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데우스’ 이코노미스트지 리뷰

2주전에 영국에서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리뷰가 올라왔다. 인류의 과거를 설명한 ‘사피엔스’와 반대로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다고.

리뷰에 따르면, 하라리는 책에서 민주자유주의의 몰락과 데이타를 중심으로한 데이타교 Dataism의 대두를 주장한다.

전편처럼 유려한 이야기 솜씨는 여전하다고 한다. 다만, 거시담론과 미래 예측을 다루는 책들이 대다수 그렇듯이 뭔가 아쉬운 일반화 역시 여전하다고 하다. 또한, 바이오텍, 나노텍, 인공지능과 같이 섹시한 과학기술 이름은 많이 등장하지만 디테일은 부족하다는 평.

Mankind Tomorrow: Future Shock, the Economist,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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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율과 미국 국채 이자율

최근에 본 재미난 economist 기사.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 Société Générale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 등락이 미국 국채 이자율, 그리고 이머징마켓 환율 (특히 멕시코 페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친기업 성향인 공화당과는 반대되는 경제 정책을 가진 트럼프. 물론 그는 세금 인하를 이야기 하긴 했지만, 시장은 예측 불가능함과 보호무역 정책을 더큰 악재로 보는 것 같다.

Markets start to face the prospect of a Trump victory, the Economist, 9월 16일자

2016 미국 대선 관련 포스트 링크
트럼프 지지율과 미국 국채 이자율 (9월 19일 포스트)
버니를 외치는 사람들 (7월 28일 포스트)
테드 크루즈와 마이크 펜스 (7월 21일 포스트)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트럼프는 뭘 하고 있을까? (6월 24일 포스트)
힐러리, 트럼프 공격의 포문을 열다 (6월 4일 포스트)
힐러리 vs. 트럼프 지지율, 이메일 스캔들 (5월 28일 포스트)
Why Is Clinton Disliked? (NYT) (5월 25일 포스트)
최근 미국 뉴스 정리 및 간단한 커맨트 (2016/05/23)
Democracies end when they are too democratic (New York Magazine) (5월 19일 포스트)
Healthcare, again (5월 17일 포스트)
트럼프와 모순의 힘 (5월 12일 포스트)
공화당 경선 정리: 트럼프와 크루즈 (5월 6일 포스트)
미국 민주당 싸움 이야기 업데이트 (4월 7일 포스트)
미국 민주당쪽 이슈 관련 기사모음 (3월 21일 포스트)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3월 16일 포스트)
아이오와 코커스 감상 (2월 2일 포스트)
공화당 선거 스케치 – 테드 크루즈 편 (2015년 12월 23일 포스트)
미국식 네거티브 선거 (2015년 10월 20일 포스트)
한편 민주당에서는… : 샌더스와 바이든 (2015년 9월 14일 포스트)

자료링크: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이론

이코노미스트지가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 이론 시리즈를 pdf로 정리했네요. 출력해두고서 시간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심있는 페친/팔로워를 위해 링크를 공유합니다.

Economics briefs: Six big id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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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이코노미스트지 해당기사)

경제이론 시리즈 연재는 중단한건 아닌데, 알다시피 요즘 제가 이슬람과 서구사회 이슈에 꽂혀있어서… 사실 이미 나온 기사를 제가 다시 정리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합니다. 제 공부라는 측면 말고는요.

참고로 지금까지 제가 정리한 경제이론 시리즈 링크도 공유합니다. 한글이라 읽기는 더 편하겠지만, 번역이 아니고 제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므로 원문을 같이 참조하세요.

목차
정보 비대칭: 레몬시장 문제
–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민스키 모멘트
세계화와 보호 무역: 스톨퍼-사무엘슨 정리
끝나지 않는 논쟁 – 케인즈 승수
– 내쉬 평형
세마리 토끼 잡기: 먼델 플레밍 모형

일상이 된 테러의 위협

아내는 9/11 때 뉴욕에서 학교를 다녔다. 아내는 사건 후 일주일 간 매케한 냄새가 도시에 가득했다고 말했다. 분진이 하늘을 자욱하게 뒤덮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고, 지인들의 생사여부를 이야기 했다. 뉴스는 추가테러의 우려를 이야기했다. 두려움, 슬픔, 추모의 행렬, 그리고 어수선함 가운데서 21세기가 시작되었다.

지금도 아내는 마음이 번잡한 날이면 테러 꿈을 꾼다.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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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첨부한 이코노미스트지 기사를 보면,

2001년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은 엄청난 돈을 보안과 첩보 강화에 쏟아부었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2009년까지 대략 일년에 80조원을 추가로 사용했다고 한다. 강화된 공항/항공 안보로 인해 지금에 와서는 민간 항공사가 테러의 수단이 되는 일은 드물다.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2010년대 IS의 등장과 IS 브랜드 테러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외로운 늑대’의 등장은 고도의 훈련된 테러리스트와 조직이 없이도 테러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달 전에 있었던, 니스 테러 사건을 보고서 나는 이제 테러 방지가 과연 가능한가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트럭을 운전하면서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를 질주하는 것을 어떻게 사전에 방지한단 말인가.

니스에서 문제가 불거진, 부르키니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나는 ‘프랑스의 수영복 전쟁’을 포스팅하면서 프랑스에서 수영복이 이슈가 되는 이유를 세가지로 꼽은 바 있다. 첫째는 ‘라이시떼 laïcité’, 둘째 여성의 평등, 마지막으로는 테러의 위협이다.

(눈치 챈 사람은 없겠지만, 이어서 부연설명 포스트를 했다. 첫째는 라이시떼에 대해 설명했고, 둘째로는 터키의 세속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평등에 대해 이야기했고 오늘은 테러와 안보 위협에 대한 부연 설명이다.)

부르키니가 안보에 위협이 될까?

말도 안된다. 수영복에 무기나 폭탄을 감춘다고? 하려고 마음먹으면 못할바는 없겠지만 그 노력이면 어떤 옷도 테러의 수단이 되지 않을까.

프랑스인은 부르키니를 금지하는 비합리적인 조치를 과반이 넘게 지지하고 있다. 비상사태가 18개월 이상 지속되는 프랑스의 안보 위협상황과 연관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지난주 사르코지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부르키니 이슈를 첫 논쟁꺼리로 들고 나왔다.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은 작년 12월 1차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물론 알다시피 결선 투표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두번의 선거를 치르는 프랑스의 투표방식을 생각해보면, 누가 알겠는가, 내년 결선투표가 사르코지와 마린르펜의 대결이 될 수도 있다. 그 경우 프랑스 대선에서 선택은 초강경과 덜 초강경한 후보자로 좁혀진다.

니스 테러 이후, 67%의 프랑스인이 정부가 테러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도 안보는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곧 있을 대선 토론의 핵심 쟁점은 안보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테러가 일반인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가.

오바마가 올초에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죽을 확률은 욕조에서 목욕을 하다가 물에 빠져 죽을 확률보다 낮다고. 욕조에서 죽을 확률은 백만분에 일이고, 이슬람 테러로 미국에서 죽을 확률은 (올해 Orlando와 San Bernadino 사건을 기준으로) 오백만분에 일이다.

첨부한 이코노미스트지 기사에 공감한다. 테러전은 이제 서구사회에게는 심리전이 되었다. 서구사회는 오랜 시간 열린 사회와 자유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열린 자세는 그만큼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는 행동이다. 자신감과 상호신뢰가 없이 가능하지 않다.

정치인들은 기존의 서구의 가치관이라는 전통을 내세우면서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언론도 이에 동참하여 이슈를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나도 올랜도 참사 이후 얼마간 힘들어서 뉴스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앞에도 언급했듯이 테러의 위협은 ‘욕조의 위협’ 보다 작은 수준이다.

트럼프의 안보분야 보좌관인 Michael Flynn은 작년에 테러의 위협을 묘사하면서 “terrorism is committed to the destruction of freedom and the American way of life.”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공감한다.

테러의 위협을 원천봉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지난 15년 간 전 세계가 노력했으나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을 뿐이다. 이제는 테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한다.

참고자료
Terrorism – Learning to live with it, the Economist, 9월 3일자

이슬람과 서구문명 관련 포스트
프랑스의 수영복 전쟁
프랑스와 세속주의 laïcité (라이시테)
여성의 의복과 종교에 대한 단상들
이슬람 여성 복장을 둘러싼 논의를 살펴보면서…
일상이 된 테러의 위협

비행기에 올라탄 경제학자의 10가지 행동

Airline safety – Ten ways to tell you might be sitting next to an economist, the Economist, 5월 9일자

1. 안전수칙을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는 in the long run’ 인간은 모두 죽을 것이기 때문에.

2. 옆에 있는 당신에게 ‘공짜 음료’ 같은 건 세상에 없다고 소근댄다. “There is no such thing. complimentary refreshment.”

3. 복도 자리에 앉은 그는 가운데 좌석에 앉은 당신과 대화를 꺼린다. 왜냐하면 그는 가운데 자리에 앉은 사람이 멍청하다는 “합리적 기대 rational expectation”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4. 그렇지만 그는 당신 뒷자리에 앉은 여성을 보고서는 자리 바꾸기 경매 competitive auction을 제안한다.

5. 팔걸이를 독차지하면서, 자신이 더 높은 ‘한계 효용 marginal utility’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6. 팔꿈치로 당신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긍정적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넛지 nudge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7. 좌석 위 선반을 열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떨어지면서 그의 머리를 때린다.

8. 그러나 그 책을 발 받침대로 쓴다.

9. 비행기가 3만 5천 피트 상공에 이르러서야 안심을 한다. 그리고서 이제 ‘일반 균형 general equilibrium ‘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10. 비행기에서 내내 그리스 문자, 알파, 베타, 감마를 써댄다. 그가 수학계산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보니 그는 그리스로 향하는 IMF 협상팀의 일원이었다.

11. 10개 항목에 하나를 추가한다. 왜냐하면 그는 ‘양적 추론 quantitative reasoning’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 덧: 이코노미스트지가 항상 진지한 것 만은 아니다. 가끔 고순도의 개그도 구사한다.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 이론: 1.정보 비대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현대 경제학의 여섯가지 주요 이론을 정리해 연재 중이다. 지난주는 ‘레몬 마켓과 정보 비대칭’에 대해서. 6주에 걸쳐 진행될 이 연재는 앞으로 하이먼 민스키 모델,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 케인즈 승수, 내쉬 평형, 먼델 플레밍 모형을 다룰 예정이다.

사실 내용은 교과서에 나올법한 수준의 상식인 것 같지만… 경알못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연재이다.

공부 차원에서 연재를 보면서 나도 같이 정리해보려고 한다. 누구하고 약속한 건 아니니까 귀찮으면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 게다가 뒤로 갈수록 내가 이해 못할 소리가 많을 테니.

Information asymmetry – Secrets and agents (the economist, 7월 23일자)

어쨌든 오늘은 ‘정보경제학 information economics’ 이다. 정보경제학은 1960년대 후반 조지 애컬로프의 논문에서 출발했다. 당시 MIT에서 박사를 막 마친 애컬로프는 중고차 시장을 소재로 논문을 썼다. 그게 바로 그 유명한 ‘레몬 시장’ 논문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자는 판매자 만큼 차를 잘 알지 못한다. (겉은 멀쩡한데 사고 이력이 있다든지… 엔진이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던지…) 애컬로프는 이런한 정보 비대칭 때문에 1) 멀쩡한 차는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고 2) 가격은 저가품 기준으로 형성된다고 이야기한다.

왜?

좋은 차가 $1000의 가치를 갖고 있고 나쁜차가 $500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멀쩡한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1000에 차를 팔고 싶어도 믿고 사가는 사람이 없기에 차를 안판다. (1번에 대한 설명) 그리고 차를 사는 사람들은 $1000의 가치가 있는 중고차가 시장에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500 이상 가격이 매겨진 차는 사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시장가격은 평균값인 $750도 아닌 $500에 형성된다. (2번에 대한 설명) 이를 정보경제학에서는 역선택 adverse selection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이분이 노벨상 수상자에 석학으로 인정받지만 (요즘은 FRB 연준 의장 옐런 누님 남편으로 더 유명한 듯) 당시 애컬로프는 새파란 젊은이였다. 그의 ‘레몬 시장’ 논문은 주요 저널 3곳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퇴짜를 맞은 이유는?

그의 이론은 기존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여러 이슈들을 ‘너무’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그의 논문은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하기에는 정직한 관찰의 결과일 따름이었다. 실제 2001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 기자는 ‘레몬 시장’ 발견이 정말 노벨상을 받을 만큼 대단한 이야기입니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보비대칭’의 개념을 가지고 경제현상을 바라보면 ‘인센티브’ 관점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현상들이 쉽게 이해가 된다.

예를 들어 신호 이론 signalling 을 보자. 이쪽 분야 선구자 중 하나인 스펜서는 구직시장에서 신호이론을 연구했다. ‘레몬 시장’의 예처럼 잡마켓에도 ‘정보비대칭’이 있다. 회사는 구직시장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기 어렵다. 정확하게 판별하려들면 그만큼 돈과 시간이 소모된다. 대신 회사는 학벌, 자격증 등의 간판을 토대로 지원자의 역량을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역으로 구직자는 간판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signal로 활용한다.

여담이지만, 경제학의 논리는 어떤이들에게는 거부감을 준다. 특히 경제학이 사람과 교육을 다룰 때 그러하다. 아무래도 경제학이 효율성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계량화해서 표현하려는 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교육의 목적을 직업을 얻기위한 수단으로 보면, 이러한 관점이 딱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대학을 직업학교로 보느냐 마느냐는 관점의 차이이다.) 신호이론의 관점으로 스펙 인플레를 본다면,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면서 회사들이 지원자들에게 대학 졸업장 이외의 스펙들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다. (아니면 명문대 위주로 쿼터를 가져간다던지…) 스펙이 직무와 연관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능력있는 지원자를 판단하는 signal이 되므로.

Signal 이론을 이용하면 기업재무도 일부 설명가능하다. 기업의 현금 배당을 예를 들자면 신호 이론 관점에서 시장은 현금배당을 꾸준히 하는 기업을 현금 흐름이 양호한 우량기업으로 판단한다. (예전에 학교에서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은 계산상으로는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는 이야기를 배운적이 있는데, signal 관점에서는 현금배당이 자사주 매입보다는 조금 우월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정보 경제학’은 역선택 adverse selection, 신호 이론 signalling 말고도 선별이론 screening을 다룬다.

선별 이론 screening의 예로는 비행기의 차등요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항공사들은 돈이 많은 승객에게 좀더 비싼 요금을 받고 싶다. 그러나 역시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항공사는 비싼 돈을 지불하여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고객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이코노미석의 서비스를 조금 불편한 수준으로 낮춘다. 그래서 부자들은 이코노미석의 불편함을 피해보려고 지갑을 연다.

마지막으로 ‘정보경제학’이 다루는 분야는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와 대리인 문제 agent problem 이다. (둘은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글에서는 그부분 설명은 생략한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지 농땡이를 부리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면 거래할 때 상대가 싸구려 부품을 쓰고서 겉만 번지르르 한 물건을 제공하는지 알 수 없다. 이역시 정보의 비대칭 이슈이다.

정보 경제학이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당근이 너무 달콤하고 채찍이 너무나도 쓰디 써서 속임수를 쓰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게는 기업의 이익을 직원과 공유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는 미용실에서 미용사들에게 적용된다. 또는 기업에서 직원들을 개인 사업자로 등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한다고 항상 돈을 버는 것은 아니고, 어떤 일들은 일한 성과가 수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정보경제학은 다른 선택지도 제시한다. 바로 스티글리츠가 말한 ‘효율임금 efficiency wage’ 이다. (스티글리츠는 애컬로프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기존의 경제학의 시각으로는 인센티브와 수요 공급에 기반해서 시장 가격 임금을 지불하는게 합리적이다. (완전경쟁 시장을 기준으로 마진이 없는 한계비용 marginal cost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 경제학은 ‘효율임금 efficiency wage’, 즉 시장가격 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해서 직원이 농땡이 부리다가 회사에서 짤리기 싫게 끔 (채찍), 그리고 회사에 충성심을 올려서 알아서 잘 일하게 유도(당근)하여서 agent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해법으로 본다.

경제학 관련 연재 이전 포스트 :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이론

목차
정보 비대칭: 레몬시장 문제
–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민스키 모멘트
세계화와 보호 무역: 스톨퍼-사무엘슨 정리
끝나지 않는 논쟁 – 케인즈 승수
– 내쉬 균형
세마리 토끼 잡기 – 먼델 플레밍 모형

미국 기업의 record high profit과 독과점 이슈

예전에 포스팅하려고 정리해둔 주제인데, 내가 전문가가 아닌데다가 논란의 소지가 있어 유보해 두었었다. 그러다가 며칠전 한 페친님 포스트에 해당 주제로 댓글을 달게 되었다. 내용이 길어져 이곳에도 옮겨둔다. 다만 원래의 댓글과는 논점이 다르기에 내용은 일부 수정하였다.

작년 미국은 기록적인 M&A 붐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듀폰과 다우의 합병 소식과 맥주회사 SAB 밀러와 AB InBev, 화이자와 Allergan의 인수 합병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 기업 M&A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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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shing the limits, 이코노미스트 2015년 12월 12일자

이와 관련하여 미국 내에서도 시장의 독과점화 경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최근 미국 기업들이 record-high profit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투자는 GDP 대비 4%로 정체되어 있고, 실업률은 감소하지만 임금이 증가하지 않는 딜레마가 발생하였는데 이 원인 중 하나로 기업들의 무분별한 M&A가 지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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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이익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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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독과점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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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인상이지만, 나도 미국 회사를 다니면서, 일단 해자moat를 구축한 이후에는, 한국보다 미국이 오히려 경쟁이 덜한 널널한 시장이라는 느낌을 받은 바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혁신과 치열한 경쟁은 별도로 봐야한다.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일부분 일뿐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미국 기업의 독과점화 이슈는 이코노미스트지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 구체적인 데이타를 포함해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Too much of a good thing, 이코노미스트 3월 26일자

개인적으로는 저금리 현상이 계속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돈이 M&A, buy back, dividend로 풀리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아닌하는 의심도 한다. (굳이 부작용이라고 말한 것은 FRB가 의도한 바는 아니라고 생각해서이다.)

참고로 이에 대해, 크루그먼은 레이건 시대 때부터 공화당이 독과점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했다는 점을 지적한 적도 있다. (관련해서 크루그먼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의: Blogs review: Profits without investment in the recovery)

하나만 덧붙이자면, 아무래도, 한국에 계신 분들은 이 기사를 한국 상황과 연결지어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의 return on capital이 증가하고, 독과점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지극히 미국적인 상황이고, 한국의 요즘 기업환경과 별개의 일이다.

참고로 이후에 올린 연관 포스트

커져가는 반기업정서, 그리고 독과점 이슈 (9월 26일 포스트)

누군가 정리해둔 외신 추천글에 필받아서

누군가 정리해둔 외신 추천글에 필받아서… (링크 글이 정리가 잘 되있다. 내 글은 그냥 수다.)

내가 외신을 주로 보는 조합은 주간지(Economist 또는 New Yorker) + 일간지(NYT 또는 USA Today)이다. 주로 시간이 있을 때는 New Yorker + NYT 조합을,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는 반대 조합을 선택하는 편.

정기 구독은 하지 않고 내킬 때 마다 사서 본다. 읽지 않고 쌓여있는 잡지/신문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돈이 좀더 들더라도 사서 보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서점에 정기적으로 가서 책을 둘러 볼 수 있는 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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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flicker)

Economist: 유학 준비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어도 짧고 국제 뉴스에 무지해서 버거웠다. 지금은 국제 뉴스 중 가장 신뢰하는 소스이다. 간략하고 통찰력 있게 한주 뉴스를 정리해준다. 기사가 짧아서 부담도 적다.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경제/경영지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의외로 경영/금융 쪽은 그다지 볼만한 기사가 없다. 정론 보수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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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Today: 이코노미스트와 반대로 이쪽은 아주 가볍고 쉽다. average American이 관심 가질 만한 스포츠, 미국 연예 소식이 많다. 영어도 쉬워서 부담없이 눈으로 주욱 훑기 좋다. 듣기로는 (미국)중고등학생이면 읽을 수 있는 단어 수준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미국 처음가서 영어도 어려운데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신문보려고 힘쓰기보다는 USA Today로 미국사람과 대화소재 찾고 꾸준히 읽는 버릇을 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에서도 전부 볼 수 있다. 다만 기사가 미국인 관심사 위주라 한국에서 읽기는 오히려 버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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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er: 영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뉴요커를 추천한다. 뉴요커의 필자는 그 시대에 가장 글빨이 좋은 작가들이다. 이를테면 현재 의학분야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Being Mortal’의 저자 아툴 가완디 Atul Gwande가 주된 필자이다. 단편소설, 문학/미술 비평, 시도 실리지만, 각종기사도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자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재판은 한나 아렌트가 뉴요커에 실은 르포이다. 40-50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존 치버, 블라디미르 나보코브, E. B. 화이트, 트루먼 카포티, 로날드 달, 존 업다이크 같은 작가도 뉴요커에 작품을 기고하거나 필자로 활약했다.

다만 글이 정말 길다. 분량 제약을 하지 않는 편집원칙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인지 여백에는 생뚱 맞은 카툰과 시가 군대군대 들어차 있다. 또 인문학 배경 지식이 없이 따라가기 힘든 내용이 많다. 나는 뉴요커를 읽을 때 사전 뿐 아니라, 위키피디아 까지 찾아가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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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뉴욕타임즈): 미국을 대표하는 일간지. 성향은 굳이 말하자면 리버럴하지만, 워낙 다양한 기사를 싣기에 딱히 성향을 분류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주로 정치/경제 기사를 보고, 아내는 문화면을 읽는다. 문화면은 다양하고 재미난 기사가 많아서 아내가 좋아한다. 정기 구독을 할까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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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tlantic: 사회 면에 볼만한 기사가 많다. 뉴요커가 워낙 깊이 있고 길게 썰을 푼다면, 아틀란틱은 짧고 재미있고 쉽게 쓴다. 부담없으면서 시사를 따라 잡기 좋은 잡지. 게다가 인터넷에 공짜로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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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R: 출퇴근길에 라디오 뉴스로 듣는다. 공영방송이라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도를 표방한다. 나는 자극적이지 않은 스타일이 좋아서 즐겨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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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Week Tonight with John Oliver

외신은 아니고 정치풍자 코메디쇼이다. 일주일간 뉴스를 정리하고,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뉴스를 선정하여 이야기 한다. 유료채널인 HBO에서 방송을 하지만 Youtube에서도 대부분 볼 수 있다. (링크) 미국 정치 코메디에서 흔히 보이는 smart ass 스러운 면모나, 오버하는 모습이 없어서 좋아한다. 그의 nerd스러움과 영국식 액센트가 거부감을 줄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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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경영/테크 쪽은 진득이 앉아서 읽은 적이 없다. (나 공대출신 MBA 맞나?) WSJ(월스트리트저널)은 지루해서 몇번 보다 말았고, HBR(하바드 비즈니스 리뷰)은 자기 개발서 보는 것 같아서 꾸준히 보는 데 실패했다. Tech crunch는 단신 위주라서 재미가 없었음. 모두 좋은 잡지/신문들이다. 내 취향이 그렇다는 이야기.

말라리아와의 전투 그리고 승리의 소식

고등학교 때, <닥터스>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하버드 의대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었다. 그 책 프롤로그의 한 부분이다.

간단한 숫자 두개- ’26’이었다. 방안은 호기심으로 술렁거렸다. 잠시 그대로 있던 홈스는 숨을 가다듬으며 학생들을 주시했다. ‘여러분, 이 숫자를 기억해 두십시오. 지구상에는 수천 가지의 질병이 있지만, 의학적으로 치료법이 개발된 것은 스물여섯 개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가 짐작일 뿐입니다.’

지금은 숫자가 몇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질병과 벌인 전쟁에서 인류는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이번주 이코노미스지 메인 기사를 공유한다. 기사 (Eradicating disease, 10월 10일자) 에 따르면, 이 치열한 전투에서 일부 승전보가 들리고 있다고. 그중에 하나는 말라리아고, 하나는 홍역이다. (이 전투는 주로 아프리카에 있는 몹시 가난한 나라들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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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이코노미스트 해당 기사)

말라리아는 지난 10년간 사망자 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2000년에 85만명에서 2015년은 연간 45만명으로 줄었다. 홍역의 경우는 75%가 줄었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사실 말라리아는 거의 극복했다고 여겨졌으나 돌아온 전례가 있다. 그당시 말라리아와 싸우던 무기는 단순했다. DDT를 통한 모기 박멸과 클로리퀸이라는 치료제이다. 그러나 너무 일찍 울린 승전보 때문에 연구지원이 축소 되었고, 모기는 DDT에 내성을 얻었다. 그리고 치료제에까지 내성이 생기자 말라리아가 다시 번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다. 모기박멸의 수단도 다양해졌고, 신약개발에도 연구비가 꾸준히 지원되고 있으며, 유전자 기술을 통해 말라리아에 내성을 가진 모기 보급(?)까지 이뤄지고 있다.

아! 말라리아 치료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21세기의 극적인 말라리아 퇴치에는 아르테미시닌이 큰 역할을 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개발한 약이다. 투유유 교수는 중국의 전통의학에서 힌트를 얻어 개똥쑥에서 추출한 소재로 약을 개발했다고 한다. 개똥쑥은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약초인데, 학질과 허열에 좋다고 써있다고. 학질이 바로 말라리아이다. 투유유 교수는 박사학위도 없고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순수 국내파 연구자라고 하니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관련 기사

  1. 인류의 말라리아 극복 상황에 대한 기사: Breaking the fever (이코노미스트 10월 10일자)
  2. 투유유를 비롯한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기사: Wisdom, ancient and modern (이코노미스트 10월 7일자)

디지털 테일러리즘 (Digital Taylorism)

이코노미스트가 테크 기업들의 직장 문화에 대해 간단한 논평남겼다.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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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Taylorism 2015년 9월 12일자

지난달 뉴욕 타임즈에서 아마존의 직장 문화를 1면에 다룬 적이 있는데 (NYT 기사 링크), 이게 꽤 이슈가 되었고 (관련 포스트), 이코노미스트도 한마디 보태는 모양이다.

기사는 테일러리즘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아마존과 같은 테크 기업들이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번아웃’시키는 모습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아마존 사례를 Digital Taylorism과 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기자가 정리한 Taylorism은 세가지 정도이다.  a) break complex jobs down into simple ones (복잡한 일을 단위로 쪼개기); b) measure everything that workers do (모든 작업을 측정하기) ; and c) link pay to performance, giving bonuses to high-achievers and sacking sluggards (성과와 보상을 연동하기). 기사는 주로 세번째, 즉 성과와 보상 측면에 집중한다.

내가 알기로 Taylorism은 성과와 보상이 핵심은 아니었는데, 나의 이해와 기사의 내용이 핀트가 조금 안맞는다. 시간이 나면 주말에 Taylorism 관련 자료를 좀더 찾아보고 확인해봐야 겠다.

작년에 (Digital Taylor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주제로 포스팅을 했었다. 뭐 결론이 나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기승전’딸램’으로 끝나는 포스트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