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 업데이트 – 반복되는 2004년의 악몽

작년 하반기부터 대(對)ISIS 이라크/시리아 전황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ISIS를 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현대전은 전투에서 이기고 깃발 꼽는다고 해서 상황종료가 아니다. 현재 상황을 복기해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 해봤다.

밀리터리나 중동 전문가는 아니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공부 차원에서 정리해 본 내용이므로, 오류는 바로 지적해주시길 부탁한다.

순서

  • ISIS는 밀리고 있는가?
  • 현재 이라크 상황 – 팔루자 함락전
  • 2004년 팔루자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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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S는 밀리고 있는가?

점유지역 기준으로 ISIS는 확실히 밀리고 있다. 2015년 1월과 12월을 비교하면 점유 지역이 14%가 줄었다. (아래 지도 참조) 또 올해 3월에는 시리아 정부군이 팔미라 Palmyra 수복에도 성공했으니, 지금은 더욱 줄었을 것이다. 참고로 팔미라는 시리아 남부 지역이고, 지도상에 짙은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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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보자면, 시리아 쪽은 쿠르드 전선에서 진전이 있었다. 시리아 북부지역을 탈환했다. 2016년에는 ISIS 자칭 수도인 락까 Raqqa 지역에 근접한 상태이고, 미군 특수부대원이 유프라테스강 동쪽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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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남부의 팔미라 Palmyra 지역. 2015년 5월 ISIS가 점령하여 많은 우려를 낳았었다. 고대 팔미라 제국의 수도였고, 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곳이다. 이곳은 올해 3월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의 지원 아래 수복하였다. 이를 계기로 아사드 정부의 입지가 회복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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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쪽을 보면, 작년 하반기에는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 Tikrit를 회복하였고, 라마디 Ramadi도 수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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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라크 상황 – 팔루자 함락전

위의 지도에서 라마디 Ramadi와 바그다드 Baghdad 사이에 위치한 붉은 지역에 팔루자 Fallujah가 있다. 지난주에 바로 이곳에 이라크 군이 진격했고, 2016년 6월 2일 현재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왜 팔루자인가? 미군 측은 팔루자 공격에 반대했었다. 팔루자는 이미 고립된 상태이고, 전략적으로 보았을 때, ISIS의 제 2 도시인 모술 Mosul을 공략하는 편이 우선 순위다. 미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군은 시아파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엎고서 팔루자 함락전을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라크 알 아바디 총리 Haider al-Abadi의 약한 지지기반을 이유로 꼽았다. (Fallujah, again Economist, 5월 28일자) 5월 18일 바그다드 자살 폭탄 테러(Deadly Bombing at Baghdad Market (NYT동영상))로 522명이 사망하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도시 분위기도 뒤숭숭 하다고 하다. 바그다드 코앞에 있는 팔루자는 전략적으로 의미가 작더라도 정치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팔루자 함락전은 여러모로 우려가 되는 점이 많다.

미군의 개입 정도를 기준으로 시리아 쪽 ISIS 전선과 이라크 쪽 ISIS 전선은 사뭇 다르다. 시리아 전선에서는 미군은 시리아 정부군 (알 아사드)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고, 시리아 측은 러시아가 뒤를 봐주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적대하는 미군은 대신 쿠르드 민병대, 시리아 반군과 동맹을 맺고 있다. 시리아 북부에서는 쿠르드, 시리아 반군, 미군 특수부대 연합군이 ISIS와 싸우고 있고, 남부에서는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연합군이 ISIS와 대치하고 있다.

반면 이라크 전선에서 미군은 이라크 정부군을 훈련하고 물자를 지원하는 수준으로 역할을 제한한다. 미군 대신 이라크 정부군과 공동작전을 펼치는 것은 이란군이다. (미군과 이란군은 적대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시아파가 주축이 되는 이란과 이라크 정부 주도의 작전은 수니 계열의 이라크인에게 종교 탄압으로 읽힌다. 시아 쪽은 상황을 정반대로 본다. 팔루자는 수니파의 도시이고, 시아파 사람들에게 수니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ISIS의 모태인 AQI는 팔루자를 근거지로 삼았다.) 전쟁에서 종파 갈등이 연계되면, 시민과 적군의 구분이 불분명해진다. 시가전으로 접어들면, 도시를 쓸어버리는 작전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 자체로도 비극일 뿐 아니라, 또다른 증오의 씨앗이 된다.

군사적으로 보았을 때도, 팔루자는 라마디, 티크리트와는 다르다. 작년 수복된 두 도시는 고립된 상황이 아니었기에, ISIS가 수세에 몰리면 퇴각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팔루자는 퇴로가 봉쇄된 상황이기 때문에 치열한 함락전이 불가피하다. 이미 팔루자에 있는 5만명의 시민들에게 의약품 보급은 끊겼고, 그들은 심각한 기아에 직면한 상태이다.

2004년 팔루자의 악몽

팔루자는 2004년에 유사한 상황을 맞았었다. 미군이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벌인 다음해 였다. 미군은 2003년 신속하게 작전을 마치고, 단기간에 마무리 지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2004년 즈음 부터 미군은 끌려다니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미군 무능력의 상징이 바로 팔루자였다. 수니파 도시 팔루자는 바그다드 바로 옆에 있다. 팔루자는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 AQI (ISIS의 모태)의 근거지이기도 했기 때문에 결국 미군은 도시를 쓸어버리는 작전을 펼쳤다. 그리고 팔루자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팔루자 함락전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메리칸 스나이퍼‘에도 묘사된 바 있다.

‘American Sniper’ Chris Kyle essential in 2004 Fallujah liberation, 워싱턴 포스트 2015년 2월 1일자

이라크의 종교/인종 분포 지도를 살펴보면 팔루자는 수니와 시아의 접경지대에 있다. 어찌보면 팔루자는 이라크가 탄생할 때부터 비극의 씨앗을 앉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이라크는 하나의 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나라였다. 다른 민족과 종교를 가진 집단들이 후세인이라는 강력한 독재자 아래서 위태위태하게 국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ISIS가 수세로 돌아선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말하기엔 상황이 너무나 암울하다. ISIS를 몰아내는 것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ISIS를 제거하는가, 사후 처리는 누가 어떻게 진행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팔루자 함락전에서 2004년 이라크 상황이 겹쳐져서 보이는 것은 당시 미군이 수렁으로 빠지는 상징과 같은 전투가 팔루자 전투였기 때문이다. 2년 뒤인 2006년 부터는 이라크 내에서 수니-시아 간의 종파 갈등이 본격화 되었고, 2011년 미군이 철수하면서 헬게이트가 열렸다. 2016년 지금에 와서는 알다시피 이라크는 셋으로 쪼개져서 내전 중이며, 그 와중에 ISIS라는 절대악이 등장하여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핀란드 인터넷 대리전: NATO vs. Russia

온라인에서 유언비어가 퍼지고, 보복성 협박이 오가는 것은 한국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핀란드 기자 Aro는 핀란드 댓글부대 ‘troll army’들을 탐사보도 한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한 ‘troll factory’는 상트페테르부르크 St. Petersbrug에 위치한 친 러시아 단체이다. 보도가 계속되면서 그녀는 협박과 테러 위협을 받는다.

취재를 시작하며 얼마간의 반발을 예상했지만, 그녀가 받은 협박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준이었다.

‘나토의 창녀’라는 비난은 양호한 수준이다. 하루는 한밤중에 그녀에게 우크라이나발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에서는 목소리 대신 총소리가 들린다. 한 웹사이트는 그녀가 마약상이며, 방콕 홍등가의 무용수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한다.

친러시아계 키보드 워리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표현의 자유 아래서 합당하다고 말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무력 개입을 한 뒤, 핀란드는 나토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핀란드 인터넷은 친서방파와 친러시아파로 갈린 치열한 전쟁터가 되었다.

핀란드인은 러시아와 스웨덴의 틈바구니에서 항상 옆나라의 눈치를 보고 살아왔다. 13세기 부터 18세기 까지는 스웨덴의 속국이었고, 북방전쟁 이후는 러시아의 통치를 받았다. 로마노프 왕조 때에 자치권을 인정 받고,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 와중에 독립했다.

유럽과 러시아의 경계선에 위치한 핀란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마냥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만은 않는다.

다이아 반지

이번에 초등학교 일학년을 마치는 딸아이가 와서 묻는다.

Diamond ring이 얼마정도 해?
진짜 비쌀 껄? 갑자기 왜?
용돈 모으면 살 수 있을까?
내가 돈 모아도 힘들껄? 갖고 싶어?
지난 번에 선생님들끼리 이야기 하는 거 들었는데, Ms. P (담임 선생님)가 diamond ring을 받고 싶데. 일학년 끝날 때, 선물주려고.

오매야, 아마존에서 장난감 큐빅 반지라도 찾아봐야겠다.

Wilton 1" Party Favor, Bling Rings 12 ct. 1006-919

아마존에서 찾아낸 toy 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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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의 record high profit과 독과점 이슈

예전에 포스팅하려고 정리해둔 주제인데, 내가 전문가가 아닌데다가 논란의 소지가 있어 유보해 두었었다. 그러다가 며칠전 한 페친님 포스트에 해당 주제로 댓글을 달게 되었다. 내용이 길어져 이곳에도 옮겨둔다. 다만 원래의 댓글과는 논점이 다르기에 내용은 일부 수정하였다.

작년 미국은 기록적인 M&A 붐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듀폰과 다우의 합병 소식과 맥주회사 SAB 밀러와 AB InBev, 화이자와 Allergan의 인수 합병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 기업 M&A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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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shing the limits, 이코노미스트 2015년 12월 12일자

이와 관련하여 미국 내에서도 시장의 독과점화 경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최근 미국 기업들이 record-high profit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투자는 GDP 대비 4%로 정체되어 있고, 실업률은 감소하지만 임금이 증가하지 않는 딜레마가 발생하였는데 이 원인 중 하나로 기업들의 무분별한 M&A가 지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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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이익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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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독과점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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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인상이지만, 나도 미국 회사를 다니면서, 일단 해자moat를 구축한 이후에는, 한국보다 미국이 오히려 경쟁이 덜한 널널한 시장이라는 느낌을 받은 바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혁신과 치열한 경쟁은 별도로 봐야한다.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일부분 일뿐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미국 기업의 독과점화 이슈는 이코노미스트지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 구체적인 데이타를 포함해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Too much of a good thing, 이코노미스트 3월 26일자

개인적으로는 저금리 현상이 계속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돈이 M&A, buy back, dividend로 풀리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아닌하는 의심도 한다. (굳이 부작용이라고 말한 것은 FRB가 의도한 바는 아니라고 생각해서이다.)

참고로 이에 대해, 크루그먼은 레이건 시대 때부터 공화당이 독과점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했다는 점을 지적한 적도 있다. (관련해서 크루그먼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의: Blogs review: Profits without investment in the recovery)

하나만 덧붙이자면, 아무래도, 한국에 계신 분들은 이 기사를 한국 상황과 연결지어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의 return on capital이 증가하고, 독과점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지극히 미국적인 상황이고, 한국의 요즘 기업환경과 별개의 일이다.

참고로 이후에 올린 연관 포스트

커져가는 반기업정서, 그리고 독과점 이슈 (9월 26일 포스트)

Can’t and Won’t by Lydia Davis

요즘에는 리디아 데이비스 Lydia Davis를 읽고 있다. 그녀는 미국에서 현재 활동하는 단편작가 중 가장 독창적인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폴 오스터의 전부인이고, 2013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 수상 작가이기도 하다.

Lydia Davis

New Yorker: Long Story Short (리디아 데이비스 소개 기사)

Lydia Davis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주에 NYT에 실린 싯다르타 무케르지 Siddhartha Mukherjee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그가 Lydia Davis의 책을 읽고 있다고 해서였다.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암:만병의 황제의 역사’의 저자이다.)

이전에도 몇몇 영미권 작가들이 그녀를 추천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쉽게도 Lydia Davis는 아직 한국에 소개된 바가 없다.) 게다가 그녀의 소설은 초단편 very short short story이다. 백일을 갓 넘긴 딸내미를 보다가 짬짬이 읽기에 딱이다.

집어든 책은 최신간인 ‘Can’t and Won’t’

굳이 이 책을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궁금해진다. 소설보다는 시에 가깝다. plot 이랄께 없다. 형식이 익숙하지 않아 적응하는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한두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단편(?)을 몇자 옮겨본다.

Ph.D.

All these years thought I had a Ph.D.
But I do not have a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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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ington

Now that I have been here for a little while, I can say with confidence that I have never been here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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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 하나도 옮겨 본다. 최소한의 문장과 단어를 사용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드는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여자, 서른.

서른이 된 한 여자, 어릴 적부터 살던 집을 떠나기 싫다.
왜 내가 집을 떠나야 하는가? 여기는 부모님의 집이다. 부모님은 나를 사랑한다. 왜 내가 어떤 남자와 결혼해서 다투고 서로에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가?
그러나, 그 여자는 창문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좋다. 그녀는 어떤 남자가 그녀를 바라봐 주는 정도는 좋겠다고 생각한다.

A Woman, Thirty

A woman, thirty, does not want to leave her childhood home.
Why should I leave home? These are my parents. They love me. Why should I go marry some man who will argue and shout at me?
Still, the woman likes to undress in front of the window. She wishes some man would at least look at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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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즐겁게 읽었던 piece도 한번 옮겨본다. 글쓰기에 대해 쓴 일종의 메타 소설 쯤 될 듯하다. 워낙 언어를 압축해서 썼기에 내 어설픈 번역으로 맛을 살리기 힘들긴 하다. 원문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글쓰기

계속해서 써가기에는 삶이 너무 고단하다. 예전에 삶은 쉬웠고, 때로는 즐거웠고, 그때는 쓰는 것이 즐거웠다. 물론 그때도 어려워 보이긴 했다. 지금와서 삶은 쉽지가 않다. 정말 고단해졌고, 비교하자면, 쓴다는 건 약간 우스워 보인다. 종종 현실이 아닌 것에 대해 쓴다. 그리고 내가 현실이 아닌 것에 대해 쓸 때, 종종 그것은 동시에 현실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아주 자주, 삶을 잘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쓴다. 지금은 내가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되었다. 자기 삶을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쓰는 대신에, 글쓰기를 그만두고서 나는 내 삶을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삶 자체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지도. 내가 좀더 현명해지는 유일한 방법은 더이상 쓰지 않는 것이다. 내가 대신 해야 할 다른 일들이 있다.

Writing

Life is too serious for me to go on writing. Life used to be easier, and often pleasant, and then writing was pleasant, though it also seemed serious. Now life is not easy, it has gotten very serious, and by comparison, writing seems a little silly. Writing is often not about real things, and then, when it is about real things, it is often at the same time taking the place of some real things. Writing is too often about people who can’t manage. Now I have become one of those people. What I should do, instead of writing about people who can’t manage, is just quit writing and learn to manage. And pay more attention to life itself. The only way I will get smarter is by not writing anymore. There are other things I should be doing 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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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데이비스는 프루스트 Proust와 플로베르 Flaubert의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번역을 한번 거친 영어 문장을 읽는 기분도 든다.

문장은 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데, 리듬감이 있어서 그렇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지 않고서는 리듬감이 나올 수 없다.

어쩌면 평생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도전하는 것 보다는 리디아의 책을 읽는 것이 현명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길이는 짧으니까.

Spelling Bee 2016

This amazing 6-year-old kid blew my mind!

(image source: USA Today)

매년 미국 ESPN에서는 spelling bee 라는 철자 맞추기 대회를 연다. 올해에는 최연소인 11살, 13살 아이들이 공동 우승을 했다.

(image source: CNN)

올해 대회는 우승자 말고도 화제의 인물이 또 있다. 역대 최연소 결선 진출자인 Akash Vukoti 이다. 6살 소년의 인터뷰를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힐러리 vs. 트럼프 지지율, 이메일 스캔들

존경하는 블로거 산타크로체님 (산타크로체님 네이버 블로그 링크)과 페북에서 댓글로 나눈 대화를 저장해 둔다. (이후 산타님으로 표기)

나: 대통령 후보 확정 직후 지지도가 오르는 현상은 일반적이라 지켜봐야 하긴 합니다.

2008년에도 맥케인이 지지 수락 연설 후, 오바마를 잠시 앞선 적이 있죠. 오바마는 후보로 확정되고 다시 우위를 회복 했습니다. 다만, 놀라운 것은 트럼프가 폴 라이언(온건보수)이나 테드 크루즈 (강경보수)의 지지 없이 공화당의 표심을 다 모으는 일을 했다는 점입니다.

클린턴 측에서는 후보 확정 이후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력도 있고 아직 선거 초반이라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치만 공화당 경선 때도 설마 설마 하다가 여기까지 온지라…

산타님: 유동적 요인이 있긴 하지만 FBI가 기소를 하거나 갑자기 뇌졸증이 재발하지 않는 한 물론 샌더스 후보의 돌발적 선택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본선에서 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번에 한번 정리했지만 트럼프를 혐오하는 여성표가 워낙 절대적으로 높은 것이 히스패닉/흑인 표 보다도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나:


산타님: 설명이 덧 붙여지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나: 2008년 미국 대선 때, 맥케인과 오바마의 지지율 차이 그래프 입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후보자 선정을 빨리해서 한명에게 힘을 몰아주는데, 초반 그래프를 보시면, 맥케인 확정 이후 지지율이 잠깐 오바마를 앞선 시점이 있었습니다. 이후 오바마가 후보를 확정짓고 나서 다시 지지율을 회복합니다.

산타님: 감사합니다. 그런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당시는 금융위기 발발로 인해 나중에 갈수록 오바마 후보에게 표가 쏠릴 상황이긴 했습니다.

나: 물론 결정타는 2008년 금융위기 였는데, 맥케인이 “미국 경제는 fundamental이 튼튼해서 문제가 없다” 라는 발언을 했죠. 결과는 알다시피…

지금은 워낙 초반이라, 2008년 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미국에 대형 테러 공격이 있다던가, 경제 위기가 온다던가, 막판이라면 작은 hiccup도 변수가 될 수 있긴 합니다.

산타님: 사실 그렇긴 합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혐오도가 쉽게 누그러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유세장에서 이렇게 폭력사태가 발생하기는 반전/민권 운동이 드세던 60년대나 가봐야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외부인이 보는 시각은 트럼프가 대통령 되는 것 못지 않게 현 상황도 미국내 분열이 커지는 것 같아서 걱정은 됩니다.

나: 이메일 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물론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만약 문제가 정말로 커져서 힐러리 중도 하차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민주당 측에서는 바이든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쪽에서는 바이든 구원 등판보다는 현재 상황을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 근거가 약한 음모론이나, 의심을 제기하면서 지지율을 살금살금 갉아먹는 네가티브가 효과적이기도 하고요.

산타님: 그런데 경선을 거친 2위 후보를 그냥 무시하고 바이든 부통령을 후보로 정하기는 흠…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샌더스 측에서 독자 후보 선언하기 딱 좋은 명분이긴 합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양측 모두 매우 높은 혐오층이 있기에 정말 진흙탕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 들여야 겠지만 그런 난장판을 겪고 리더십을 확보하기도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클린턴을 싫어하는 중산층 고학력 자들의 심리 중 끝없는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 뻔하다는 게 있는데 걱정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나: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바이든은 경선 출마 자체를 안했고, (막판까지 고심은 했습니다만,) 당시 명분은 힐러리를 밀어준다 였습니다. 힐러리 지지자들은 바이든 쪽에 좀더 가깝다고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정말 난장판이 되겠지요. 결과는 정말 아무도 모르게 될 것 같구요.

산타님: 당연히 바이든 부통령이 내용상 민주당 후보가 되는게 맞긴 할겁니다. 제가 걱정되는 것은 EU 또는 유로체제가 올해 브렉시트 등 고비를 어떻게 넘겨도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내년이든 후년이든 체제 불안이 급격히 고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르펜이 대통령이 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르펜이 주장하는 국경 통제 등 반EU 정책은 더 힘을 받을 것이고 그래프로 보여 주셨듯이 인종주의 정당들의 힘은 더 커져갈 것입니다. 여기서 미국마저 무력함에 빠지면 이래저래 세계적으로 참 걱정되는 상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오늘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글을 정리해 봤지만 장기적 세계 인류의 미래는 포기해도 당장 눈 앞의 실리를 챙기자는 주장은 의외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걱정되는 것은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것보다 국제적 합의체제가 점점 무력해지며 각자 도생의 길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주제를 이야기 하셔서, 다 이야기하자면 밤을 꼴닥 새워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말씀하신 주제 하나하나가 워낙 무게감이 있는 주제라. (글적글적.) 한번 뵙고 밤을 세워야 하는 건 아닐지요. ^^

괜찮아 – 한강

[ 괜찮아 ] —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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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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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덧: 시에서 한강은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자 며칠 뒤에 울음을 그쳤다는데, 백일이 갓지난 우리 아가는 언제쯤 울음을 그치려나… 어쩌면, 엄마/아빠가 울음을 그치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를 일이다.

How Far Is Europe Swinging to the Right? (NYT)

이번주 초에 있었던 오스트리아 선거 이후, 유럽의 우경화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아 졌다. NYT에 그래프로 깔끔하게 요약해 준 기사가 있어 공유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차트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맞아요, 저 그래프 성애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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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간발의 차이로 선거에서 진 Austrian Freedom Party (image source: 해당기사)

Why Is Clinton Disliked? (NYT)

어제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브룩스 칼럼. 그가 말하는 힐러리 비호감 요인은 타당한 점이 있다.

미국 사람들에게 힐러리는 인간미 없는 기성정치인으로 비춰진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오바마는 골프와 농구를 즐겼다. 트럼프야 말할 것도 없이 인간적(?!)인 사람이다. 남편 클린턴도 색스폰을 멋들어지게 부를 줄 아는 위트있는 멋쟁이로 기억된다.

힐러리는 일중독자 이미지 말고는 딱히 인간미랄께 없다. 굳이 찾아보자면, 손녀 샬롯이 있는 할머니다 라는 정도. 심지어 딸이나 남편도 모두 정치계 커리어로만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힐러리에게 붙인 별명 heartless Hillary는 그런점에서 아주 절묘하다. 힐러리는 때로 사람이 아니라 만들어진 로보트 처럼 보인다.

어떤분이 페북 페이지에서 힐러리의 선거운동을 회식자리에 비기어 설명했었다. 평소 놀 줄도 모르고 일이 전부인 만년 부장이 임원 한번 달아보려고 회식자리에서 신입사원들에게 아재개그를 늘어 놓는데, 분위기는 오히려 싸해 졌다고. 아주 공감하는 바이다.

칼럼은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일 밖의 것도 잘 챙겨야 한다며 마무리 짓는다. 글쎄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다. 나는 정치인을 이미지와 인간미로 판단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나도 잘 놀 줄 모르는 부류에 속할 텐데, 안된다. 커리어는 커리어로 봐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인을 평가할 때 인간미를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