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주목할 만한 2018 올해의 책 100권 리스트에서

그제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리스트 감상을 올렸는데, 쓰다보니 책수다가 갑자기 떨고 싶어서 몇개 더 올린다. 책수다를 떨다보면 사그라들어가는 책에 대한 애정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고… 어쨌든. NYT 올해의 책은 10권이 올라오는데 이 리스트는 열흘 전쯤 올리는 주목할만한 올해의 책 100 개 중에서 추린다. 100개 리스트에서 관심있게 봤던 책들을 꼽아봤다. 100권 리스트는 아래 링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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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Notable Books of 2018 (NYT, 1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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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AL DISCORD – Erasmus, Luther and the Fight for the Western Mind By Michael Massing
예전에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는데, 나의 관심사 중 하나는 루터와 에라스무스의 애증 관계이다. 그리고 이책은 딱 그 이야기를 다룬다. 어찌 관심이 안갈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책의 가장 큰 난관은 분량이다. 1000 페이지. 벽돌책 중에 갑류이다. Chapter 1 만 읽고서 책장을 직행한 다음 장식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럼에도 두 인물의 드라마는 나의 지름신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고고한 학자 에라스무스는 혁명가 루터의 사상적인 토대를 마련해주었으나, 루터의 혁명을 거부한다. 역사는 종교개혁가 루터를 기억하지만 에라스무스의 사상은 살아남아서 르네상스/인문주의라는 이름으로 후세에 영향을 남긴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는 계몽주의와 리버럴리즘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현대로 끌고 오자면 이 둘의 대립은 cosmopolitanism과 유럽식 리버럴 분파 (에라스무스의 후예들?), 미국식 근본주의와 복음주의(현대판 루터의 후예들?) 경쟁관계로 볼 수도 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돌아가자면 나는 성향상 에라스무스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루터에 대해서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의 선이 굵은 명확한 논리, 지적인 용기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말년에 있었던 정치적인 횡보와 반유대주의의 씨앗을 뿌린 일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예전에 올렸던 에라스무스 관련 포스팅은 아래 링크
회색분자와 에라스무스 (2015년 3월 5일자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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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BLACK By Esi Edugyan
이 소설은 올해의 책 10권 목록에도 있다. 맨부커상 short list에도 올라간 책이라 나름 주목받은 책이기도 하다. 책의 배경은 1830년대 영국령 바베이도스. 참고로 1834년은 영국이 노예 해방을 한 해이고 책의 주인공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이다. 배경만 따져보자면, 흑인 노예의 고통스러운 삶이 펼쳐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모험소설이다. 주인공 워싱턴 블랙은 그의 백인과 열기구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한다. 열기구로 대서양을 건너기도하고, 북극을 도보로 건너기도 한다. 조난을 당하고 구조선을 타며, 결국에는 캐나다로 돌아온다. 나는 plot을 읽으면서 생뚱맞게도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가 떠올랐다. 어찌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지는 않다. 나디아 자체가 해저 2만리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야기이며, 시대적인 배경도 유사하고, 흑인이 주인공인 이야기인지라. 단지 소설은 그러한 스팀펑크 느낌은 없는데, 그냥 내가 그 이야기를 떠올린거다. 어쨌든 내가 이책을 읽게 된다면 왠지 나디아 이야기 추억에 다시 젖지 않을까 싶긴하다. 내가 그렇게 좀 생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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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이책 역시 10권 리스트 중에 하나이다. 내가 이책을 만약 읽게 된다면 책이 서점에 많이 깔려서가 아닐까 싶다. 자주 보다보면 왠지 손에 가니까. 그만큼 베스트셀러이긴하다. 책 내용은 몰몬교 집안에서 홈스쿨링으로 자란 분의 자서전. 말이 좋아 홈스쿨링이지, 그녀의 홈스쿨링은 세상과의 접촉을 단절로 읽힌다. 그의 부모는 세상 지식을 독소로 보았고, 지하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쉽게말해 세상과 단절된 여성의 성장기이자 (이여자는 나중에 독학으로 옥스퍼드대에 진학한다.), 끊임없는 지식을 향한 욕구 이야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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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THE RAGING SEA – Thirty-Three Mariners, One Megastorm, and the Sinking of the El Faro By Rachel Slade
이 책은 2015년 있었던 화물선 El Faro 침몰을 묘사한 논픽션이다. 이책이 인상적인 점은 대부분의 대화나 사건 묘사가 화물선의 블랙박스 기록과 침몰 순간을 찍은 승무원들의 기록, 가족과 친구를 향한 마지막 작별의 문자들에 기초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퍼팩트 스톰’ 같이 이전에 해상 재난을 다룬 대부분 기록들이 상상에 기초를 한다면 이제는 실제의 생생한 기록들로 내러티브를 재구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나는 재난 영화/기록에 그닥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래도 세월호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월호 역시 이런 기록이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쯤이면 누군가는 그런 기록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4년이 지난 지금 돌아볼 때, 그게 그렇게 정치적인 사건이 되어야 했을까 싶고, 그저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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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PRISON – A Reporter’s Undercover Journey Into the Business of Punishment By Shane Bauer
이 책 역시 10권 리스트에 들어간 책. 미국의 영리 교도소에 위장 취업으로 들어간 한 저널리스트의 르뽀. 미국의 교정제도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산타님의 관련 포스트들을 보고서 생겼다. 미국은 (규모면으로) 넘사벽급의 세계 최대의 죄수를 가지고 있다. 정부 재정으로 감당이 안되기에 영리 교도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게 전체의 10% 정도이다. 저자는 루이지에나에 형무소 직원으로 취업하는데, 위장취업이 들키기 까지 4개월을 일했다고 한다. 비참한 현대판 노예의 실상을 고발한다. 저자는 미국 영리 교도소가 예전 노예 농장을 모델로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 목화 농장의 최대 생산지 중의 하나가 영리 교도소 이기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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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10권짜리 올해의 책 리스트 감상은 링크 참조

뉴욕타임즈 선정 2018 올해의 책

보통은 NYT 올해의 책 리스트에서 한 두권은 건지는데, 올해는 그닥. 내가 전반적으로 책에 대해 애정이 식은 건지 (요즘은 책을 별로 안읽기도 하고) 아님 올해 NYT 리스트가 너무 단조로운 건지 모르겠다. 소설 쪽만 보자면 다양한 배경의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한 노력이 돋보인다. 나는 그럼에도 꼭 봐야겠다싶은 책이 없었다.
The 10 Best Books of 2018 (NYT, 11월 29일)
그래도 굳이 관심가는 책을 꼽아보자면,
 
소설 중에서는 The Great Believers by Rebecca Makkai. 시점은 에이즈의 공포가 가득하던 80년대 중반 시카고, 2015년 파리 테러. gay community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스타일을 보자면, 인물에 공감하게 만든다기 보다는 건조한 저널리즘 양식의 묘사가 강하다고 한다. 시대상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다른 소설은 Asymmetry by Lisa Halliday. 연초에 Newyorker 리뷰를 인상깊게 봤었다. 젊은 편집자와 그녀가 존경하는 중년의 소설가와의 불륜 이야기. (소설가의 모델은 Phillip Roth이고 작가는 실제로 Philip Roth와 잠깐 연인이었던 적이 있다.) 젊은 신인 작가의 데뷔 소설인데 꽤나 주목받았던 책이다.
 
논픽션 중에서는 단연 How to change your mind by Michael Pollan. 이 작가는 예전에 cooked라는 넷플릭스 다큐먼터리로 알게 되었다. 푸드 칼럼니스트인 저자(UC 버클리 신방과 교수이기도)가 환각제 LSD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일종의 LSD 예찬론이고, 본인의 경험도 묘사되어 있는데(!) 책 자체도 꽤나 반향이 컸다. 내 미국인 페친들도 여러명이 이 책을 언급했었다. 한국은 마약이 금기어인지라, 이 책이 소개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또다른 책은 Small Fry by Lisa Brennan-Jobs. 스티브 잡스의 사생아 리사 브레넌 잡스의 자서전이다. 출간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점에서 훑어볼 기회가 아직 없었다. 관련한 북토크는 몇번 들었다. 잡스의 개인사에 관심있는 분은 재미있을 수도. 물론 딸 자서전이니까 잡스 얘기가 전부는 아니다.
 
아, 그리고 찾아보니 NYT 올해의 책 중에서 이미 한국에 소개된 책이 있다. Leila Slimani의 Perfect Nanny. 한국 제목은 ‘달콤한 노래’. 맨하탄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고 한다. 유모가 아이들을 살해한 스릴러라고. 외로움과 광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에 올렸던 NYT 올해의 책 감상

미국 잡 마켓 – Nov/2018

요새 미국 잡마켓이 확실히 타이트 하긴 한가보다. 어제일자 WSJ 기사에 따르면 전화면접만 보고 대면 면접 없이 채용하는 사례가 많이졌다고.

Yes, You’re Hired. No, We Don’t Need to Meet You First. (WSJ, 11월 19일자)

사실 이건 계절적인 요인을 좀 생각해야한다. 지금부터 크리스마스까지가 미국 유통쪽은 성수기이고, 백화점 쪽은 매장에 정말 사람이 없어서 곤란해한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애들 친구 엄마가 몰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옆에 앉은 Macy 백화점 hiring manager의 제안으로 화장품 판매 코너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금전적 니즈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선뜻 수락을 했고 지금은 경험삼아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물론 이건 주로 리테일이나 엔트리 레벨 잡에 한정된다.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요즘에는 화이트 칼라 쪽하고, 엔지니어도 전화 인터뷰 한번 보고 바로 뽑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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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뉴스 감상 – 비전문가의 시각으로

참고: 지난주 금요일 (10/13) 페북에 올린 글을 저장해둠


이틀간 뉴욕 증시가 크게 빠지면서 다시금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증시가 실물 경제하고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게다가 실물 경기가 지금 나쁜 것도 아니고…) 그래도 좋기만 했던 작년 상황하고는 조금 다르다. 마침 이코노미스트지도 경제 불황 위험요소를 짚어보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그럼 작년하고 뭐가 다른가. 아무래도 무역 수지랑 환율이 그렇다. 며칠전에 포스팅 했지만, 2017년은 전세계적으로 무역이 상황이 좋았다. 유럽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수렁에 빠진) 영국 빼고는 상황이 좋았는데 올해는 그닥이다. 숫자는 차차 나오겠지만, (회사에서 느끼기도 그렇고) 분위기 상 올해 무역 지표는 별로일 것 같다.

강달러는 경제 구조가 취약한 (바꿔 말하면 달러빚이 많은) 몇몇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 터키,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고, 파키스탄이 얼마전 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링크) 그렇다고 당장 빨간 불이 들어온건 아니다. 지금까지 나오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터키/아르헨티나가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진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주목할 나라는 이탈리아인데, 요즘 그동네 채권시장이 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최근 (소위) 극우정권이 들어서서 돈을 푸는 분위기다. (재정 확대 정책?)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트럼프 발 무역 전쟁이 아닐까 한다. 나는 작년부터 꾸준히 말해왔지만 이게 단기 이슈는 아닌 것 같다. (관련 포스트들 아래 참조) 게다가 무역전쟁을 한다면서 강달러로 가는건 도대체 뭔가. 무얼 위한 무역전쟁가 싶다.

올해는 미국 경제가 워낙 좋아 걱정할 정도는 아닐지 모른다. 그치만 마냥 낙관할 상황도 아닌 것 같다.

 

보호 무역과 미국 (2월 21일자)

보호무역과 쌍둥이 적자 (2017년 1월 29일)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일본의 반응 (2017년 1월 26일)

피터 나바로: 트럼프 정부 유일한 경제학자 (2017년 1월 25일)

경상수지 흑자의 의미 – 유럽 케이스를 중심으로

페친 김바비님이 이코노비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경제학은 재수없는 소리만 한다고. 동의한다. 그러니까 경제학자들은 좋은 꼴을 못보는 사람들이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일자리의 질은 별로라고 딴지 걸고 (미국 얘기) 흑자 폭이 늘어나도 국가별로는 여전히 불균형이 심하다고 한소리 한다. (유럽 얘기)

지난 7월에 발행된 IMF External Sector Report에 따르면, 유럽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늘었다. (아래 도표 참조) 작년 기준 유럽 GDP의 3.6%이고, 총액으로 따지면 450조원으로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참고로 트럼프의 주적 중국의 흑자폭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과 비교할 때) 나라별로 봐도 대부분 흑자로 돌아섰다. 독일의 흑자 폭은 GDP 대비 8.0%, 만년 적자 나라였던 스페인도 1.9%, 이태리도 2.8% 이다. 심지어 유럽의 환자 그리스도 적자가 1% 미만으로 줄었다.

그럼 좋은거 아닌가?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왜 그런지 좀더 살펴보면 이렇다.

결국 경상수지는 거시의 눈으로 본다면, 투자와 저축의 차이일 뿐이다. 거시 경제에서 말하는 투자와 저축은 일상 용어와 의미가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투자/저축 보다 소득/소비라는 말로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GDP=소비+소득+수출-수입이라는 항등식이 핵심이다. (BoP, Balance of Payments)

Balance of Payments를 회계적으로 더 공부하려면 링크 참조 (참고로 158페이지)

어쨌든, 그러니까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건 경제가 잘나가는 거하고 어떤 면에서 1도 연관이 없다. 그림을 그려봐도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하고 경제성장률은 상관 관계가 없다. 중요한건 왜 흑자가 나는가이다. 오히려 경상수지 흑자는 국가 경제의 지출이 소득보다 작아서 해외에 저축하는 (바꿔 말하면 경제 규모에 비해 내수가 위축되어 있는) 상태로 보는게 더 정확하다.

나도 이 개념을 잡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수출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적자가 있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경상수지 적자/흑자에 별 관심이 없다. 중요한건 수출을 통해, 무역의 규모가 늘어나고, 거기에 따라서 국가 경쟁력 (바꿔 말하면 생산성)이 향상 되는가이다. 수입을 줄여서 흑자폭이 는다면 오히려 경제가 폭망한다는 증거이다.

대표적인 예가 그리스이다.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는 8년 동안 힘겨운 긴축을 실행했다.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줄였다. 그리고 결과로 수입이 2007년 대비 25% 감소한다. 유로 지역과 같이 단일 화폐를 사용한다면 그 과정이 더욱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변동 환율제에서는 수출입의 불균형이 환율로 해소되지만 (관련한 예전 포스팅, 먼델 플레밍 모델) 단일 화폐 지역 안에서는 환율 조정 대신 임금 인하, 소비 위축, 실업률 증가가 나타난다.

IMF 보고서는 여전히 과도한 독일의 흑자도 문제로 지적한다. 독일 경제가 인플레에 좀더 융통성을 가지고, 국내 수요를 확장했다면 그 과정이 좀 덜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요즘 미국을 보면 정반대로 움직인다. 트럼프 정부는 내수 진작 정책을 쓰고 있다. 법인세 대폭 인하,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 (이건 말만 무성하고 한건 없지만…)은 (거시 경제 용어로) 저축보다 투자를 한다는 의미이다.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게 되어 있고 (자본수지 흑자는 경상수지 적자를 의미한다.), 강달러를 유인하고 수입을 늘이는 방향이다. 거기다가 금리는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고.

그러니까 거시 경제의 렌즈로 보면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 그래서 요새 나오는 분석이 무역전쟁은 경제논리가 아니다라는 얘기다. 뭐 그건 처음부터 그랬다. 하지만 그때는 많은 분들이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트럼프가 숨긴 패라고 해석했지.

아 그리고 한국. 한국 경제는 내가 입털만한 내공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다. IMF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게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한다. 서비스업과 사회안전망 강화로 국내 수요를 창출하라고 한다. 뭐 내가 보기엔 지나치게 원론적인 얘기고 한국 정서상 가능하지 않아보인다. 내수 진작하고 서비스업 키우는게 그렇게 쉬웠으면 벌써 했지 싶기도 하고.

보고서 세부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2018 External Sector Report: Tackling Global Imbalances amid Rising Trade Tensions (IMF, 2018년 7월)

관련한 이코노미스트지 기사는 아래 링크 참조.

What a rising current-account surplus means for the euro area (the Economist, 8월 23일자)

보우소나루, 브라질 버전 트럼프?

이번 브라질 대선은 보우소나루 돌풍으로 요약될 듯 하다. 자세한 내용은 브라질 전문가 ^^ 산타님의 포스팅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요즘 바쁘신가보다.

어쨌든 어제 1차 투표에서 과반이 조금 못 미쳐 보우소나루 당선은 늦춰졌으나, 현실적으로 그의 당선이 유력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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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1955 – )

이번 선거의 이슈는 브라질의 막장 치안, 경제 위기를 간신히 넘긴 브라질 경제, 그리고 이전 정권의 심각한 부패 스캔들이 아닐까 한다.

브라질인 친구들의 페북 포스팅을 보면 보우소나루의 유일한 장점(?)은 정치 신인(?)이라 부패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점.

그걸 빼면 (생각해보니 포함해서라고 해야되나?) 트럼프와 별로 다를바 없는 품성과 노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위의 막말, 기후변화 부정, 동성애/여권운동 혐오, 강력한 공권력 필요성 강조, 20세기 후반 브라질 독재에 대한 향수, 고문 옹호, 총기 규제 반대, 이민자 배제의 레토릭 등등.

막말 리스트는 한두개가 아닌데,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여성 국회의원을 면전에 두고서 ‘너는 너무 못생겨서 강간할 생각도 안든다.’ 라고 한 건이 있다. 국회의원이 분해서 따귀를 때리려고 하자. 한번 쳐보라고 도발한다. 심신 건강을 위해 동영상 링크를 달지는 않는다. 궁금하면 검색해보면 된다.

브라질 정치의 혼돈상은 산타훈장님 이전 포스팅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아래 링크) 그중 최근 부패 스캔들은 소위 말하는 car wash 작전인데, 지우마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사건이다.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뇌물 액수가 약 2조원으로 추정 된다.

세상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대통령의 몰락: 룰라 이야기 (2017년 7월 15일자)

+ 덧1: WSJ 의 간단한 논평을 동영상으로 올린다.

 

+덧 2: 브라질의 막장 치안에 대한 동영상

코니 청의 미투와 캐버노 상원 인준 투표

코니 청의 미투. 70이 넘은 원로 언론인에게서 여전히 느낄 수 있는 기품에 한번 놀란다. 그리고 적나라한 묘사와 생생한 증언에 두번째 놀란다. (자녀와 같이 듣긴 좀 민망할 수도.)

“Bravo, Christine, for telling the truth.”

오늘 오전(3시간 쯤 뒤) 캐버노 인준 상원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 미국인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정치권은 시끄러울 것이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린지 그레이엄이 정치 공작이라며 분노할 때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 인준이 통과되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린지의 편에서) 분노할 것이다. 반대로 통과되도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것이다.

나는 정치 공학과 별개로, 그리고 미투 진실 여부와 별개로, 캐버노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생각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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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ie Chung (1946 – )

80년대초 파티 문화에 대한 미투?

캐버노 청문회는 인준 후보의 35~36년전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이 주이다. 그러다보니 1980년대 초반 엘리트 프렙 스쿨문화가 재조명된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이들은 이번 청문회를 80년대 백인 청소년 문화 전반에 대한 미투로 읽기도 한다.

80년대 초반은 지금보다 청소년의 성적 일탈에 대해 좀더 너그러운 시대였다. 그리고 에이즈의 공포가 확산되기 이전이었다. 조금 앞으로 시대를 되돌려 보자면 70년대 성혁명이 미국을 흔들었었다.

돌이켜보면 80년대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버젓이 하드코어 포르노 공연이 있던 시절이었다. (댓글 첨부 참조) 참고로 맨하탄 (크게는 미국) 섹스 인더스트리의 발흥은 요즘 방영중인 HBO 드라마 deuce가 잘 묘사했다.

여담이지만 80년대는 (아마도 90년대 까지?) 한국도 청량리 등지에서 버젓이 사창가 영업이 벌어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초등학생이던 나도 그 정경을 기억한다. 청량리역에 택시를 타고 갈일이 있었고, 그때 기사가 소위 588을 통해서 지나갔었다. (교통 체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초등학생임에도 풍경이 기억에 남는걸 보면 그닥 교육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까 그당시는 초등학생에게 그런 풍경을 보는 것이 대수롭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물론 어머니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던게 기억난다.

어쨌든 미국얘기로 돌아와서. 80년대 일부 부유한 백인 청소년들은 매주 술파티를 벌였다. 그당시 개봉한 영화들을 보면 80년대 초반 미국 틴에이져들의 성풍속이 잘 드러난다. 대표적인 영화가 1983년도 톰크루즈의 ‘위험한 청춘 risky business’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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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국 틴에이지 영화는 십대 남자들이 몰려다니며 술파티를 벌이고, 자빠뜨릴(!) 여자를 찾거나, 아니면 창녀를 불러내 질펀한 파티를 벌일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고 말한다. 코메디 영화라 그 과정에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어이없는 실수와 해프닝이 주된 소재이다.

1980년대 초반은 플레이보이지의 전성기였다. 소위 말하는 “if it feels good, do it” 이라는 플레이보이 철학이 그 시대를 대표한다. 페미니즘을 기준으로는 70년대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 fear of flying’이 이미 담론 형성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지난 주말 SNL에서 방영한 80년대 파티 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수다를 마친다.

대법관 인준 청문회 감상 포스팅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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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표권자도 아니고 한낱 필부인 내 의견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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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의 청문회가 대법관 지명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자리가 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번 스캔들이 대법관의 자질을 평가하는 척도인지 아닌지는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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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캐버노가 청문회에서 보인 행동. 그러니까 철저하게 법리에 근거해 법을 집행해야하는 판사가 자신이 정치 공작의 희생자라며 울먹이는 행위. 자신의 정당성을 논리가 아닌 정치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충분한 결격 사유가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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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연방 대법원을 정치에서 완전히 독립된 단체라고 보지 않는다. 또한 잘 훈련된 판사도 인간이기에 판단에 편향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판사가 이렇게 대놓고 정치적인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어제 대법관 인준 청문회 감상

어제의 청문회를 (물증과 증인이 중요한) 재판으로 보느냐, (지명자의 자질이 중요한) 인준 청문회로 보느냐가 판단의 기준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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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한국과 비교해서 생각하자면, 정치적인 판단과 법리적인 판단이 분리되어 이뤄졌던, 안희정 건이 좀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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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론은 당사자들만 아는 엇갈리는 진술 (소위 말하는 he said, she said story) 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단호하게 여자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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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관련 기사
Kavanaugh versus Blasey (9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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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가 기사 마지막에서도 말했지만, 정리적 계산으로는, 대법원 지명자 인준은 중도 라인에 서있는 몇몇 상원의원의 판단이 결론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한 통과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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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청문회에서 린지 그레이엄이 정치공작이라며 분노를 표현할 때.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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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해보니 직원들도 온통 어제 청문회 이야기다. 청문회가 OJ 심슨 급의 관심을 모은지라 정치적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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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버노 대법관 지명자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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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업데이트: 방금 속보로는 중도라인 Jeff Flake 의원이 캐버노 지명자 지지를 선언했다고 한다.