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준 청문회 감상 포스팅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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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표권자도 아니고 한낱 필부인 내 의견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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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의 청문회가 대법관 지명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자리가 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번 스캔들이 대법관의 자질을 평가하는 척도인지 아닌지는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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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캐버노가 청문회에서 보인 행동. 그러니까 철저하게 법리에 근거해 법을 집행해야하는 판사가 자신이 정치 공작의 희생자라며 울먹이는 행위. 자신의 정당성을 논리가 아닌 정치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충분한 결격 사유가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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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연방 대법원을 정치에서 완전히 독립된 단체라고 보지 않는다. 또한 잘 훈련된 판사도 인간이기에 판단에 편향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판사가 이렇게 대놓고 정치적인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어제 대법관 인준 청문회 감상

어제의 청문회를 (물증과 증인이 중요한) 재판으로 보느냐, (지명자의 자질이 중요한) 인준 청문회로 보느냐가 판단의 기준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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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한국과 비교해서 생각하자면, 정치적인 판단과 법리적인 판단이 분리되어 이뤄졌던, 안희정 건이 좀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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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론은 당사자들만 아는 엇갈리는 진술 (소위 말하는 he said, she said story) 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단호하게 여자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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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관련 기사
Kavanaugh versus Blasey (9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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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가 기사 마지막에서도 말했지만, 정리적 계산으로는, 대법원 지명자 인준은 중도 라인에 서있는 몇몇 상원의원의 판단이 결론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한 통과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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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청문회에서 린지 그레이엄이 정치공작이라며 분노를 표현할 때.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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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해보니 직원들도 온통 어제 청문회 이야기다. 청문회가 OJ 심슨 급의 관심을 모은지라 정치적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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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버노 대법관 지명자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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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업데이트: 방금 속보로는 중도라인 Jeff Flake 의원이 캐버노 지명자 지지를 선언했다고 한다.

월요일의 학살?

오늘 오전 법무부 차관 로젠스타인이 백악관으로 호출되었다. 그의 해임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닉슨의 탄핵절차는 닉슨이 법무부 장/차관을 해임하면서 시작되었다. 역사는 이를 토요일밤의 대학살이라고 한다.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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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업데이트: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백악과 미팅은 목요일(9/27)로 연기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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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 목요일에는 대법원 판사 지명자 카버나의 성추문을 폭로한 포드 교수의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목요일은 팝콘을 두봉지는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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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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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한 예전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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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d Rosenstein (1965- )

인도: 나라라기 보다는 연맹에 가까운

한 페친께서 인도 아대륙에 대해 포스팅을 했는데, 예전에 읽었던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하나 생각나서 공유한다.
 
페친님 포스트 링크
 
이코노미스트지 기사 링크
Is India a country or a continent? (2017년 2월 9일자)

source: 이코노미스트지 해당 기사

 
페친도 이야기했지만, 인도를 하나의 나라라고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짧은 경험이라 일반화하기 좀 무모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인도인들끼리도 자기들끼리 동질감이 그다지 크지 않더라. 유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유학생들은 보통 나라끼리 잘 뭉치는 편인데, 한국/일본인들, 심지어 중국인들보다, 인도인들은 서로간에 데면데면해 했다.
 
생각해보면 인도인은 영국에게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걸 제외하곤 공통점이 거의 없다. 한번도 통일국가를 이룬 적이 없고. 민족도 언어도 종교도 기후도 모두 다르다. 인도는 크기로만도 서유럽 비견할 만하다. (인도: 330만km2, 서유럽: 440만 km2) UCLA의 Romain Wacziag 팀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인 두명을 무작위로 뽑으면 같은 언어를 사용할 가능성은 20% 미만이라고 한다.
 
인도라는 나라는 거칠게 말하자면 미연방 보다 조금 느슨하지만 EU 보다는 조금더 견고한 연맹이다.
 
첨부한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보면 수치로도 그러하다. 인도의 ‘공식’ 언어는 22개이다. 인도보다 큰 미국도 영어면 다 통한다. 하지만 EU를 보면, 공식 언어가 24개이다.
 
투표율을 보면 그림이 더 명확해진다. 보통은 중앙 선거의 열기가 지방 선거의 열기보다 뜨겁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도의 경우, 펀잡이나 고아의 주정부 선거가 더 투표율이 높다. 대통령 선거에 대부분의 관심이 집중되는 한국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참 이상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EU를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이 수긍이 간다. 뉴스에서 유럽 각국의 선거 얘기는 가끔 들어도 유럽의회 선거를 들은 기억은 없다.
 
정당 시스템. 양당제가 기준인 미국의 렌즈로는 인도 정치를 이해하기 힘들다. 인도는 국회에 의석이 있는 정당만 세어도 35개가 넘는다. 한두개의 의석을 가진 군소 정당도 흔하다. EU랑 비교하면 이도 이해가 간다. 유럽도 개별 국가의 정치 이슈가 우선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정치 이슈는 그 다음이다.
 
지역간 빈부 격차.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인 Bihar의 경우 인당 GDP가 Goa의 10%에 불과하다. 미국이 빈부 격차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이정도는 아니다. (매사추세츠 65000불, 미시시피 31000불) 반면 EU를 생각해보면, 그나마 비교할 만한 숫자가 나온다. NUTS-2 기준으로 인당 GDP는 불가리아 Severozapaden 지역이 8600유로, 룩셈브루크는 75000 유로이다.
 
지역간 재화의 이동. 인도는 주끼리의 교역에 장벽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주마다 다른 세법이 다르고, 세율이 다르다. 미국도 차이는 있지만 인도와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교역량은 얼마나 될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끼리의 교역량이 미국의 경우 GDP의 78%로 인도는 54%라고 한다. 그치만 이조차도 EU의 20%에 비하면 월등하게 높다.
 
어떻게 보면 인도 아대륙이 하나의 국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한 일이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가 갈라져 나가긴 했지만.) 13억의 인구가 하나의 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굴러가는 게 어디 보통일일까. (중국이 있지만, 거기는 독재국가이고 또 여러 다른 면모로 끝판왕이시니 예외로 하자.)

9/11과 피자 도우

9/11은 뉴요커에게 어떤 식으로든 트라우마를 남겼다. 당시 뉴욕에서 학교를 다녔던 아내는 아직도 기분이 안좋은 날이면 테러꿈을 꾼다. 하루는 탄저균이 전세계에 퍼지기도 하고 다른 날은 그날처럼 다수의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한다. 꿈속에서는 항상 먼지가 자욱했고 매퀘한 냄새가 가득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빈도수가 많이 줄었다.

오늘 읽은 기사는 당시 잿더미에서 시신을 수습했던 경찰의 이야기다. 뉴욕 경찰 Douglas Greenwood는 40일간 시신 수습 작업에 투입됐었다. 이후 PTSD에 시달린다. 그는 26년을 일하던 NYPD를 떠난다.

After 9/11, a Police Captain Wanted to Change His Life. He Opened a Pizza Place (NYT, 9월 10일자)

이탈리아계인 그는 할머니가 피자도우를 만들던 모습을 기억하고, 피자를 만들면서 아픔을 잊는다. 뉴욕코너의 조그만 공간에서 나름 자리를 잡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작년 겨울 Douglas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피자집은 지금 70먹은 Doug의 형과 같이 일하던 주방장 둘이서 운영하고 있다. 올 가을 확장을 해, 조그맣게나마 앉을 공간도 생길 예정이라고 한다. 그건 Doug의 소원이기도 했고.

출처: http://scoutmob.com/new-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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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ing Up

이번주 뉴요커 커버. 제목은 ‘Looking up’ 이다. (왼쪽 그림)

6년전 뉴요커 커버(오른쪽 그림)는 등교하는 여자아이를 실었다. 등교 길에서 애처롭게 엄마를 뒤돌아보던 어린아이가 6년만에 훌쩍 컸다. 올려다 보는 엄마에게 그 아이는 여전히 물가에 내어놓은 자식이다.

6년전인 2012년은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가 있던 해였다. 사건 얼마 후에 카툰 작가가 그렸던 뉴요커 표지 그림(오른쪽)도 올린다. 건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눈빛을 보다 보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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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작가의 말 링크.

 

트럼프와 한미 FTA 비화

Just wow.

게리콘이 트럼프가 사인하기 직전에 책상에서 빼돌렸다는 한미FTA 폐기 공지 서한. 진본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슨 정치 드라마를 보는 기분. 음모론 식의 이야기나 가쉽은 보통 거르는 편인데, 점점 믿지 않기가 힘들어진다. 워터게이트를 터뜨렸던, 탐사보도 저널리즘의 선구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에 포함된 내용이라고.

빼돌린 이야기 자체보다 황당했던건 이 편지가 없어졌다는 걸 ‘그분’이 눈치도 못 챘다는 것. 복잡한 미국 속내니 국제 정치 분석이니 하는게 참 허망하다.

공유 전기 스쿠터

요즘 공유 e-scooter가 핫하다. 배터리가 싸지고 GPS 기술이 일반화 되면서 생긴 새로운 스타트업. 주로는 우버/리프트에 계시던 분들이 나와서 창업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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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scooter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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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도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규제에 별 신경안쓰고 일단 시작한 다음에 논란과 buzz가 따르고 이후에 규제가 논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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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공유 스쿠터가 많이 보급(?)된 샌프란 쪽에서는 그만큼 논란도 큰가보다. 조금 부정적인 bias가 있는 것 같지만 최근에 본 관련 동영상도 공유.

매케인과 낭만보수

오늘자 뉴스는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이 1년이 조금 넘게 해오던 뇌종양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Sen. John McCain to discontinue medical treatment, family says (USA Today, 8월 24일자)

한때 대통령 후보까지 올랐었다. 생의 마지막에서는 그는 트럼프와 여러 이슈에서 삐걱였다. 기억나는 건, 오마마케어 폐지에 극적인 반대표를 던지던 순간. 나토에 대한 적극 지지. 트럼프 정부의 친러시아 분위기에 강한 우려 표명. 같은 모습이다.

지난주에 뉴요커지는 이미 매케인에 대한 짧은 논평을 하면서 부고아닌 부고를 올렸다. 뉴요커는 그를 두고서 end of romantic conservatism 이라고 평했다. 2018년 지금 시점 미국 공화당에서 그의 노선은 좀 올드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다.

John McCain and the End of Romantic Conservatism (8월 18일자 뉴요커)

스러지는 한 노인을 보면서 왠지 애잔하다. 그의 정치적 노선에 동의해서도 아니고, 옛날이 좋았다고 노래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내가 그만큼 물렁한 사람이어서 그럴 지도 모르고, 아니면 늙어감/사라짐이 좀더 공감되는 벌써 그런 연배가 되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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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매케인 (1936 – )

순두부 찌개와 H mart

7년이 조금 넘는 미국 생활. 주말 마다 변하지 않는 ritual의식이 있다. 예배 후 한인마트 pilgrimage순례. 고백한다. 날라리 신자인 나는 간혹 교회를 빼먹고, 덩달아 한인마트 순례를 넘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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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년을 살았던 North Carolina에는 한인 커뮤니티가 작았다. 한인 마트는 멀었다. 통로는 비좁았으며 정체모를 아시아 식재료가 뒤섟여 있었다. 그나마 라면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먹던 그 맛과 차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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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애틀란타에 왔다. 할렐루야. 거대 한인 마트는 널찍 널찍 했고, 복도마다 한국 식재료가 칸칸이 들어차 있었다. 딸애는 옆에서 떡을 먹으며 행복해 하더라. 이사 참 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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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Mart (출처: Eater Bo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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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탁은 국적불명이다. 아침엔 hummus와 naan, 브리치즈가 등장하여 유럽/지중해 스타일이 되었다가, 파스타와 김치를 곁들이는 점심을 먹었다가, 저녁에는 미역국 옆에 두고서 쌀밥과 잡채를 접시에 던 다음 쇠젓가락으로 피클을 집어먹는다. 우리 가족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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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한식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쌀, 콩나물, (요리하기 딱 좋게 썰어진) 갈비, 라면, 김, 미역, 고추장, 참기름, 김치, 칸쵸 같은 것들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한인마트는 일용할 양식을 채우는 신성한 곳이다. 두부/간장은 타겟이나 홀푸드 ethnic section에서 구할 수 있지만, 마트 전체가 한국 것으로 채워진 H mart나 메가/시온 마트에 비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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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인가? 추석 때였다. 갑자기 한국적인게 먹고 싶어져서, 전도 부쳐보고 고기를 다져다가 피망에다 채워넣어 완자를 만들어 본적이 있다. 그후 몇달간 한국 음식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했다. 한국에서도 즐겨 먹지 않던 족발, 감자탕, 청국장, 갓김치를 어찌저찌 구해다가 먹었다. 대단한 솜씨는 아니지만,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김치찌개를 만들어봤는데 어머니가 해주던 맛 얼추 비슷하다는 생각에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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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2세, 3세를 만나보면 엄마, 아빠 말고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녀석들도 한국음식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떡볶이, 갈비, 짜장면. 언어 보다 더 짙게 민족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 식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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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요커에서 H mart에 대한 에세이를 읽었다. half-Korean American 인디가수가 암투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 H mart에 대해 썼다. 뉴요커 글 답게 상당히 길다. 이 가수가 쓴 에세이는 예전에도 읽은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전 글이 더 짧고 깔끔해서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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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에세이 링크
Crying in H Mart (8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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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mour 에세이 링크
Real Life: Love, Loss, and Kimchi (2016년 7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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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달걀이 풀어진 채 돌솥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 찌개는 어떤이에게 엄마이기도 하고, 유전자에 남아있는 한국인의 끈 같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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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 글쓴이가 리드하는 인디밴드 Japanese Breakfast 공연 클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