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의 트럼프 비판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조치 후, 인재 수급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제와서 트럼프를 비판하기 시작한 실리콘 밸리를 꼬집는 이코노미스트지 기사.

실리콘 밸리에 있다보면 실리콘 밸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런건 만은 아니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특별한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변화에 관계없이 홀로 고고하게 서있을 수도 없다.

시니컬한 논조가 다소 거슬렸지만, 흥미로운 관점이었기에 공유.

Silicon Valley’s criticism of Donald Trump (the Economist, 2월 4일자)

 

전선위의 참새

이민자 문제는 내게는 퍼스널한 이슈로 느껴지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하게 된다. 미국땅에 살면 근본적으로 소수자일 수 밖에 없다. 불법체류자나 사정이 딱한 분들을 남의 일 보듯이 말하는 분들을 가끔 볼 때마다 분노가 치민다. “어쨌든 불법인 거 아냐.” “나는 보험이 있는데.” “나는 시민권자라 상관없어.” 라고 말씀하신다. 최대한 그 입장에서 이해해보려 하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해가 간다는 것과 그렇게 행동하고 말해도 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이런 일에 분하고 속이 상하다는 건 내가 아직 수양이 덜 되었다는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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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와서 잠깐 본 만화를 공유한다. 픽사에서 만든 3분짜리 단편이다. 분명히 재미있는 만화인데, 나는 보면서 왜 마음이 아픈건지.

정교분리와 트럼프

요즘 한다면 한다는 걸 보여주시는 슈퍼파워님께서 얼마전 또다른 약속을 했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Johnson Amendment를 ‘totally destroy’하겠다는 약속을 하셨다고.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이법은 종교단체와 구호단체들이 정치에 개입을 하면 세금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이다. 아이젠하워때 공화당에 의해 통과되었는데, 그때는 보수 기독교계가 정치세력화하기 전이라 큰 무리가 없었던 듯. 이 법안은 린든 존슨 (당시) 상원의원이 발의했는데, non-profit의 지지를 받는 그의 정적에게 타격을 주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정교분리’ 이슈에 관심이 있는지라 정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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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행정명령

요즘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교과서에서 미국 정치는 견제와 균형의 checks and balances 장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배우긴 했었다. 트럼프 정부는 그 장치가 얼마나 작동하는 지 잘 보여줄 모양이다.

어느 시점에서는 그 장치가 작동하리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역사를 돌아보면 이보다 더 심한적도 있었다. 문제는 외교와 국제 정치이다. 견제 장치가 있는 국내 정치와 달리 국제 정치는 딱히 견제하는 장치가 없다. UN과 WTO의 힘은 최근 몇십년 동안 급격히 약해졌다.

요즘 말이 많은 대통령 행정명령에 대해 찾아보았다. 수퍼파워님께서 취임후 열흘 동안 트위터 하듯이 행정명령을 뿌리고 있기에 자연스레 궁금증이 생겼다.

우선,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뿐이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행정부는 대통령의 소관이기 때문에 행정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따르게 된다. 지금처럼 위헌 논란이 계속 되는 경우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행정명령이 만능은 아닌데, 예를 들어 오바마가 내린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명령은 끝까지 실행되지 못했다.

이 행정명령을 뒤집을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송을 제기해서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는 것. 실제 트럼프 정부 열흘동안 42건의 소송이 제기되었다. 특히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건에 대한 반발이 심했는데, 매사추세츠, 뉴욕, 버지니아, 워싱턴 주가 동시에 소송을 걸었다. 소송으로 들어가면 보통 일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전까지는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따르게 된다.

다르게는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취소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본인이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은 후임자가 전임자의 행정명령을 취소한다.

그리고 의회는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 의회가 할 수 있는 건 반항하는게 유일하다. 이를 테면 예산 승인이나 세금 쪽은 의회 고유의 권한인데, 이 쪽에서 협조를 안해주면서 버티는 거다. 오바마때 공화당에서 쓰던 방법이다. 당시 의회와 대통령의 갈등이 극심해서 정부 셧다운까지 갔었다. 물론 지금은 상하원이 모두 공화당이기에 이렇게 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오바마는 공화당에게 행정명령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행정명령을 자제한 편에 들어간다. 연평균 35회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아들부시는 36회, 클린턴은 46회였다. 물론 오바마도 취임 첫달에는 17개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정권 초기에 빠른 정권안정을 가져오는 데에 행정명령이 어느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기는 하다.

What is the scope of a president’s executive orders? (the Economist, 1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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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라고 말할 의무

2015년 법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샐리 예이츠 내정자에게 물었다.

“대통령이 부적절한 행위를 요구한다면, no라고 하실 수 있나요?”
“네, 저는 법무장관에게는 대통령에게 헌법에 기반해서 독립적인 법적 조언을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그녀는 자신이 답변한 대로 행동했다.

그 질문을 던진 제프 세션스가 트럼프의 법무장관 내정자가 되었다. 이제 그가 답할 때라고 생각한다.

2015년 청문회 동영상 첨부는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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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같은 트럼프의 일주일

오늘은 연방 대법원 판사 대통령 지명자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누구를 지명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페미니즘/보수기독교계의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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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핵폭탄급 이슈를 만들어내는데, 이슈가 이슈를 덮어서 잊게 만드는 지경이다. 취임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일년은 된 것 같다.

지난주만 봐도 1) 오바마케어 무효화, 2) Alternative fact 논란, 3) TPP 탈퇴, 4) 멕시코 장벽 건설 계획, 5) 물고문 부활 의견 피력, 6) 멕시코 관세 부과 논란, 7)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조치 이다. 키스톤 송유관 건설 승인 정도는 뉴스꺼리도 안된다.

이미 멕시코 건은 뉴스에서 묻혀버렸고, 오바마케어는 이제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게 전략이라면 전략일 수 있겠다 싶다. 후보자 시절 트위터를 날리듯이 행정명령을 승인하고 발표한다.

다만 이런 식으로 몰아치기가 언제까지 가능할까 궁금하다.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조치 이후

어제 아틀란타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다.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조치 이후, 전 미국이 벌집 쑤신 것 처럼 되었다.

나는 외국인 노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개인적인 일로 다가온다. 가능하면 정치색을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트럼프를 자꾸 감정적으로 대하게 된다.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인 친구들도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 평소에 정치적인 포스트를 올리지 않던 미국인 페친들도 이번에는 다르다. MBA 시절 같은 소그룹이었던 한 백인 친구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편지를 썼다고 페북 포스트를 올렸다. (그친구는 평소에 상당히 조용한 편이였기에 조금 놀랐다.) 그들은 미국의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미국인 전부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우리집 아래에 사는 할아버지. 은퇴한 백인 트럼프 지지자 이다. 인간적으로는 참 좋은 분이기도 하다. 얼마전 쓰레기를 버리다가 마주쳐 트럼프 반대 시위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분은 그 시위대는 전부 서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회주의자들이 돈주고 고용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왠지 낯설게 들리지 않았다. 미국에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살면서 실제로는 어떻게 그렇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지 아직도 내게는 이해 불가다.

보호무역과 쌍둥이 적자

며칠전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포스트에 한분이 댓글을 다셨다.

‘관세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내는 것 아닌가요?’

그러게. 일반적으로 보호무역이 소비자에게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경제학에서 상식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께서는 경제학을 대놓고 무시하기 때문에 그다지 중요한 이슈는 아닐 듯 하긴 하다만…

마침 오늘 비슷한 주제의 연구를 보았기에 공유한다. 연구 주제는 80년대 일본 차 수입 쿼터가 미친 미국 소비자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이다.

VOLUNTARY EXPORT RESTRAINTS ON AUTOMOBILES (1999년 가을 발행)

1981년 심각한 대일 무역 적자로 고민하던 레이건 정부는 일본 자동차 수입 쿼터제를 도입한다. 일명 Voluntary Export Restraint (VER) 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이다. 도입 당시 큰 지지를 받았던 이 프로그램은 많은 문제를 낳았고 결국 1994년에 폐지 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지만, 일본차 수입 쿼터는 일본차 가격의 상승을 불러왔다. 평균 1200불이 상승했다고. 갑자기 오른 차값 때문에 일부는 자동차 구입을 미뤘고, 일부는 미국차를 샀다. 사실 일본 기업들은 쿼터만큼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이윤 측면에서는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

그러면 미국 차 회사들은 어땠을까. 차값이 올라서 일본차 대신 미국차를 사기로 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층이었다. 그래서 미국회사들이 올린 가격은 고작 1%. 미국 자동차 라인들은 바로 over-capacity가 된다. 수요가 급증했다고 해서 공장라인 증설이 바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어째든 공장을 풀로 가동하니까 미국 차회사들은 연간 1조원의 추가 이익을 내었고, 여전히 차 공급이 딸리자 미국 정부는 쿼터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한다. 결국 쿼터는 94년 폐지.

피해는 대부분 미국 소비자들이 지게된다. 뭐 피해액 계산이야 추산하기 나름이라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13조원의 피해를 입었고, 미국 차회사들은 대략 10조원의 이익을 봤지만, 둘을 합치면 미국 경제는 3조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쿼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일본 회사들은 수입 쿼터와 무역장벽을 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미국에는 쿼터가 없어진지 오래다. 그래도 그 영향은 여전한데 이를테면 미국에서 사는 일본 차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이다. 미국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면 국산 자동차가 되기 때문에 무역규제가 의미가 없어진다.

아~ 그리고 포스트에 댓글을 단 그분이 정부 재정 지출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분의 댓글을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 줄은 잘 모르겠지만, 경상수지 적자와 정부 재정 적자를 같이 놓고 보니 80년대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생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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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적자에 대한 분석은 경제학자 대부분이 동의하는 내용인데, 한국은행 사이트에도 내용이 나와있으므로 링크를 같이 올린다. 해당 항목은 청소년 경제 교실 항목이니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거시 경제 수업시간에 대부분 배우는 상식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 한국은행 청소년 경제 나라 (2006년 7월 10일)

알다시피, 80년대 레이건 정부는 적극적인 세금 감면 정책을 펼친다. 여기다가 국방 지출 증가가 겹쳐서 정부 재정수지는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고, 정부도 국채를 대량 발행한다. 거기다가 FRB는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통화긴축 정책을 펴는 중이었다. 따라서 시중금리는 급상승했다. 이에 미국 자산은 인기 상종가였고, 달러도 급등하고 미국으로 엄청난 자본이 유입되었다.

예전 포스트에서 한번 설명한 적이 있는데, 경상수지와 자본 수지를 합치면 항등적으로 0이 된다. 그러니까 미국은 70년대 후반 80년대 중반까지 엄청난 무역적자로 고통을 받았다. 그런데 현상만 놓고보면 대일 무역적자로 고생하고 있으니까 모두 일본을 비난했고, 레이건 정부는 보호무역 정책을 실행하게 된다. 그중에 하나가 앞서 말한 자동차 수입 쿼터제고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

관련해서 이전 포스트 링크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관련 (1월 25일 포스트)
https://isaacinseoul.wordpress.com/2017/01/25/navarro/

일본과 쌍둥이 적자 관련 (1월 26일 포스트)
https://isaacinseoul.wordpress.com/2017/01/26/trade/

뉴스를 보다보면 당시 상황과 요즘의 상황들이 오버랩되어 보인다. 그게 나만 그런것도 아닌 것 같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가만보면 트럼프는 공화당의 우상인 레이건에게서 빨간 넥타이만 배운게 아니고 감세 정책도 배운 것 같다. (오해를 막기 위해 하나 덧붙이면, 나는 감세 정책에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정책은 양날검인데 부작용도 같이 고려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이야기다.)

가장 우려가 되는 건 슈퍼파워 그분께서 그다지 경제학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요즘이긴 하다만, 그래도 과거 사건에서 교훈도 얻고 듣기 싫은 이야기도 가끔은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인 캐나다 대량 이주 사례

미국인의 캐나다 이주 관련 이코노미스트지 통계자료

How easy is it for Americans to move to Canada? (The Economist, 1월 26일자)

기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의 캐나다 대량 이주가 세번 있었다. (대규모는 아니지만 부시 때를 포함하면 네번)

첫번째는 미국이 독립할 때 영국 왕실 지지자들이 4만명 가량 이주를 했고, 둘째로는 노예들이 비밀 결사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통해 자유를 찾아 도망친 일이 있다. 그때도 약 4만명 가량으로 추산. 셋째는 베트남 전쟁 때 징병을 피해서 약 3만명 가량이 도망쳤다고.

최근에는 부시가 재선되고 나서 캐나다 이주 인구가 급증했던 예가 있다. 이건 단순히 부시 정부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니 정확한 숫자 추산이 불가능 하지만, 어쨌든 수치상으로 클린턴 때에 비해 크게 증가한 걸 볼 수 있다. (아래 도표 참조)

그런데, 정말 트럼프 때문에 캐나다 가는 사람들이 있을라나?

우리 딸내미는 트럼프 때문에 한국가야겠다고 가끔 그런다. 지가 뭘안다고. ㅋ

미국/멕시코 관계, 그리고 나프타

어제 있었던 멕시코 제품 20% 관세 계획 발표는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전쟁 선포 같은 그런 말이 설마 진짜 일리가… (하지만 그 해프닝이 벌어지는 사이에 페소는 엄청 떨어졌다.)

관련 뉴스

Trump mulls 20% border tax on Mexico; aides later call it just an option (USA Today, 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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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미국/멕시코 관계는 최악인데 정황을 요약하자면,

수요일 트럼프가 11조원의 멕시코 장벽 건설 계획 발표. 멕시코에게 돈 내놓으라고 으름장. 이에 멕시코 대통령이 다음주 예정된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어제 멕시코산 물품 20% 관세 부과 계획 전격 발표했다.

이 20% 관세 계획의 발표 과정을 살펴보면,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가 멕시코에 20% 관세를 매겨 멕시코 장벽의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몇시간 뒤에 비서실장 프리버스가 그건 트럼프 정부가 고려 중인 여러가지 계획 중에 하나이라고 발뺌을 했다.

나는 트럼프가 한 20% 관세 이야기가 진심이라고 보긴 하지만, 비서실장이 발뺌을 하니 일단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그치만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멕시코와 나프타에 대해 좀더 수다를 떨어볼까 한다. 아참 그리고 세금도…

사실 트럼프의 20% 관세 발언은 (언제나처럼) 구체적인 플랜이 없었기에 정확히 무엇을 염두에 두고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 인지 알기 힘들다. (어쩌면 트럼프 자신이 무슨 이야기 인지 이해를 잘 못하고 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난 주부터 미국은 법인세 개편 논쟁이 한참인데, 그 법인세를 목적지 기준으로 매기겠다는 게 골자이다. (Border adjustment라고도 한다.) 미국에는 부가가치세가 없는데, 법인세를 부가 가치세처럼 바꾼다는 안이다. 좀 복잡한 이야기이고 트럼프는 이 세제 개편안에 ‘너무 복잡하다’ 며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의견을 냈었다. 뉴스를 보건데, 트럼프가 말한 멕시코 20% 관세는 그 새로운 법인세를 이야기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20% 라고만 말해서 뭘 지칭하는지도 불분명 하다.)

이 세금에 대한 이야기는 권남훈 교수님께서 잘 정리해 주신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

어쨌든 이래저래 혼선과 발뺌이 오가는 걸보면 아직 트럼프 내각도 혼돈 그 자체인 것 같다. 사실 트럼프 내각은 경제 쪽 인준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안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워낙 뉴스가 많이 쏟아져 나와 오래된 것 같지만 아직 취임한지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세금이나 커뮤니케이션 채널 문제는 그렇다치고, 사실 내가 관심있는 건 미국의 무역 정책이 정말 어떻게 흘러갈까 하는 거다.

지금 이슈가 되는 나프타는 어떻게 될까? 미국이 나프타에서 탈퇴하는 일 같이 황당한 일이 벌어질까?

뭐 브렉시트도 벌어진 마당이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프타 관련 조항을 찾아봤는데, 실제 6개월전에 통보한다면 나프타 탈퇴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프타 조약 22조에 있는 2205 항목에 따르면 그렇다. 관련 규정 링크는 아래 링크 참조.

http://www.sice.oas.org/trade/nafta/chap-22.asp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미국에 자동차 공장들을 보면, 정말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이 무의미할 만큼 통합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미시간에 있는 포드 공장에서 최종 생산되는 차량의 계기판은 멕시코에서, 변속기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이런 식이다. 나프타가 해체되면 미국 회사들에게도 엄청난 타격이 간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이야기하는 게 그냥 공허한 소리는 아니다. 아마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엄청나게 위협을 해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미국에 유리한 협정을 맺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수차례 피터 나바로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그가 무역을 보는 관점이 트럼프의 관점을 대변한다. 그가 보는 바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적자를 가져오는 주적은 여섯 나라인데, 그 나라가 바로 중국, 멕시코, 캐나다, 일본, 독일, 그리고 한국이다.

피터 나바로: 트럼프 내각의 유일한 경제학자 (1월 25일자 포스트)

그는 트럼프 유세 기간 트럼프의 경제 공약을 짰는데, 그때 그가 쓴 페이퍼에 의하면, 미국은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거래 때문에 엄청난 무역 적자를 보고 있고, 원인을 환율조작, 그리고 (미국에는 없는 상대국의) 부가가치세를 꼽았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무역협정 재협상과 보복 관세를 내세웠다.

해당 페이퍼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Click to access Trump_Economic_Plan.pdf

페이퍼에서 한국을 수차례 언급하는데, 읽다보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 페이퍼를 쓴 교수가 지금 미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다.

나바로가 페이퍼에서 주장하기로는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한게 아니라고 한다. 원래 다른 나라들이 먼저 전쟁을 시작했고 트럼프는 그 전쟁을 끝낼 사람이라고. 그리고 미국이 보복 관세를 매겨도 상대국가가 찍소리 못할 거라고 한다. 이유는 미국 시장이 워낙 커서 그 시장을 놓칠 수가 없을 거라고. 평소 트럼프의 지론과 일치한다.

게다가 지금 멕시코와 설전을 벌이는 트럼프를 보면 안보 문제, 이민 문제 기타 다른 골치꺼리를 같이 엮어서 위협반, 설득반으로 협상을 진행할 모양이다.

요즘 같아선 트럼프에게 찍히면 거덜나는 분위기인데, 어쩌다가 미국이 동네에 힘좀쓰면서 애들 삥뜯고 다니는 깡패 같은 나라가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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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멕시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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