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일본의 반응

어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포스팅을 했는데, 마침 일본의 반응에 대한 NYT 기사가 있어 공유한다.

어제 포스트
피터 나바로: 트럼프 내각의 유일한 경제학자

NYT 기사

이 기사가 특히 눈에 들어왔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일본이 처한 입장이 여러모로 한국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에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자국 농민을 (특히 쌀농사) 보호하는 정책 노선을 추구한다. 또한 중국 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아베 정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또는 희망사항은) 무역에 관한한 트럼프가 중국에만 집중하여 일본은 그저 낮은 우선 순위로 보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부분 역시 한국과 비슷하다.

아베는 오바마와 함께 TPP 성사에 꽤 공을 들였다. 이제 미국이 발을 빼면 TPP 국가 중에 경제 규모면에서 가장 큰 나라가 된다. 물론 미국없이 TPP를 진행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제 호주의 턴불 총리는 미국 없는 TPP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그다지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아베가 TPP를 주도하면서 자국민에 내세운 논리는 농업 분야에 다소간의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시장 접근성을 높인다 였다. 그런데 미국이 빠지면 모양새가 영 어색하다.

기사에 따르면, TPP 농산물 개방에서 일본은 쌀농사부분은 예외로 했다. 만약 일본이 미국을 포함한 TPP를 추진하려면, 그마저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경제적 손익을 떠나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눈을 유럽으로 돌리자니, 유럽 역시 농산물 보호에 열을 올리는 동네인지라 협상이 수월하지 않다.

또 중국 주도의 RCEP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부분이 약해서 일본의 성에는 안차는 모양이다. 트럼프 쪽은 미일 쌍방간의 무역협정도 이야기 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일본은 다자간 무역협정을 선호하는 것 같고…

어쨌든 요즘 일본의 분위기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눈치 잘 살피고 있자… 이다. 사실 몇주전에 트럼프가 트위터로 토요타를 한방 크게 먹였고, 이어서 일본 재계와 정부는 엄청나게 바빠졌다.

관련기사

그러니까 일본 사람들은 80~90년대 경험을 떠올리며 미리 대비를 하는 모양이다. 당시 미국은 달러의 강세로 인해 엄청난 무역 적자를 보았고, 모두다 일본을 비난했다. 그리고 일본 기업/정부는 미국에다가 공장을 지으면서 비난을 모면하려했다.

지금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트럼프와 미국인들에게 숫자를 들이 밀면서 일본 기업들이 미국 경제와 일자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기 바쁘다. 소프트뱅크, 미쓰이스미모토 은행, 공영제강, 토요타, 브릿지스톤, 미쓰비시 중공업이 일시에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1월 13일 아소 재무장관도 “미국의 무역 불균형은 중국 때문이다. 일본은 대미 누적 투자액이 4조 엔이 넘고 있고 고용 유발도 상당하다.” 고 말하며 미국에 밉보이지 않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트럼프 당선 후, 제일 먼저 그를 찾아간 아베도 당시 트럼프에게 TPP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정상회담도 조기 성사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노력들이 미국의 무역정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런지 모르겠다. 여튼 일본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정말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고, 비슷한 처지의 한국은 (기업이나 정부나…) 여러모로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1854년 요코하마에 내항한 흑선 (일본에 개항을 요구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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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나바로: 트럼프 정부의 유일한 경제학자

피터 나바로. 트럼프 정부 유일한 경제학자이다. 트럼프는 이번에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을 신설했고 신임의장으로 피터 나바로를 지명했다.

2000

Peter Navarro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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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이코노미스트지는 피터 나바로를 가장 권력이 센 (정확히는 권력이 세어질…) 경제학자로 평했다.

The Economist | Peter Navarro: Free-trader turned game-changer

경제학자라고는 하지만 학문적인 업적이 있는 분은 아니기에 나바로를 이해하려면 그의 책을 보는게 가장 빠를 듯하다. 이분은 연구파 교수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저술활동에 집중한 인물이다. 또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세차례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마했다.

나바로의 책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으나, 목차만 읽고서도 놀랐다. 학자가 쓴 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목차들이다.

마침 예전에 오석태님께서 목차를 올려두신 적이 있기에 공유한다. (아래 페북 링크 참조)

내가 관심있던 부분은 나바로가 중상주의자 인가하는 부분이다. 책의 목차만으로 보았을 때, 그는 다행히도 (경제학 박사니까 어쩌면 당연하게도) 중상주의자는 아닌 것 같다. 경상수지적자가 손해라는 언급은 없고 본인도 중상주의와 선을 긋는다.

집고 넘어가자. 왜 경상수지 적자가 손해가 아닌가?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국가 경제는 기업이나 개인의 재정과는 다르다. 그러니까 돈을 벌어서 재정을 건전하게 만드는게 최선인 개개인과 다르게 국가 경제는 생산과 효용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상주의 시대에야 돈을 벌면 금이라도 쌓아두었지 (그 이후에는 금태환), 지금은 물건을 열심히 팔아서 달러를 벌어봐야 미국 국채를 사는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 달러가 미국 회사 구입 자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M&A와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 된지는 벌써 오래 됐다.)

좀더 풀어서 수식으로 설명하면, 해외에 물건을 판다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를 의미하고 경상수지는 자본수지와 함께 국제수지 balance of payment의 한 요소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 파는 것과 자본이 오고 가는 것을 합쳐서 국제수지가 되는데, 궁극적으로 국제수지는 0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경상수지 + 자본수지 = 0) 물건을 많이 팔았다는 의미는 그 받은 돈으로 상대국가 자산에 투자를 한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는 (거시 경제의 안경을 쓰고 보면) 상대 국가의 자본을 빌려온다는 의미이다.

자본이 유입되고 동시에 물건도 파는 상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환율의 변동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부 언론들이 몇몇 경상수지 흑자를 보는 나라들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하는 것이다. 90년대에 일본이 그랬고 지금은 중국이 그렇다. (미국 시각으로는 한국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나바로의 이야기는 (책의 목차만 보고 판단하건데) 중상주의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농담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대안 중상주의자 alt. mercantilist 라고 해야하나??)

그는 중상주의를 추구한다기 보다는 대신에 무역 전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중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환율 조작과 보조금, 그리고 열악한 근로 환경 등) 무역의 불균형을 가져왔고, 미국은 보복관세 retaliatory duties를 매겨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트럼프 정부가 말하는 중국제품 45% 보복 관세와 나바로가 추산한 41% 중국 제품 비교 우위는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나바로의 주장대로라면 이 비교 우위는 앞에서 말한 불공정 거래 조건에서 발생한다.)

월요일 트럼프가 TPP를 무효화하는 memorandum에 서명을 했다. 중국에 관세를 매기고 미국에 공장을 지어서 일자리를 회복 시킨다는 정책의 첫걸음이다.

마침 어제 뉴욕타임스에 Jared Bernstein이 그에 반대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참고로 번스타인은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 경제자문을 맡았던 사람이고, 보호무역과 일자리 회복에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보기에는 그럴듯 할지 모르지만 경제적인 효과는 글쎄요… 란다. 첫째 이유로는 무역이 쌍방간에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관세는 미국의 수입을 줄이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수출은 어찌 할 것인가. 중국은 가만히 있겠는가. 그들 또한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경상수지 적자는 (거시경제 용어로) 투자와 저축,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 그리고 개별 기업의 경쟁력 (또는 생산성)의 차이로 발생한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다 보아도 결국에는 환율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TPP 무효화나 관세보다도 결국에는 환율 조작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결국 번스타인은 자본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 즉 이자율이나, 법인세, (다소 리스키하지만) 자본 통제가 없이는 TPP 무효화가 경상수지 적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세월이란게 참 묘하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미국은 twin deficit으로 고통받았다. 이에 90년대 초 빌클린턴 정부 때 미국 언론들은 일본을 비난했다. 그때도 환율 조작 이슈가 컸다. 앞에서 인용한 번스타인도 환율 조작 이슈를 많이 이야기 했던 사람으로 알고 있다. 나바로도 90년대에 무명의 젊은 학자였다.

그랬던 그는 지금 트럼프 정부 경제 브레인이 되었다. 참고로 90년 논쟁 당시 폴 크루그먼이나 앤 크루거 같은 경제학자들은 이 쌍둥이 적자가 일본의 책임이 아니고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수지 흑자가 같이 나타난 현상이라고 논쟁했었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 미국의 주적은 일본이 아닌 중국이 되었다.

링크: 루터의 직업 소명론

얼마전 ‘독일과 루터의 유산’ 이라는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다. 마침 한국 루터교 최주훈 목사님께서 루터의 직업 소명론을 자세히 설명해주셨기에 공유한다.

예전에 내가 올렸던 포스트 링크는 여기.

독일과 루터의 유산 (1월 12일자 포스트)

나는 루터의 사상과 독일인의 경제관을 이야기 하면서 beruf와 calling에 대해 언급만 하고 지나갔는데, 목사님께서는 아주 상세히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칼빈주의/자본주의, 루터교/독일식 사회주의의 연관성도 좀더 상세하게 풀어주셨다.

해당 주제에 관심있는 분에게 도움이 될 듯. 내 어설픈 잡담보다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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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 크리스퍼

지난번에 스니커즈 사진 보고서 마눌님께서 Snickers Crisper의 맛을 궁금해 하시길래 두개 샀다. 집에가서 나눠먹어야지.

달달한 스니커즈로, 가상 공간 페북에서, 1도 안달달한 연애를 하는, 본격 연애 포스트.

지난번 포스트 링크

#그놈의_스니커즈는_언제까지_우려먹을것인가

Hard Brexit으로 가닥이 잡힌듯

브렉시트의 모델을 두고서 이야기가 많았는데, 어제 테레사 메이의 발표에 따르면, 결국 hard brexit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참고로 브렉시트를 두고서 이야기가 되었던 모델은 네가지가 있는데 노르웨이, 스위스, 터키, 러시아 모델이다. EU와 결합정도가 강한 순서이다. (모델 설명은 아래 도표 참조)

원래 브렉시트 관련해서는 경제이슈보다는 이민문제나 EU로 부터의 자주권 추구가 더 중요한 이슈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정이긴 하다. 그래도 EU 단일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듯. 국민투표 이후에 파운드는 반토막 났는데 (아래 도표 참조)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런던 사는 친구가 물가가 올랐다고 아쉬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EU 국가 안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생겐 조약은 EU 단일 시장의 전제 조건이다. 재화/자본/서비스/거주이전의 자유.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EU 단일 시장에 속해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제 테레사 메이 총리도 육개월 정도 됐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전형적인 카리스마 스타일 지도자는 아니다. 지난주에 이코노미스트지를 읽었는데 선명한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는 총리라고 테레사 Maybe라는 별명을 붙였더라. 참 쉽지 않은 시기에 쉽지않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기사 남의 나라 걱정할 때는 아니긴 하다만…

관련한 예전 포스트 링크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 (2016년 11월 27일 포스트)
생겐조약 관련 (2015년 9월 4일 포스트)
EU로부터의 자주권 추구 이슈 관련 (2016년 7월 2일 포스트)

독일과 루터의 유산

독일에서 성악을 전공하신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독일에서 합창단원을 하다가 지금은 스위스 시립 합창단원으로 직장을 얻어 정착하셨다. 그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독일은 동네마다 합창단이 잘 조직 되어있고 안정적으로 운영이 된다고 한다. 특히 여자 알토 파트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서 구직이 비교적 수월하다고 했다.

합창단 일자리가 많아서 원한다면 (그리고 심심하고 단조로운 유럽 생활에 만족한다면) 성악 전공자가 독일에 정착하기 쉽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성악 유학을 가는 분들 중에 이탈리아로 가시는 분들은 귀국하시는 분들이 많고 독일 쪽은 남는 분들이 꽤 된다고 들었다.

신학도 아울러 전공하신 그분께서는 독일에는 기독교의 유산이 사회 전반에 여전히 남아있다고 몇차례 언급 했다. 지금은 독일도 다른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세속국가라고 봐야하지만 문화/사회적으로는 종교개혁자들의 사상을 기반으로 기틀을 잡은 나라이고 그 중에서 루터의 영향이 가장 컸다.

이왕 음악이야기로 수다를 시작했으니, 오케스트라를 예로 들자. 독일에는 130여개의 오케스트라가 있다. 독일에는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가 80개쯤 되니까 (위키피디아 기준) 왠만한 도시는 오케스트라를 운영한다는 말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규모이다. 그렇게 많은 오케스트라 운영이 가능하려면 그만큼의 관객이 있어야 한다. 독일인에게 철마다 클래식 공연장에 가는 일은 자연스럽다. 앞서 언급한 그분은 독일인이 이렇게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 된 것을 루터의 영향이라고 보았다. 루터는 음악이 그리스도인에게 종교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보았고 이를 통해 사탄과 싸우는 무기가 된다고 했다. 반면에 루터는 미술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마침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이번주에 관련한 기사가 나서 공유한다. 해당 기사는 루터가 독일에 끼친 영향에 대해 적고 있다. 그 예중에 하나가 음악에 대한 애정이다. 독일인이 클래식 콘서트를 즐기는 건 일종의 정례화된 종교 행위 같은 느낌까지 준다. 루터가 독일에 끼친 영향은 음악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고, 디자인, 출판, 경제관 등 사회 전반에 걸쳐있다.

물론 나는 어떤 하나의 요인이 (이경우에는 루터라는 사람이) 모든 현상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독일만 봐도 루터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자니 섭하다. 독일에는 칸트 같은 사상가, 바하/헨델/베토벤 같은 음악가, 하이젠 베르크 같은 과학자 처럼 독일 뿐 아니라 인류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쨌든 기사 자체는 재미나게 읽었다. 내용 정리/저장 해둘 겸 해서 공유한다.

해당기사: The Economist | Charlemagne: Nailed it (1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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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1483-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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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루터는 독일의 어떤 분야에 영향을 끼쳤을까. 첫째 독일인의 미적인 감각이 그러하다. 루터는 기독교인은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실용적이고 소박한 바우하우스 스타일은 루터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또 후에 스웨덴에도 영향을 미쳐 IKEA 스타일이 되었다고. (루터교는 북유럽에도 전파되었다.) 생각해보면 루터교 목사의 딸인 메르켈 총리나 본인이 루터교 목사인 요하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소박한 이미지의 사람들이다. 옆나라 프랑스의 화려함과 비교하면 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또 독일은 출판 시장이 크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루터와 연관지어 생각해보자. 루터는 성경을 독어로 번역 배포 하면서 종교개혁을 이끌었다. 그는 빈부/남녀/노소에 관련없이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믿었고 이는 독일의 문맹률을 낮추는데에 공헌한다.

마지막으로 독일인의 경제 관념이다. 막스 베버가 1904년 ‘프로테스타티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을 통해 논증한 바에 따르면,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종교개혁자들의 사상에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베버가 말한 신교는 주로 칼빈주의와 칼빈주의의 영향을 받은 청교도를 말한다. 칼빈은 세상의 모든 직업은 숭고하다고 보았다. 베버에 따르면 칼빈의 사상은 개인이 부를 추구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독일식 자본주의는 영미권 자본주의와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부채를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인플레이션 억제에 우선순위를 두는 독일 경제의 방향성은 (물론 전후 극악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바에서도 기인하겠지만) 루터의 사상에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루터는 구원 이후에 기독교인이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일어로 work는 beruf이고 직업은 (영어 calling) berufung 이다. 어원이 같다. Gerhard Wegner라는 한 신학자 역시 북유럽과 독일 복지의 뿌리를 루터식 사회주의 Lutheran socialism에서 찾았다.

루터의 유산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루터는 유대인을 배척했다. 유대인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는 이유에서다. 어떤면에서 루터의 생각은 전후 독일인의 유대인 혐오에 사상적인 배경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해당 기사는 세상의 권위에 순종하라고 설교하고 농민반란을 진압하는 군주를 지지했던 그의 보수적인 성향이 현재 독일인의 국민성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올해는 루터가 종교개혁을 한지 정확하게 5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니까 1517년 10월 31일 그는 비텐베르크 대학 성당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다. 사실 지금에 와서 독일이 기독교 국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카톨릭을 포함해도 기독교인은 삼분의 일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비텐베르크는 지금에 와서 유럽에서도 가장 비종교적인 지역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독일 관련 이야기에서 종종 루터의 유산을 발견하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역사에 실재했던 한 사람의 영향이 얼마나 클 수 있는가를 실감하고서는 깜짝 놀라곤 한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영역본 NYT 리뷰

한강의 ‘소년이 온다’ 영역본 Human Acts NYT 리뷰. 확실히 한강이 영미권에서 주목 받는 작가이긴 하다. 서점 매대에서도 그의 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책소식이 반갑기도 했지만, 리뷰 내용도 좋아서 옮겨둔다.

‘채식주의자’는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서 읽기가 꺼려졌는데 ‘소년이 온다’는 왠지 사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코맥 맥카시의 로드 이후에 다시 나를 우울하게 하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이가 번역본의 일부를 발췌했길래 읽어봤다. 그 중에서 다음 구절이 가장 인상 깊었다.

Where shall I go? I asked myself.
Go to your sister.
But where is she?
Go to those who killed you, then.
But where are they?

어제 후배와 페북에서 잠깐 가인과 아벨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서일까. 이 구절을 읽으면서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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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가 비싼 상권

The World's Most Expensive Retail Locations

(image source: http://on.forbes.com/60138BMqU)

작년 포브스지 통계. 재미로 퍼왔다. 1,2위가 압도적이고 나머지는 비슷하다.

가봤던 곳을 떠올려 보는 일도 나름 즐거웠다. 숫자를 보면서 관련한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그냥 버릇. 쇼핑을 즐기진 않지만 한번 둘러보는 정도는 경험삼아 나쁘지 않았던 듯. 뉴욕, 파리, 런던, 쮜리히, 홍콩을 가봤으니 나머지도 한번은 가볼 이유가 생겼다.

갑자기 명동이 가보고 싶네. 가게 된다면 그게 언제가 될런지…

관련기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