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론 시리즈: 며느리도 모르고 연준의장도 모르는 NAIRU

얼마전에 연준의장의 금리 인상을 젠가에 비유한 기사를 소개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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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자연실업률과 NAIRU에 대해 언급했는데, 관련 경제 이론을 좀 정리해 둘까 한다. 귀찮긴 하지만 한번 해두면 나중에 써먹기도 좋고, 나름 뿌듯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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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작하는 경제이론 시리즈: 자연실업률편.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그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한 관계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짜잔~~~ (참고자료: 이코노미스트지 2017년 경제 이론 시리즈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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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실업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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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이 왜 생길까? 물론 일하기 싫어서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 (자발적 실업) 그리고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은 실업률 계산할 때 빠지니까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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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면 생각할 수 있는게 다른 직장 알아보려고 잠깐 쉬는 경우. (frictional unemployment 마찰적 실업) 그리고 기술이 낡아서 더이상 필요없게 되는 경우, 이를 테면 주판, 부기 배워서 경리하던 사람들이 엑셀을 몰라 도태되거나… 이런 경우를 structural unemployment 구조적 실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을 합쳐서 자연실업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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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실업률의 개념은 프리드만이 주창했지만, 처음 논쟁의 폭탄을 투하한 양반은 케인즈다. (이 양반을 거시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지.) 일하고 싶은데도 못일하는 사람, 그러니까 소위 비자발적 실업에 대해서 고전 경제학의 접근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어도 고용하지 못하는 건 임금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원인을 예를 들자면 대표적으로 노조나 최저임금이 될 것이고, 문자를 쓰자면 임금의 하방경직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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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케인즈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까 임금이 떨어지면 (개별기업 임금이 아니고 거시 관점에서 임금) 노동자는 지출을 줄이고 총수요는 더 줄어드는 상황이 온다. 그래서 케인즈의 처방은 정부에서 총수요를 늘여서 완전 고용상태를 끌어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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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예전에 올렸던 케인즈 승수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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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보면 인플레는 케인즈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케인즈를 따르는 학자 무리들, 소위 케인지언들은 이 주장을 인플레와 실업률의 관계로 확대시킨다. (뭐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 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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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필립스가 필립스 곡선을 들고나오자, 케인지언들은 두팔을 들고 환영한다. 필립스는 영국의 실업률과 임금 상승률이 반비례 한다는 것을 깔끔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관계는 무척 stable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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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lips cu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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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삘받아서 미국의 폴 사뮤엘슨과 솔로우도 미국 경제 지표로 그림을 그려 본다. 그들은 미국의 경우 영국처럼 아주 깔끔하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특정 기간에는 어느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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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이제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두가지 선택지가 생겼다는 말이다. 인플레이션을 포기하고 낮은 실업률을 가지고 가거나 아니면 실업률이 높더라도 인플레를 잡던가. 둘다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운전대가 생겼다는 말이다. 실제로 사뮤엘슨은 이를 ‘menu’에 비유하며 선호에 따라 골라잡으면 된다는 이야기로 자기 이론을 세일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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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후반이 되자 이에 반기를 든 두 학자가 등장했는데, 그 사람들이 바로 펠프스와 프리드만이다. (그리고 둘은 차례로 사이 좋게 노벨상도 나누어 가졌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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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만은 사뮤엘슨의 ‘메뉴’론을 비판하면서 자연실업률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다. 바로 이 글의 첫머리에 나온 자연실업률이다. (이 얘기 하나 하려고 참 많이도 돌아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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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만이 말하기를 돈을 풀어서 자연실업률 이하로 실업률을 낮추면 처음에는 (단기) 그게 먹힌단다. 그러니까 풀어서 말하자면, 돈이 풀리고 경기가 좋으니까 기업도 노동자를 더 고용하고, 따라서 실업률이 낮아 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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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게 계속 되면 (장기) 노동자들도 자연스레 돈이 풀리는 만큼 (그리고 인플레를 예상하여)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입장에서도 실질임금이 오르는게 아니기에 그냥 임금을 올려준다. 그러니까 실업률은 그대로면서 인플레가 찾아오게 된다. 바로 펠프스와 프리드먼이 말한 그 경계점이 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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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기/단기의 개념이 근 50년간 각국의 중앙은행이 정책의 기본 전제가 되어왔다. 그러니까 요즘 경제학자들이 필립스 곡선을 언급한다면, 그 옛날 필립스가 발견한 곡선이 아니라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는 실업률과 인플레의 트레이드 오프 관계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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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말 프리드만의 NAIRU는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예언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프리드만의 이론을 바탕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보니까 딱 맞아떨어지는게 아닌가. 프리드만의 입지는 70년대를 거치며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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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경제학계가 그렇게 만만한 동네인가 NAIRU도 또 한번의 공격을 당하는데 그 때 등장한 이론이 ‘rational expectations 합리적 기대’ 이고 ‘anchoring expectations’ 이다. 프리드만의 NAIRU가 adaptive 적응적 기대를 가정해서 만들어진 이론이기에 인플레가 오는 시간이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합리적 기대 이론에 따르면 이제 자연 실업률 이하로 돈이 풀리면 즉각적으로 인플레가 찾아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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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미국 연준은 이런저런 이론들을 직접 실험을 해볼 기회(?)를 맞는다. 당시 연준 의장에 폴 볼카가 뽑혔는데, 그는 인플레 억제를 연준 최대의 목표로 삼았다. 볼카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통화 정책의 고삐를 바짝 쥐었고, 81년에는 금리를 무려 20% (!) 까지 올린다. 결국 불황이 찾아왔고 실업률은 무려 10%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인플레는 5% 대로 잡았으며 그는 임무를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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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Volcker (19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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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하자면 볼카의 실험은 결국 프리드만의 적응적 기대 가설을 지지해준 셈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플레를 잡기 위해 연준이 돈을 푼다는 합리적 기대가 작용하지는 않았고, 극심한 실업을 겪고 나서야 고통스럽게 인플레가 잡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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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새롭게 뉴케인지언이 등장한다. 그들은 divine coincidence 신성한 우연 이라는 이론을 주장하는데, 그에 따르면 이제 80년대 고통스러운 실험은 더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타겟을 설정하고, 정책이 신뢰를 얻으면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신성한 우연 가정은 실제로는 그다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도 동시에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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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금융위기를 맞았다. 2008년 급격한 불황 때 실업률은 10%까지 치솟았다. 거기서 지난 10년 동안 미국 경제는 꾸준히 회복되었다. 지금 실업률? 4.1% 이다. 예전 경제학자들은 6%를 NAIRU로 본 적도 있었는데, 벌써 그 지점은 지나간지 오래다. 작년 옐런 누님이 인플레가 안오는 것을 의아해 했었는데, 얼레벌레 벌써 2018년이 왔다. 실업률은 더 떨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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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 트럼프는 재정확장으로 돈을 풀고 있고, 동시에 보호무역 (심하게 말하면 중상주의, 근데 트럼프가 이게 욕이라고 생각이나 할까?) 으로 회귀하는 게 지금 2018년 이다. 몇달전 옐런이 연준 운전대를 내려 놓았고 이제 파월 의장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니까 파월은 정말 세기의 경제학 실험을 진행하는 행운(?)을 맞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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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다. 가능한 쉽게 가려고 했는데 수식도 없고 도표도 없이 설명하니 말만 장황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치만 이정도면 지난번 짧은 젠가 포스팅의 배경설명이 충분히 된 것 같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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