째는 총기 소지의 허가 대상이다.

내일은 총기 규제의 범위, 그리고 모레는 총기 소지 허가 대상, 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얘기 해보려고 한다.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사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관련 이전 포스트
미국에 살면 몇년 안에 총맞는 거 아니냐? (6월 10일자 포스트)
시카고 살인사건 발생률 (6월 8일자 포스트)

One of Us by Asne Seierstad

어제 올랜도 참사는 내게 큰 심리적 충격을 남겼다. 뉴스를 보는게 너무 피로하고 지친다. 주말이라 회사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집에서 딱히 할 일도 없다. 일이 있으면 뉴스를 외면하기가 더 쉬웠을 텐데…

그래서 책을 펴들었다. 예전부터 읽으려고 사두었던 ‘One of Us’ 이다. 이 책은 노르웨이 혐오범죄를 다룬 르포타쥬이다. 이 사건은 올랜도 참사와 많은 점이 닮았다. 2011년 7월 22일 오슬로에서 32세 청년 아르네스 베링 브레비이크는 ‘모든 막시스트를 죽이겠다’고 하면서 노동당 청소년 summer camp를 습격한다. 수제폭탄, Ruger Mini-14, 글록 권총으로 중무장한 그는 청소년 77명을 살해하는 끔직한 범행을 저지른다. 그는 자신이 기독교 근본 주의자라고 주장했고, 노르웨이에서 무슬림을 추방하고, 페미니스트와 사회주의자를 죽여야한다고 했다.

올랜도 사건 보도에서 도망쳐서 왜 유사한 노르웨이 사건을 읽기 시작했을까? 잘 모르겠다. 혐오범죄, 테러 범죄를 더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게 생겼는지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뉴스를 듣는 거 보단, 마음이 정돈된다.

‘One of Us’는 2015년 NYT 선정 best 10 book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르포타쥬의 masterpiece로 평하기도 한다. 기자이기도 한 저자 Asne Seierstad는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과 인터뷰를 하고 기록을 검토했다고 한다. (정작 범인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리고 범인의 출생부터 법정 공방까지는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긴다. 심지어 책에는 사제 폭탄의 제조 과정, 범인이 칩거하면서 World of Warcraft에 빠져드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씌였기에 논픽션 소설로 분류 될 수 있을 듯 하다. 비슷한 장르의 ‘In Cold Blood (냉혈한)’ (트루먼 카포티 작) 가 떠오른다. 실제 사건에 기반했지만, 책은 범죄소설의 플롯을 따른다. 사건이 끔찍하기 때문에 호러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차분한 서술이 오히려 공포감을 자아낸다. 첫장면부터 몰입감이 대단하다. 그리고 종종 이 사건이 실화라는 사실이 떠오르는다. 책을 읽는 중에 미국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참고로 아래에 뉴욕타임스 서평을 링크한다.

미국 사망원인 통계

어제 캘리포니아에서 총기 난사가 있었다.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5일 전에도 콜로라도 사건이 있었는데, 이제 총기 난사는 매주 이벤트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캡처

(image source: USA Today 해당기사)

참고로 미국 사망원인 통계자료를 공유한다. 이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총기사고 사망률(자살+타살) 은 교통사고 사망률에 근접한다. (22페이지)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public 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